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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못 할 사람은 이렇게 대하자

by 매실

강주은이 독특한 사람을 보고 잘 만들어진 작품 같다고 했던가. 정말 그렇다. 세상엔 내 가치관으론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많다. 이혼숙려캠프, 나는 솔로 같은 프로그램을 볼 때에도 신기하다고 느낄 정도인데, 현실은 얼마나 더 할까. 나와 관련 없을 땐 웃고 지나가면 그만인데, 내 일이 될 때는 마음이 복잡해진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한 번 이해해 보려 애쓰다가도, 금세 씩씩거리며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근데 왜? 도대체 왜?!" 내 안에서 스트레스가 더 커지기 전에 잠재울 방법을 찾는 게 좋다. 나를 위해서.


회사, 친구, 가족, 지나가는 사람 등 사람과 장소, 환경에 따라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다. 그럼에도 처음엔 글로 풀어내려 한다.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 상황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거다. 이렇게 하면 반은 해결된다. '내 말을 이렇게 오해했을 수도 있겠구나, 이런 행동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했을 수도 있겠구나.' 화가 나서 미처 보지 못했던 장면을 뒤늦게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많다. 상대에게 사과를 하고 오해를 풀어내면, 마음에 있던 불편한 감정이 많이 사라진다. 반면, 선을 넘거나 대화할 틈조차 주지 않거나, 무조건 본인 말이 맞다고 믿으며 상대에게 꼽주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만날 때엔 다르다. 대화가 통하지 않음에 말할 에너지를 잃어버린다. 그렇게 되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그게 잘 되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이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면 될지 한번 더 정리한다. '그 사람이 일이 많아서 예민해진 거야. 나한테 악한 감정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이 시기가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때까진 그러려니 하자.'처럼 말이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지 않으면, 상대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거슬리고 불편하다. 이해되지 않은 사람일수록 이런 방법이 더 어렵긴 하다. 꼬투리를 잡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을 이해하라니. 뒤끝이 있으면 더 괴롭다. 풀어내는 방식이 같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일에서는 서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마주 보고 일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른답게 넘길 건 넘기고, 짚을 건 짚으며 해결하는 법이 필요하다. 화가 난다고 멱살 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래서 결국 필요한 건, 상대의 성향을 보며 ‘내가 덜 상처받는 선’을 정하는 일이다. 저 사람은 저런 스타일이라 말투가 저렇구나, 그래서 저렇게 행동하는구나. 어쩌면 의미 없이 하는 말일 수도 있구나. 본인이 화가 났다는 걸 온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구나, 하면서 말이다. 그렇기에 기분 나쁜 말을 하더라도 네네, 하고 넘기거나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사과를 하며 넘기거나,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기획서를 좀 더 뾰족하게 만들 기회를 준다고 생각해도 좋다. 맞춰가는 법도 해결하는 법도, 잘 넘어가는 법도 터득하면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상대의 이해 못 할 행동에 답답해서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많았다. 아직도 답답해서 마음이 힘들 때도 있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려 애쓴다. 쌍년. 아직도 철들지 못한 사람, 쪼잔한 사람, 스트레스를 상대에게 풀고 싶어 하는 사람, 보여주기만 중요한 사람.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그나마 마음이 조금 편안하다. 사회에서 함께 일하는 이상, 상사나 요청자의 취향에 따라 의견이 부딪히는 건 피할 수 없다. 사람이 많으니 다양한 의견이 모이기도 하지. 그럴 때 짜증만 내는 사람이 있고,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짜증 내면서 내 감정을 낭비할 시간에 해결 방법을 찾고 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여 답답한 감정과 멀어지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다.


다만, 이렇게 내 감정이 아닌 남의 감정에 집중하다 보면, 내 감정을 돌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럴 땐 잠시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나에게 집중할 시간도 필요하다. 그게 내게는 글쓰기이다. 매일매일 비슷한 듯 다른 일상을 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졌고, 다양한 생각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베이커리를 배우기로 했다.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렇게 내 감정을 다독이고,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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