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x 만국 시장> 마켓

제 ‘취향’을 판매합니다

by 매실

<배다리 x 만국 시장> 마켓

제 '취향'을 판매합니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을 볼 때마다 친구들은 “도대체 그런 옷은 어디서 사?”라고 물어보곤 했다. 할머니 옷 같아서, 옷이 이상해서, 취향이 독특해서. “예쁘지 않아?”라고 물어보면 “응 예쁘지 않아, 내 취향은 아니야”라고 답했다. 내 눈에도 이상한 옷을 보고 “이거 네가 좋아할 것 같아”라고 말하는 친구를 보면서 내가 입고 있는 옷의 이미지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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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가 입을까?

매달 한 주제로 글을 쓰고 있어요.
이번 달 주제는 ‘취향’. 제 ‘취향’을 판매합니다.


라오스 여행 에세이 <이해하는지도>를 쓴 덕분에 <배다리 x 만국 시장> 마켓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취향의 옷과 책을 팔아봐야지. 빈티지 옷을 좋아하기 때문에 동대문 구제 코너에 갔다. 일방통행처럼 한 사람만 움직일 수 있을 만한 좁은 길과 많은 가게들로 길을 잃기 쉬웠다. 지나갈 때마다 “언니 이 옷 어때요?” “어떤 옷 찾아요?” 이 말 한마디가 다른 세상에 온 듯했다. 디자인과 옷 상태를 보고, 적은 돈으로 많은 옷을 사기 위해 가격을 흥정하면서 8개의 옷을 구매했다. 저렴하게 옷을 샀다니. 경제적이다. 옷을 구매하면서 생각했다.


테이블 일부분에 빈티지 옷을 정리하고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 빈티지를 좋아한다. 20대 중반까지 여러 스타일의 옷을 입어봤지만 '내 옷이다'싶었던 옷은 없었다. 그러다 빈티지 블라우스를 입었는데 다들 잘 어울린다고 했다.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봤다. 아무리 쇼핑해도 예쁜 옷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동대문이나 빈티지 가게에 가면 양 손 가득 사게 된다. 내 눈에도 예쁘고 다른 사람에게 어울린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 좋다. 이렇게 나와 맞는 스타일을 찾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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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나열

동대문에서 사 온 옷을 진열했다. 행거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옷이 예뻐도 어떻게 진열하는지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예쁘게 진열하면 더 예뻐 보이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옷들이라 다른 사람들이 더 관심 있게 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옷 위에 가격표를 붙여 놓고, 그 옆에는 내가 쓴 독립출판 여행 에세이 <이해하는지도>와 엽서를 올려놨다. 잘 판매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았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책과 옷, 문구들이 있었고, 내 취향을 사람들에게 전하면서 공감의 말을 들으면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으니까. 판매되지 않으면 내가 입으면 된다. 어쩌면 그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취향은 비슷할 순 있어도 같을 순 없다. 예쁘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다, 입고 나가도 만날 사람이 없다, 리폼하기 좋은 소재 같다. 등 직업에 따라, 어디로 외출하느냐에 따라 다른 대화가 오고 갔다. 내 취향을 소개해도 각자의 취향에 따라 보는 시선이 달랐다. 또한 취향을 알 듯 말 듯하다, 이렇게 보니 취향에 대해 잘 알기 어렵다 라는 피드백도 받았다. 처음엔 꺼낸 순서대로 정리했지만 같이 입으면 좋을 옷을 붙여서 진열하니 처음보다 더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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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취향

두 분류로 나뉘었다. <이해하는지도> 책에 관심 있는 사람은 책의 연장선인 잡지를 궁금해했고 꾸준히 나의 길을 걷는 모습에 응원해주셨다. 다른 분류는 옷이 예쁘거나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을 거란 얘기에 집중했다. 어떤 취향이라기보다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옷에 더 관심을 보였다. 당연했다. 내 취향이 있듯이 그들의 취향이 있으니.


동대문에서 옷을 선택할 때도 내 취향을 알 듯 말 듯했다.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쁘니 나만의 취향이 있는 듯하면서 누구나 좋아할 법한 옷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당연하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예쁘다고 생각한 옷은 사람들에게 관심받지 못했다. 마켓에서 팔리지 않은 노란색 치마를 입었다. 친구는 '우리 할머니도 그런 옷 없을 거야'라고 말했다.


월간심플 10월 '취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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