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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Oct 20. 2020

설마 짝사랑이 시작된 걸까요?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한 것처럼 가슴이 뜨겁기도 하고, 요란스럽게 가슴 뛰진 않지만, 찌릿한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유독 한 사람을 보거나 그 사람을 생각할 때면 이렇다. 먹고사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 누군가를 좋아해 본 지도 오래전 일이다. 그 사이 혼자가 편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카페인으로 인한 두근거림인지, 좋아해서 생긴 감정인지 헷갈린다. 아는데 받아들이기 싫은 걸지도 모르고. 문득문득 떠올라 혼자 실실 웃기도 한다. 이상하다. 아무렇지 않게 보던 사람이 갑자기 달리 보인다는 게. 요새 친구들이랑 가을 탄다는 말을 자주 한다. 원래 가을 탔지만, 올해는 집에 있는 시간이 유독 많았던 탓에 우울과 기분 좋음이 시도 때도 없이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가을 감성 때문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진 건 아닐까.


그 친구는 마치 "나 좀 봐줘"라고 말하듯 평소에 하지 않았던 행동을 내게 했다. 관심 주지 않을 땐 나도 모르게 괜히 심술부렸다. "거, 궁금한 게 없더라도 좀 궁금해주지" 물론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지금쯤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그 친구는 내가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한지 알고 싶고. 그럴 수 없어 지난 시간 동안 나눈 대화를 읽고 웃기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같이 있을 때면 신경이 온통 그쪽을 향하고 있고 말 한마디라도 걸기 위해 대화거리를 찾아내려 애썼다. 어째 점점 유치해지는 나다. 그 친구가 온다고 하면 거울을 유심히 보고, 나도 모르게 이상한 말을 하면 너무 쓸데없는 질문이었다며 혼자 후회하고, 좋아하는 게 티 났을까 봐 걱정하면서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면서. 뭔가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복잡하게 섞여있다. 서먹하고 어색한 기류가 흐를 때도 알쏭달쏭한 희미한 미소를 건네면서 내 감정을 감추지 못한 채로.


그 친구의 행동을 계속 떠올리며 "좋아하는 게 아닐까?" 혼자 "맞네 맞네" "아닌가?"라고 소설 쓰고 있다. 무심하게 챙겨주거나 설레게 웃는 그. 때때로 바보 같아 보이는 그를 보며 나도 웃곤 하는데 이 기분이 나쁘진 않다. 이렇게 글로 쓰다 보니 좋아하는 게 맞나 보다. 내 이상형과 거리가 있는 편인데, 역시 상대에 따라 이상형은 바뀌는 법인가. 연애할 때도 좋은데 요새는 이런 감정이 더 좋다. 혼자 속앓이하고 그의 행동에 좋다고 설레는 그런 감정.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이런 말랑말랑함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 설렘을 가장한 착각일 수 있지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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