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싫은데, 혼자가 좋다

by 매실

언제부터인가 혼자가 편해졌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여행 가고, 혼자 카페 가는 그런 일상. 상대의 기분과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되며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고 즐길 수 있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하나둘 혼자 하다 보니 누군가와 함께 하는 자리가 어색할 때가 많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기를 빼앗기는 경우도 있고. 불안했다. 앞으로 계속 누군가와 있는 게 불편해지면 어떡하지?


반면 혼자 있기 싫을 때도 있다. 그럴 땐 외로움을 감추기 위해 TV와 라디오를 켜놓곤 했다. 혼자 있는 게 편한데, 신기하게 말하는 건 좋아한다. 친구랑 함께 살 때도 "말해도 돼?"라고 물으며 수다를 시작했다. 이렇게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왜 혼자가 편할까. 가끔 나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 친구 역시 집순이라 집에서 뒹굴거리는 시간과 말하는 걸 좋아했다. 생각해보면 우리 둘 다 귀차니즘 때문이 아닌가 싶다. 놀러 가고 싶은데, 그 과정이 귀찮아서 엄두가 안 나는 그런 상황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나는 혼자가 좋지만, 혼자가 싫다. 사람을 만나지 않다 보니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어색한 공기가 흐를 땐 어떤 말을 건네야 하는지, 상대의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면 좋을지 말이다.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혼자가 편한가 보다. 혼자 있을 땐 주로 그날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먹고, 읽고 싶은 책을 마시며, 커피나 차를 마신다. 갑자기 걷고 싶으면 산책도 하면서. 혼자라고 해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다. 남들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데, 그냥 혼자일 뿐이다. 목이 늘어난 잠옷을 입고 머리를 긁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처음부터 이런 사람은 아니었다. 난 늘 소속되는 걸 좋아했다. 여기저기 모임도 참여했고, 피곤하더라도 친구가 만나자고 하면 무조건 달려가곤 했다. 지금은 아니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내 감정을 속이는 일이 제일 힘들었다. 동의하지 않는 말에 웃거나, 내 힘듦 상황을 공감해주기보다 상처되는 말을 들으면서. 조금씩 사람에 겁나기 시작했고, 그렇게 혼자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사람으로 상처 받았을 땐 혼자의 시간으로 상처가 아물어지기도 했다. 혼자 생각할 시간도 많아졌고, 내가 좋아하는 시간을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다. 내 주변에 상처 주는 사람만 있었던 건 아니다. 정말 나를 위해주고 걱정해주는 친구도 많았다. 그때부터 내 진짜 친구들을 만났으며 피곤하면 약속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내 주변에 사람이 없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진짜 사람만 남았다. 이래서 혼자의 시간을 보낸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까지 잘 보낼 수 있나 보다. 내가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사람 관계에 힘듦을 느껴서 인지, 그런 사람을 볼 때면 더 마음 쓰였고, 먼저 다가가기도 했다. 영화 <미스 스티븐스>에서 빌리가 말했다. "얘기할 사람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정말 그렇다. 나는 혼자의 시간을 보냈기에 나와 닮은 사람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고,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최근에 본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사람은 약하기 때문에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거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나도 혼자의 시간을 보내면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친구와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함께 하는 시간 속 즐거움을 느끼며 삶의 균형을 맞추곤 한다. 결국 나는 혼자 살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매일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또다시 상처 받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지금처럼 혼자와 함께 하는 시간의 균형을 맞추며 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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