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 들어갔을 때 커피 냄새뿐만 아니라 목욕탕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엄마랑 자주 가던 동네 목욕탕 냄새였다. 행화탕은 1958년에 지어진 대중목욕탕이다. 유휴공간으로 오랫동안 방치되다가 2016년에 복합문화예술공간 행화탕으로 탈바꿈했다. 목욕탕이 있던 공간이어서 목욕탕 향이 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향기 덕분에 동네 목욕탕이 생각났다. 공간을 새롭게 만들기보다 기존 건물을 살리고, 목욕탕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향기까지 있어서 신선했다.
행화탕은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까지는 음료 메뉴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목욕탕 컨셉에 맞게 반신욕 라떼, 바나나탕 등 커피 메뉴 이름이 재미있었다. 매장 주문대 뒤에는 때수건, 수건, 컵 등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다. '목욕탕' 컨셉에 맞게 소품 하나하나 신경 쓴 덕분에 컨셉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현재 "예술로 목욕합니다" 미션으로 행화탕 내부에서 공연, 전시, 워크숍 등을 진행한다. 단순히 전시 및 공연을 하기보다 행화탕에 머무르고 사유하면서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경험을 풀어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매장 내부에 작품이 있고, 작은 책꽂이에 예술, 공연예술 출판사 1도씨 출판물을 볼 수 있다. 행화탕 자체 커피 만드는 체험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다. 오랫동안 목욕탕에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면, 이젠 카페로 동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아지트 역할을 한다.
커피를 주문하고 공간을 둘러봤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때 밀었던 침대(?)와 보일러실 등을 통해 행화탕 예전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전 행화탕 사진이 있었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탕이 있던 자리는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타일과 간판이 남아있었다. 반신욕 라테 중에서 밍물탕을 주문했다. 과자가 녹으면서 서서히 단맛이 나는 커피다. 과자 역시 목욕탕에서 반신욕을 즐기는 것처럼 되어 있어서 귀여웠다. 커피를 쟁반 대신 바구니에 넣어서 줬다. 작은 디테일을 챙길 때 한 번 더 웃을 수밖에 없다.
동네 목욕탕에도 평상이 있었다. 엄마보다 먼저 준비를 끝내면 난 평사에 앉아서 맥반석을 먹고 바나나 우유를 마셨다. 행화탕도 좌식의자로 가볍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등받이가 없어서 조금 불편함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괜찮았다. 수건으로 된 메뉴판도 있다.
컨셉을 정하면 그 컨셉으로 공간을 풀어나가야 한다. 왜 이 컨셉을 정했는지 이야기가 있어야 마케팅할 때 명확하게 스토리를 전할 수 있다. 행화탕처럼 공간이라면 이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면 좋겠는지, 사람들에게 이 공간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어떻게 인테리어하고 어떻게 홍보하면 컨셉을 더 명확하게 보일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동네 한 곳에 자리 잡은 예전 행화탕처럼 동네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예술로 목욕하는 날] 프로젝트로 극단과 시각예술작가가 실제 아현동 토박이었던 주민 한 분의 일생을 리서치하여 결과물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주민 아지트 역할까지 하고 있다. 컨셉역시 명확하여 사람들에게 "목욕탕 카페"라는 공유하기도 하고,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컨셉을 풀어내는 방식이 재미있었던 카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