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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Nov 09. 2020

내 능력에 위축된 나날들

이제, 리더 준비해야지


이사님이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듣고 잠깐 조직을 이끄는 상상 했는데 설레었다. 이를 보면 난 일에 욕심이 없진 않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라는 달콤한 말인 걸 안다. 더 열심히 하고 싶어 져서 평소보다 더 업무를 꼼꼼히 보려 했다. 이런 마음과 달리 잘하고 싶은 마음보다 서투른 모습이 더 컸다. "왜 이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을까, 어떻게 이런 실수를 했을까." 이런 나날이 많아질수록 이런 것조차 해내지 못하는 내 능력에 화가 났다. 리더 이런 걸 떠나서 이런 작은 거 하나 체크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내가 너무 작아 보였다.


많은 업무량으로 직원을 뽑기로 했다. 면접에 같이 들어가자는 말씀에 지원자의 이력서를 꼼꼼하게 읽어봤다. 회사에 대한 관심도, 그동안 했던 업무, 포트폴리오. 지원자의 능력이 보였다. 안 그래도 작아진 내 모습이 더 작아졌다. 세상엔 나보다 나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보다 더한 도전을 시도하는 사람도 많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가진 사람도 많고, 업무에 욕심이 많은 사람 역시 세상에 널려있다. 비교하면 끝도 없는데 난 자꾸만 그들과 나를 비교해가며 내가 작아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우물 안 개구리' 속담을 몸소 흡수하고 있었다. 위축된 나는 점점 무기력해지고 물에 젖은 빨랫감처럼 축 늘어져있다. 자신 있게 내 의견을 제안했던 지난날들이 먼 옛날처럼 느껴지고, 상대방의 알쏭달쏭한 표정에 긴장돼 손에 땀이 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피드백이 평가처럼 느껴졌고, 하나하나 조심스러워지면서 점점 글쓰기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게 바로 업무 6개월 차 고민인가. 다들 고민은 많겠지만 거침없는 시도들을 볼 때마다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때도 있었는데 위축될 때만큼은 이상하게 내가 더 작아진다. 난 왜 저렇게 하지 못할까? 하면서. 오늘도 역시 위축되어 목소리가 작아진 채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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