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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Jul 07. 2020

내가 원래 일하려고 했던 이유가 있었지

주말마다 가는 카페가 있다. 사장님과 내 취향이 닮은 듯 인테리어부터 각종 소품까지 다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음악까지. 이곳에 오면 편안했다. 써지지 않던 글도 잘 써졌고, 살기 위해 마셨던 커피가 아닌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분위기와 음악, 커피뿐만 아니라 이곳이 좋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사장님. 카페는 주로 손님이 있을 때만 분주하고, 손님이 없을 때는 앉아서 핸드폰 하거나, 노트북 하는 사장님이 많다. 반면 이곳 사장님은 5분 이상 앉아있는 걸 보지 못했다. 원두를 체크하고, 청소하고, 로스팅하거나 화분에 물 주는 등 늘 바빠 보였다. 사장님을 힐끔 쳐다보면서 생각했다. "정말 열심히 사신다" 사장님을 보면 나도 열심히 살고 싶어 진다.



프리랜서 경제의 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회사를 선택했다. 다행히 지금까지 다녔던 곳보다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하는 일도 재미있었다. 거리는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직장 동료들과 편하게 지낼 수 있다면 거리 정도는 문제 되지 않았다. 회사를 출근하고, 일주일 뒤에 출장을 갔다. 그곳에서 영상 촬영 팀장님을 만났다. 영상은 결과물을 잘 보여줘야 하며, 회사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대충 촬영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눈치껏 쉬면서 일하는 사람도 많다. 반면 팀장님은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우리 모습을 담았다. 좋은 영상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요새 자기 업에 집중하는 사람이 눈에 띈다. 아마 쓰기 위해 돈 버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이들처럼 재미있게 일하면서 돈까지 버는 일을 하고 싶어서 그런 걸 지도 모른다. 그동안 자기 업에 만족감을 느끼며 일하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 "돈 주니까 하는 거지"라고 말하며 일하는 사람만 봤을 뿐. 사명감을 잃은 사람이 많았다. 열정이 넘쳤던 나 역시 그 속에서 지내다 보니 하나 둘 의욕을 잃어갔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제안을 계속 거절당하면 "시키는 대로" 일하게 된다. 그 속에서 무료하게 일하다 보면 회사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잃어 가고, 결국 회사까지 그만두게 된다. 반면 지금 내가 일하는 곳과 내 단골집 카페는 다르다.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어도 알 수 있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성실히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좋은 정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카페 사장님과 영상 촬영감독을 만나면서 다시 업에 대한 열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좋은 직장 동료를 만났다. 이제는 친구들이 먼저 묻는다. "지금까지 아무 말 없는 거 보면 이번 회사는 괜찮나 보다?" 조금 더 다녀보면 다른 이야기가 나올지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괜찮게 일하고 있다. 이 마음마저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내 업에 있어서 잘하고 싶다. 그것도 재미있게. 잘하고 싶은 마음을 잃고 싶지 않다. 스타트업인 만큼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함께 위기를 해쳐나가며 더 좋은 회사, 사람들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전하는 기업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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