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만의 휘게 라이프

by 매실

지금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삶의 방향

이렇게 하고 싶다 저렇게 하고 싶다고
꿈을 갖는 것 자체는 나쁜 것은 아니지만
꿈의 노예가 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뭐랄까.
지금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분명 그렇게 말했었죠?

- 한 여름의 판타지아 영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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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쓸 때만큼은 솔직해질 수 있다. 그 솔직한 시간을 좋아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글을 잘 쓰고 싶어졌고 그럴수록 방향을 잃어갔다. "내가 글 쓰는 재능이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잘 하고 싶었을 뿐인데. 위축됐다. 시간이 필요했다. 조금 더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 여행을 떠났다. 치앙마이로. 그곳의 시간은 한국과 다름없이 흘렀지만 기분이 달랐다. 뭐든지 천천히 흘러가는 기분. 그 나른함이 좋아 늦잠 잤고, 창문에 기대서 걸어가는 사람들을 지켜봤으며 기분에 따라 여행했다. 치앙마이에서 한 달의 시간 동안 보내면서 내린 결론은 없다. 그냥 잘 쉬었다. 그때 느낀 그대로 기록하려 했다. 하지만 어떤 글을 써도 설명되지 않았다.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무리 글로 설명한다고 해도 이것은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하든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무언가를 잘 하기 위해 고민하는 건 좋다. 하지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건 경험 부족이 아닐까? 더 많은 감정을 느끼다 보면 그 감정을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순간을 그대로 즐기는 일이다.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보니 내가 여행하고 싶은 이유를 알 것 같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지금 있는 그대로도 좋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 가끔 내가 잘 살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있으니까. 내가 판단하기 어려우니 상대방 입을 통해 "잘 살고 있어"라고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계속 쫓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현재를 놓치지 말라는 말이 좋았다. 내가 정의한 만족의 기준에 맞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오늘을 잘 보내기 위해서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그렇게 쌓인 하루하루가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리라 믿으며.




나를 더 잃어가는 기분

고등학교 때부터 자주 듣던 말이 있다. '역마살' 지금은 잘 듣지 않는 말이 되었다. 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고 시간도 필요하다. 시간은 많지만 돈이 없었다. 돈은 없으면서 왠지 여행하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더 큰 게 문제다. 친구들은 어느 정도 돈을 모았는데 내 적금통장엔 20만 원뿐. 그래서 돈을 모아야 할 것 같고 일을 시작해야 할 것만 같다. 씁쓸해졌다. 예전과 다르게 겁이 많아졌고 패기까지 사라진 기분이었다. 나를 더 잃어갈 것 같았다. 이를 핑계삼아 적금 통장을 해지했다. 제주도 비행기 표를 구매했다. 다가오는 시간을 기대하며 매일같이 날씨를 확인했다. 기온이 떨어지거나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할 때마다 우리가 갈 때쯤이면 조금 덜 춥고 날이 좋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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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가는 새벽 비행에 올랐다. 이상하게 여행 가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냥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기분뿐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잠이 덜 깬 채로 멍한 기분 때문일까. 운 좋게도 구름 속에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너무 가까워서 직접 보긴 어려웠지만, 주황색 빛이 예쁘다고 들썩거렸다. 바람이 꽤 불었다. 비행기는 계속 흔들렸고 우리는 멀미할 것 같다면서도 사진을 계속 찍었고 잠을 청하기도 했다.


집에만 있으면 이상하게 답답했다. 특별한 약속이 없을 때면 억지로 무언가를 사러 가거나 집 앞 카페에 가거나 버스 타고 한 바퀴를 돌고 오기도 했다. 그래서 이렇게 갑자기 비행기 표를 구매하거나 어디론가 잘 떠나곤 했었다. 친구들은 “역시 잘 돌아다녀” 혹은 “오늘은 어디가?”라고 묻곤 했다. 이제 나를 역마살이라 소개하지 않는다. 요새 뭐하냐는 질문에 “그냥 집에 있어”라고 답할 뿐. 외출을 좋아했던 내가 어느 순간 나가는 것보다 집에서 쉬는 것이 더 편해졌다. 물론 집이 편한 것도 있지만 집 밖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 내가 왜 이 시간에 여기 있는지 설명해야 해야 하고 그럼 또 불안 해질 테니까. 모든 것이 귀찮았고 지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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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불안한 마음은 늘 있었지만 나를 위한 시간도 있었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어떤 일을 잘 하는지 등. 한때 집에만 있던 그 시간이 괴로웠지만, 내 마음을 다스릴 방법을 찾고 있다. 내가 어떤 일을 했을 때 기분이 다시 좋아질 수 있는지. 조금씩 여유를 되찾고 있다. 돈이 없어도 나를 다시 역마살이라고 소개할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다. 집 앞 카페가 될 수 있고, 조금 아껴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기차나 비행기 타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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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제주도다. 여기서 좋았던 두 가지 순간이 있다. 첫날에 사려니숲길에 갔다. 걷는 걸 좋아하는 나는 이 일정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아침에 내린 비로 인해 풀과 흙냄새를 맡을 생각에 더 들떴다. 소요시간을 보니 약 3시간. “뭐 3시간쯤이야” 사람은 별로 없었고 흙과 나뭇잎을 밟으면서 나는 소리와 바람 소리도 들렸다. 다행히 날이 좋았다. 춥지 않았고 오히려 더웠다. 걸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그때 노루가 지나갔다. “여기서 노루를 보다니 우린 진짜 운이 좋아” 겨울이라 나뭇가지만 보였다. 이 길을 걸으면서 봄이면 꽃냄새가 날거라, 여름엔 온통 초록색일 거라, 가을이면 단풍나무들로 온통 자줏빛 일 거라 상상했다. 우리보다 뒤늦은 출발을 하셨던 어른들은 우리를 지나쳐 올라가셨다. 그 뒷모습이 너무 당당하고 씩씩해 보여 사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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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굴이 조금 더 탔어요.
거울 속 모습이 낯설 때가 있어요.
나는 침묵이 더 편해졌어요.
나무들과도
벌레들과도
더 친해진 것 같아

-루시드 폴 [안녕] -


둘째 날에 평대리 해변 카페에 갔다. 잔나비의 [SHE] 앨범이 들렸다. 좋아하는 노래라서 음악을 주제로 친구와 대화했다. 자연스럽게 친구가 좋아했던 제주도 가수 윤영배 노래를 듣고 내가 좋아하는 루시드폴 [모든 삶은 작고 크다] 음악을 들었다. 제주도에서 살면서 썼던 가사와 곡들이다. 손님이 들어오면서 대화 소리에 음악이 잘 안 들렸지만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주변 소음보다 음악에 더 귀 기울이게 됐다. 제주도에서 살면서 나무와 벌레들과 친해지다니. 그의 표현에. 그가 생활하면서 만났을 모든 순간이 상상됐다. 큰 창문을 통해 바다를 볼 수 있는 덕에 감성이 더 풍부해졌다. 너무 좋았다. 안에서 바깥 풍경을 보면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떠나면 안 될 것 같다고 합리화했다. 지금은 아니다. 그 순간에 집중한다. 그게 꼭 먼 곳이 아닐 수 있으니. 오늘도 집 앞에 있는 카페에서 카페라떼 한잔 해야겠다. 난 가치관이 필요했던 것 같다. 어떤 선택을 하기 앞서 내가 정한 가치관에 맞게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그 가치관을 '지금 이 순간'으로 정했다. "이 일을 하면 나중에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보다 "이거 하면 지금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에 더 집중하기로. 나를 항상 괴롭혀왔지만 이제 나를 풀어주려 한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월간심플 1월 '휘게라이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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