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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Apr 11. 2021

잠 못 드는 밤, 난 왜 일을 하는가


분명 중요한데 바쁘다는 이유로 까먹는 게 있다.   일을 하는가. 물론 “먹고살기 위해서”라는 말도 답이 될 수 있다. 퇴사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억지로 사는 듯한 느낌이 들 때였다. 해야 하니까..라고 하면서. 그럴 때마다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이곳에서 쓰는 게 맞을까? 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이런 의문이 끊임없이 쏟아질 때 나름의 답을 찾으려 했지만, 찾지 못할 때 그만뒀다. 난 다른 이유로 일 하고 있었다.


나는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사람이다. 일할 때 잘하고 싶은 욕심이 앞서고, 의욕 가득으로 이것도 하고 싶어요!라고 적극적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근데 어느새 이런 일들이 줄어들었다. 점 점 시들어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를 잃어가는 과정에 놓여있다는 걸 알았다. 아직 일에 애정이 남아있어서 열심히 하려 하지만, 그 의욕을 자꾸 꺾으려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마다 무기력해진다. 회사가 아닌 그 사람의 취향을 찾아야 하고, 납득되지 않아도 납득된 척해야 하며,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모른 척해야 했다.


사실 이런 사람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기에 일하면서 내 욕심을 채우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은 휴무 혹은 퇴근하고 해왔다. 글을 쓰지 못하면 집에 와서 글 쓰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잦은 야근에 그마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때, 단계를 밟아가며 하고 싶은 걸 열심히 하는 사람을 봤다. 뒤쳐진 기분이었다.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사는 시늉만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하지만 생계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 없다며 그 마음을 외면했으니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다 보면 난 이미 무기력한 사람, 즉 하고 싶은 게 뭔지 잃어버린 사람이 되어있을 것만 같았다. 나를  잃어가기 전에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잠 못 드는 밤. 이런저런 생각이 들지만, 막상 어떤 결론을 짓기에는 섣부르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기엔 답답한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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