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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Jan 28. 2020

방구석 세계여행

우한 폐렴 때문에 칭다오 여행을 취소했다.

아쉬운 대로 코타키나발루 항공사진으로...


칭다오 여행을 계획했다. 어떤 걸 볼지 보다 어떤 걸 먹을지 결정했다. 먹고 싶은 게 많다 보니 아침 먹자마자 점심을 먹어야 할 판이었다. 위는 부담을 느꼈겠지만, 나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몇 주 후 우한 폐렴이 실시간 검색 순위에 올랐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 점점 심해지더니 사망자와 감염자 수가 날이 갈수록 늘었다.


매일 코로나 바이러스와 칭다오 상황을 검색했다. 칭다오는 아무 문제없다는데, 이 말을 믿고 싶으면서도, 무서웠다. 결국 여행을 취소했다. 아쉬운 마음에 꿔바로우를 먹기로 했고, 평소 가고 싶었던 홍콩 식당을 찾았다. 하필이면 내가 간 날에 꿔바로우가 없어졌다고 한다. 망할. 나한테 왜 그래.



여행을 이렇게 포기할 수 없었다. 우린 호캉스 하기로 했고, 괜찮은 호텔을 몇 시간 동안 찾았다. 그리고 언젠간 가겠다고 다짐했던 네스트 호텔을 예약했다. 난 생각보다 단순한 것 같다. 네스트 호텔을 예약하자마자 기분 좋아진 걸 보면. 미리 싸 둔 캐리어에서 짐 몇 개를 꺼내 친구와 만났다. 마트에서 칭다오 맥주와 각종 세계맥주를 구매했다. 호텔 침대에 누워 맥주로 세계 여행하자며.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 문을 열었다. 방은 따뜻했고, 아늑했다. 낮은 층이지만, 상관없었다.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니까. 낮에 사 온 세계 맥주를 냉장고에 넣고, 칭다오만 꺼내 앙버터와 함께 먹었다. "여긴 칭다오다 칭다오다" TV를 틀었더니, <걸어서 세계 속으로>가 방영하고 있었다. 각 세계 여행지를 보여주다 보니 우리는 호텔에 누워 자연스럽게 세계여행을 할 수 있었다. "우리 세계여행 중인데, 지금 베트남이야" 친구들은 우리에게 미쳐 가나고 물었다. 어쩌면 맞을지도.



잠시 한국으로 돌아와 조개구이집에 갔다. 칭다오에서 생선과 가리비 요리를 먹기로 했기 때문에 조개구이를 선택했다. 직원분은 친구와 나를 보면서 '소'짜를 추천 했지만, 우린 거절하고 '중'과 칼국수를 주문했다. 직원이 물었다. "많이 드세요?" "네.." 조개를 좋아하지만, 비싼 편이어서 자주 먹지 못 했다. 그래서 조개가 입을 벌려도 먹어도 되는지 의심하면서 먹었다. 조개가 튀기기라도 하면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 요란스럽게 먹어서 금방 지쳤지만, 해산물은 역시 맛있다.


비가 왔다. 친구들이 나와 여행할 때 우산을 필수로 챙길 만큼, 나는 비를 부르는 사람이다. 친구 역시 예상했다면서 괜찮다고 했다. 계속 안 오다가 우리가 호텔로 갈 때쯤 오는 게 신기하다. 내가 진짜 비를 부르는 건가.



호텔에 들어가 씻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이불속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사그락 사그락 거리는 이불 소리가 좋고, 이불을 목까지 올렸을 때 온몸이 따뜻해지는 것도 좋다. 포근함에 잠들 것 같지만, 우리가 사 온 맥주를 반도 마시지 않았다. 칭다오 맥주박물관에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꿀땅콩 대신 아몬드를 구매해서 맥주와 먹었다. 허니라서 그런지 달달하네.


그때 <맛있는 녀석들> 블라디보스토크 편이 방송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이 한 입 먹을 때마다 입을 같이 벌렸고, 맥주 한 모금 마셨다. 씁쓸. 벌써 저녁이 됐다. 자야 할 시간인데, 자는 게 아까워서 다른 여행 방송을 찾았다. 이번엔 <극한 직업> 영화를 틀었고, 우린 치킨을 주문했다.



아쉽긴 해도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 여행하는 게 좋다. 불안에 떨며 여행하는 건 마음조차 편하지 않으니까. 오랜만에 뒹굴거리면서 쉬었고, 칭다오 여행에서 계획한 음식과 비슷한 음식을 먹으면서 나름 만족해했다. 나쁘지 않았다. 다행히 항공편과 호텔은 무료 취소가 가능했다. 비자, 비자사진, 유심과 환전이 아깝긴 해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 다. 안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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