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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질문하고, 직접 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고 있는 공경애를 만났다. 수줍어하며 자신이 인터뷰에서 필요한 말을 잘할 수 있을지, 다른 사람에게 보일 정도로 괜찮은 말이 있을지 걱정했다. 그 걱정과 달리 자신의 이야기를 잘 간직하고 있었다. 모두가 느낄 법한 이야기. 꿈이 없던 때부터 꿈을 만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아직도 꿈을 향해 일하고 있다. 그동안 쌓은 경험을 통해 조화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던 그녀에게서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복지관에서 건강가정 사업팀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아이들 대상으로 돌봄, 문화 등 각 항목들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홍보하면서 학부모님에게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고요.
처음부터 아동 쪽으로 진로를 정했는데, 진로에 대한 확신은 어디서 찾았어요?
처음부터 복지 쪽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꿈도 없었고요. 고등학교 때 상담실을 많이 찾았어요. 왜 공부하고 있는지, 뭘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거든요. 상담 선생님께선 일기를 써보라고 가벼운 제안을 해주셨고, 그 미션을 해올 때마다 응원과 칭찬을 해주셨어요. 오래된 기억이라 정확하게 선생님이 어떤 말을 해주셨는지 하나하나 기억할 순 없지만, 확실한 건 “내가 뭔가 할 수 있겠구나”라고 느꼈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어떤 공부를 하고 싶다거나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에요. 다만 선생님처럼 남에게 도움 주는 일을 하고 싶다 라고 다짐했어요.
지금 하는 일이 내 길이 아니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은 없었나요?
두려움은 지금도 있어요. 이 일이 나와 맞지 않으면 어떡하지? 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아요. 다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요.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 싶진 않아요. 조금씩 새로운 일을 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도 되고 싶어요. 그랬을 때 늘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 같아요.
일하면서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나요?
지금이 4번째 직장이에요. 지금 있는 곳이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직할 고민은 하지 않지만, 오래 다닐 곳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이 싫은 건 아니지만, 제가 일하는 곳에 대한 고민은 어딜 가나 존재하는 것 같아요.
주로 어떤 고민인가요?
첫 번 째 직장은 일이 단순해서 싫었어요. 키즈 카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요. 이곳은 기관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받아서 외부 사람을 모아서 지원하는 일이에요. 적은 월급이지만 일은 쉬워서 제 개인 시간도 많았어요. 그런데 단순한 일만 하니까, 일이 지겹고 흥미를 잃게 되더라고요.
두 번째는 어떤 어려운 상황을 봐야 하는 게 싫었어요. 예를 들어 정말 물적이나 정신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애가 있었는데, 여력이 없어서 지원해주지 못하는 상황 같은 경우예요. 눈으로 보고 있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어서 좌절감을 많이 느꼈어요.
세 번째는 괴리감 때문에 그만뒀어요. 아이를 양육하는 학부모랑 센터장님이 돈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봤거든요. 만약 아이가 장애가 있고, 갑자기 운다고 했을 때, 왜 우는지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지금 우는 건 너의 잘못이야 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학부모님은 “내가 너희들에게 돈을 줬잖아. 그러니까 네가 해결해”라는 생각이 컸고요. 지금은 운영방침이 보수적이라 의견 낼 때 어려움도 있지만 하는 일은 좋아요. 제가 하는 일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사람도 만나야 하는 일이거든요. 기획한 일을 실제로 진행하면서 직접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그래서 전 지금 하는 일이 저와 맞는 것 같아요. 일을 경험하면서 고민이 해결되고 새로운 고민을 만들면서 더 나은 근무환경을 고려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이 힘들더라도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가요?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이라 아이들이 싫어하는 일을 해야 해요. 그래서 저를 싫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저와 싸웠던 학생이 있었는데, 제가 그만두던 날 그동안 고마웠다고, 자기가 했던 일이 후회된다는 문자를 보내줬어요.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새로운 진로에 대한 호기심은 없나요?
한 곳에 오래 있었고, 나이가 드니까 다른 걸 투자하기 무서워요. 그래도 가끔 내가 복지 안 했으면 뭘 했을까? 생각하곤 하는데. 아마 운동 관련된 일이나, 장애 재활치료사를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가 운동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이 일을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이 있나요?
별건 아닌데 ‘고마워요’라고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고,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래요. 그 기분 좋음을 알기 때문에 계속하고 싶은 것 같아요.
구직 준비할 때 첫 번째로 고려하는 사항은 뭐예요?
어렸을 땐 호기심만으로도 지원했지만, 지금은 결혼도 했고, 돈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보니 복지가 어떤지, 급여는 괜찮은지 고려해요
구직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뭐예요?
이력서 넣는 건 어렵지 않은데 떨어질 때마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게 느껴져서 무서웠어요. 내가 능력이 없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니까 불안하고 무서웠어요. 점점 사회에서 멀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이들 사이에서 낄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 같아서 힘들었어요. 반면 지금은 일을 하니까 사람들 사이에 소속되어 있고, 일하면서 제가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같아요.
결혼 생활하는 동시에 일하는 삶은 어떤가요?
결혼하기 전에 번 돈은 다 제 돈이었어요. 적금하고 싶으면 적금하고, 지인들에게 쓰고 저한테 투자할 수 있는 돈이었죠.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까 저한테 쓰는 돈이 제일 아깝더라고요. 원래 스트레스받으면 머리 하거나 옷을 구매하면서 풀었어요. 근데 지금은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이 많다 보니 저한테 쓰는 돈을 먼저 줄여요. 그 생각이 너무 싫어서 일부러 명품 립스틱을 사기도 해요. 가끔 이렇게 엄마가 되는 건가 싶으면서 서러워요. 엄마가 왜 맨날 힘들어하는지 알 것 같아요. 몸은 아프지만 청소를 안 하면 집의 청결이 유지가 안 될 것 같아서 일이 끝나도 계속 일하는 거죠.
일 년 후에 자녀계획을 가진다고 말했어요. 일과 가족의 균형에 대해 걱정되지 않나요?
내가 이 환경에서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아이를 낳는다고 하더라도 성인이 될 때까지는 경제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면 50대 중반까지는 일 해야 해요. 일하다가 아이 관련하여 문제가 생겼을 때 이해해주는 기업이 있을까? 일을 포기해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이어져요. 근데 저는 힘을 다할 때까지 일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요새 일과 가족의 균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삶과 일의 균형이 맞는 것 같나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선 일이 적으면 개인 시간이 많아지지만, 급여가 늘고 업무량이 증가하면 개인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지금 하는 일은 그전에 비해 많은 배려는 받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어려움이 있어요. 야근이 많고, 주말에도 근무해야 하는 날이 많아요. 일주일 중에 하루 쉬는 경우가 많은데, 몸이 힘들어서 취미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선택하거나 밀린 집안일을 하기 바빠요.
일 하는 이유는 뭔가요?
일 할 때 살아있고, 존재감 있다고 느껴져요. 그래서 일하는 것 같아요. 일하지 않을 때 제 자신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어요. 일하지 않으면 삶이 즐겁지 않아요. 그래서 전 힘들어도 일하는 게 즐거워요. 소속감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일을 진행하고 실행되고 있을 때 성취감도 느끼면서 즐거운 것 같아요. 쉬는 게 즐겁지 않아요. 쉬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일하면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하루 보상에 대한 선물이 있나요?
저에 대한 보상보다 늦은 밤까지 저를 기다려준 강아지랑 놀아줘요. 어쩌면 그 시간이 강아지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보상을 주는 것 같아요. 같이 있으면 너무 행복해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사람이 항상 한 자리에서 똑같이 살 수 없는 것 같아요. 뭘 하든 지금보다 더 나아지거나, 가끔은 새로운 무언가를 하게 돼요. 그 과정에서 괴로운 순간이 있을 수 있지만,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닌 것들이 많아요. 마치 하나의 점처럼이요. 불안한 미래에 자신을 무능하다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해요. 사는 게 원한다고 해서 모든 걸 이룰 순 없잖아요. 그게 쓸쓸할 때가 많지만요. 지금이 지나면 지나간 시간을 되찾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현재를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전 지금 당장은 하고 있는 분야에서 유능해지길 원해요. 뭐든 훗날에 제가 해오던 일이 쌓여서 조화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제가 지금 일을 즐기는 방법인 것 같아요.
월간심플 9월 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