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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Oct 06. 2019

코타키나발루 현지인 맛집을  발견하고 시내를 걸었어요.

코타키나발루 여행 3일 차

코타키나발루 자유여행 2일 차 "여행은 호사를 누려야 제맛이죠" 다시 읽기


일찍 눈이 떠졌는데, 일어나기 귀찮아서 한참을 뒹굴거렸다. 뒹굴거리는 건 한국이나 여기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난 뒤, 오늘 뭘 할지 고민했다. 비가 오기도 했고, 혼자 온 여행이라 투어마저 예약하기 어려웠다. 보통 코타키나발루에 선셋과 섬투어 혹은 반딧불이 투어로 3박 4일 여행으로 온다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8일 동안 코타키나발루에 있었다. 먹는 일 외에는 할 일이 없어서 매일 뭐하면서 시간을 보낼지 고민이었다. 고민하다가 핑크 모스크에 가기로 결정했다. 사진이 잘 찍힌다는 말보다는 예쁜 색감을 직접 보고 싶었다. 할 일을 정하고 나서야 겨우 씻었다.

아침으로 유잇청에서 카야토스트를 먹었다. 토스트 양이 적을 줄 알고 4개나 주문했는데, 너무 많았다. 놀라서 헉하고 있을 때 사장님이 "비닐?"이라고 말했고, 바로 비닐봉지를 주셨다. 오늘 꼬치를 판매하지 않아서인지 어제보다는 한산했다. 여유롭게 토스트와 밀크티를 즐겼다. 소문대로 카야토스트 맛집이구나.


거리가 너무 예쁘다.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적혀있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로 인해 어떤 가게인지 추측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며 판매할 과일을 정리하고, 가게 옷을 구경하는 사람보다 옆집 아주머니와 대화 나누는 사장님, 여기저기서 "마사지? 어디 가요?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마사지샵에 오라는 직원들까지. 작은 거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곳곳을 구경했다.

올드타운 화이트 커피 뒷 쪽에 작은 카페거리가 있다. 많은 카페 중 nook cafe에 왔다.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모카커피를 주문했고, 어제 쓰지 못한 일기를 썼다. 10분이 지나자 단체 손님부터 커플,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이 들어왔다. 인기가 많은 카페구나. 직원들은 주문 음료와 음식을 서빙했고, 할 일을 마친 뒤 수다를 떨며 웃었다. 친해 보였다. 역시 일할 땐 할 일을 마친 뒤 나누는 대화가 최고지. 이번 여행에는 유독 Unchained Melody 음악이 자주 들렸다. 여행할 때마다 어울리는 곡이 하나쯤 만들어지곤 했는데, 이번 코타키나발루는 Unchained Melody 음악이 테마곡이 될 것 같다.


핑크모스크 여행 TIP

커피를 마신 뒤 핑크 모스크를 가기 위해 그랩을 불렀다. 핑크 모스크는 대학교 안에 있고, 정문에서 입장료(RM 5)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랩 기사님께 핑크 모스크까지 태워달라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더운 여름에 엄청난 오르막길을 약 25분 정도 걷게 될지도 모른다. 금요일은 오전 8시 ~11시 30분, 2시 ~3시 30분, 4시 30분~5시 30분에만 들어갈 수 있고, 나머지는 오전 8~12시, 2시 ~3시 30분, 4시 ~5시 30분에만 운영한다. 사진 속 색감이 예뻐서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고, 갑자기 비까지 쏟아져서 셀카봉을 꺼내기도 힘들었다. 난 늘 비를 몰고 다니는데, 여기까지 비가 오다니. 눈물을 머금고 사진을 찍다 보니 비가 그쳤다. 핑크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려면 옷을 대여해야 하고, 그럼 비용이 발생한다. 굳이 안 들어가도 될 것 같아서 밖에만 구경하다가 그랩을 불렀다.

올 때는 10분 만에 왔는데 숙소로 갈 땐 30분이 걸렸다. 조금이라도 덜 막히는 곳으로 가고자 기사님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다른 길로 가니까 무서웠지만, 골목 속 풍경이 좋아서 무서움도 금세 잊었다. 너무 더운 나머지 사진 켤 때마다 핸드폰이 꺼졌고, 아쉽게도 사진은 찍지 못했다. 문득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생각났다. 가난을 가리기 위해 건물을 핑크색으로 칠하고, 그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예뻐서 동네 자체가 예뻐 보였던 영화. 이 동네는 무지개색으로 뒤덮여 있었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베란다에 누워 계시는 아저씨와 거리를 뛰어노는 아이들은 평화로웠다. 사람 사는 걸 보면 그냥 그 자체로도 너무 예쁘다. 실제로 그들은 어려움 속에 있을 수도 있고, 보이는 것처럼 평화로울 수도 있지만.


숙소에 내리니 다시 소나기가 쏟아졌다. 비 오는 걸 좋아해서 오히려 좋기도 했다. 금방 그칠 비이기도 했고, 아이들이 비를 맞으며 춤추는 모습을 보게 돼서 좋았던 건지도 모른다. 새로운 숙소도 어제보다 넓고 좋았다. 심지어 창문이 2개. 뒹굴거리다가 30일 날 반딧불이 투어를 예약하고, 배고파서 1층으로 내려갔다.

앞에 큰 식당이 있었는데 현지인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음식을 살짝 봤는데, 맛있어 보였고, 나도 그들을 따라 주문을 했다. 메뉴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면과 닭고기가 있는 음식이었다. 주방을 볼 수 있어서 어떤 요리를 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닭을 자르는 걸 보니 내 요리가 시작된 것 같다. 닭 손질이 끝나고 면을 끓이는데 쫄깃함을 더하기 위해 면을 삶다가 잠깐 공기를 만나게 하고, 다시 면을 삶아가는 과정을 반복했다. 맛집이 틀림없어. 먹자마자 감탄했다. 젓가락을 먹다가 젓가락 말고 숟가락으로 퍼먹을 만큼 맛있었다. 새삼 너무 맛있어서 주방장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역시 식당은 현지인이 많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해.  

식사를 마친 뒤 제셀톤 포인트로 갔다. 먹구름이 하늘을 덮어버려서 황홀한 만큼의 일몰은 아니었지만, 예쁘긴 했다. 비 온덕에 걸어갈 만큼 날이 괜찮아졌다. 처음으로 30분 이상 길을 걸었다. 걸으면서 사람과 차, 건물을 구경했다. 오늘도 역시나 시간 맞춰 켜지는 가로등과 점점 선명해지는 네온사인으로 기분이 좋다.

빨래를 가지고 빨래방으로 갔다. 땀을 흘린 덕에 옷을 빨고 싶었다. 다행히 건너편에 24시간 빨래방이 있었다. 막상 갔는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몰라 기계만 멍하게 봤다. 그때 동네 주민이 들어왔고, 도움을 요청했다. 계산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부족한 돈과 세제도 나눠주셨다. 너무 친절하게 도와준 덕에 난 빨래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감사한 나머지 아이스크림 좋아하냐고 물었고, 아이스크림을 사서 다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빨래를 기다렸다. 그다지 먹고 싶어 하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옷에서 세제 향이 남아있다. 우리 집에서 쓰는 세제와 다른 향인데 기분이 좋다. 이 기분 좋은 향 때문에 여행 올 때마다 세탁방에 가게 된다.


운이 좋게도 내가 머무는 숙소 근처에 푸드트럭이 장을 섰다. 어느 집이 맛집인지 몰라서 바로 앞에 있는 버터 치킨을 주문했다. 생각보다 짠맛이 강했지만, 콜라와 함께 먹었더니 금방 먹어 치웠다. 오늘도 나름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가장 좋은 성과는 시내를 걸었다는 것과 현지인 사람이 찾는 맛집을 알게 된 것이다. 내일도 여기서 아침 먹어야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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