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살자
재미있게 살자
만날 때마다 사진 찍는 친구가 있다. 하나 둘 셋 하고 사진 찍으면 굳어 있는 내 미소가 어색하지만, 친구가 찍어주는 사진을 보면 어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내가 평소에 이런 표정을 하고 있구나.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는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다.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게
Q: 자기소개해주세요.
0입니다.
Q: 소개 끝인가요?
누군가에게 저를 소개하는 게 어려워요. 나를 이렇게 봐주세요 혹은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프레임을 씌우는 일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Q: 사진이 좋아서 찍고 있잖아, 언제부터 찍기 시작했어?
사진을 어떻게 찍게 되었는지 생각해봤는데 기억 안 나.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항상 나를 찍어줬어. 내가 어떤 걸 하고 어떤 모습이든 일상을 주로 찍어주셨어. 카메라도 있고 어떤 특별한 것보다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는 걸 보면 사진 찍는 게 당연했던 것 같아. 중학교 때 디지털카메라를 처음으로 구매했고 그걸로 친구들과 교실을 찍고 고등학교 때도 도서관이나 연못, 운동장을 찍고 다녔어. 그래서 동기가 기억나지 않는 것 같아. 너무 자연스러워서.
Q:카메라가 많나 봐? 내가 카메라 빌려달라고 했을 때도 여러 선택지를 줬잖아.
소니 nex3n 미러리스, 펜탁스, 빅 미니 F, 캐논 700d 등. 전자제품에 욕심이 많아. 화소가 달라서 예전에 구매했던 건 잘 안 쓰지만 DSLR 카메라를 사용하니까 렌즈 욕심이 생기더라고, 욕심날 때부터 구매하다 보니 많아졌어.
자연스러운 모습
자연스러운 일상
Q:생각해보니 네가 사진 찍는 게 엄마의 영향이 큰 것 같아.
응 그런 것 같아.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 갈 때도 꼭 카메라를 주셨어. 그땐 내가 잃어버릴 수 있으니 일회용 카메라로. 학부모랑 함께 갈 때는 우리 애 사진 좀 많이 찍어달라고 하시기도 했고. 내가 배경을 많이 찍어서 엄마한테 보여줬는데 배경이 아니라 사진에는 네가 있어야 된다고 하셨어.
Q: 지금은 어떤 사진을 주로 찍어?
달 사진이랑 축구사진. 일상사진도 찍고. 축구는 홈경기 있으면 대부분 가는 편이야. 그때도 축구선수가 멀리 있으니까 망원렌즈를 구매했지.
Q: 어느 팀 응원해?
수원, 우리 팀 선수 다 좋아해.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아. 2002 월드컵 영향이 컸어. 재미있었거든.
Q:중학교 때면 보통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아?
맞아. 그때 나 신화 좋아했어. 지금도 좋아하고. 신화랑 축구 둘 다 좋아했어. 그때는 축구를 좋아해도 갈 방법도 모르고 돈이 없어서 TV로 주로 봤고, 신화는 따라다니면서 많이 찍었지.
Q:출사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일 있어?
최근 제주도에 환상 숲에 갔을 때. 장소가 좋아서 기억에 남는 것 같아. 가장 최근이기도 하고. 난 어느 곳에 사진 찍는다의 개념보다 내가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있어서 찍고 싶을 때 찍는 편이야. 마음먹고 어디에 간 적은 없어. 아, 전 남자 친구랑 영화 보러 갔는데 무대 인사를 한 거야. 가방에 카메라가 있어서 찍었어. 너무 좋았어. 카메라 들고 다니길 잘했다고 생각했어. 박해일이랑 신하균을 봤거든.
Q: 요샌 필름 카메라를 주로 쓰잖아.
필름 카메라로 찍으면 더 옛스러움이 묻어날 것 같아서 좋아. 그래서 주로 간판이나 거리를 찍고 있어. 진짜 오래된 걸 수도 있고 콘셉트일지 모르지만, 그 옛스러움이 좋아. 우리 동네가 옛스러움이 잘 묻어있는 곳이야. 그래서 필름 카메라로 더 찍게 돼. 사진을 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내가 한 집에 이사하면 10년씩 사는데, 어렸을 때 찍은 사진을 보니까 이사해도 가구나 벽지 같은 구조가 다르지 않은 거야. 그 사진을 보면서 엄마랑 너무 웃기다고 얘기했었어. 가구는 그대로인데 사람만 컸다고. 나중에 사진을 보면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
Q: 자연스럽게 사진 찍기 시작했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네가 찍고 싶은 걸 찍고 있잖아. 사진으로 너를 표현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냥 재미있어서 시작한 거라 그런 심오한 것까진 생각하지 않았어.
Q:사진 찍으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뭐야?
초점 맞게 찍는 것. 필름 카메라는 정중앙에 들어오게 찍고 DSLR 카메라 초점에 맞게 선명하게 찍으려 집착해. 내 마음에 안 들면 계속 찍어. 초점이 맞아야 예쁠 것 같거든. 그 어떤 걸 최대한 예쁜 모습을 찾고 담으려고 해.
Q:그렇게 같은 모습을 여러 개 찍고 보관해도, 나중에 잘 안 보게 되지 않아?
아니, 내가 좋아하는 장면을 찍고 인화하고 앨범으로 남겨. 이 사진을 보면 누구랑 어떤 음식을 먹었고 어떤 대화를 나눴으며 여긴 어디인지 다 기억나. 내가 장소에 대한 기억력이 좋거든. 다른 사람 사진도 인화해. 하나 둘 셋 하지 않고 그냥 뭔가 찍을 준비를 하거나 다른데 보고 있으 때 몰래 찍어. 그리고 그것도 앨범에 넣어. 자연스러움이 좋아서.
Q: 사진이 엄청 많을 것 같은데 그 사진은 언제 봐?
핸드폰이나 카메라에 있는 사진을 컴퓨터에 옮길 때 그전에 찍은 사진을 봐.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은 보는 것 같아. 난 카테고리별로 구분하지 않고 시간별로 구분해. 순서대로 보면 그때를 알 수 있어. 사진 폴더에 날짜랑 뭘 했는지 간단하게 정리하기도 하고. 또 그 사진 보면서 이날 이런 게 좋았지, 이 음식 맛있었는데 이런 생각을 많이 해. 보다가 문득 그 맛이 생각나면 다시 가게 되고. 컴퓨터 정리를 하면서 보니까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
Q: 네 모습은 어떻게 찍어?
난 일 년에 한 번 여름에 증명사진을 찍어. 나를 친구가 찍어줄 수 있지만 꾸며진 모습인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증명사진은 정해진 사이즈에 정면 사진이라 좋아. 세월이 보여서 더 좋고. 그때 한 머리스타일이나 옷 같은.
재미있게 살자
Q: 앞으로도 일상 사진을 주로 찍겠네?
어딜 가도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때문에 사진을 많이 찍어야겠다는 강박이 있어. 의미 없이 찍더라도 좋아. 사진 찍는 게 재미있거든. 요샌 평일에는 카메라를 잘 안 들고 다녀. 회사만 가니까. 이미 다 찍어서 찍을 게 없단 생각? 대신 계절이 바뀌면 들고 다녀. 예전에 어떤 사진을 봤는데, 매일 강 아래를 찍었고 그걸 한 장으로 합쳤는데 너무 예쁜 거야. 밤이든 낮이든 여러 불빛이 섞여있고. 이걸 보면 이처럼 찍고 싶단 생각도 해.
Q: 부모님과는 서로 바빠서 사진 찍는 일이 줄어들지 않아?
생일 때도 핸드폰으로 다 같이 찍어. 사진을 익숙하게 생각하는 집인 것 같아. 아빠도 셀카를 찍어서 자주 보내줘. 옛날 사진 중에 옆집 친구랑 치킨 먹으면서 찍은 사진이 있는데, 무슨 날이 아니라 밥 먹는 사진이 찍고 일상 사진을 보면서 더 좋았어.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고 그걸 보관하고 그 분위기를 기억하는 게 좋아. 못 나온 사진도 안 지워. 그래서 앞으로도 이런 사진을 많이 찍을 것 같아.
Q:잘 살고 있는 것 같지만 물을게. 요새 생활은 재미있어?
재미있어. 최근에 혼자 제주도에 간 것도 좋고 (남자 친구) 이별해서 좋았어, 모든 같이 해야 한다는 게 싫었거든. 그걸 벗어나서 좋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지. 뭐라 하는 사람 없고. 지금은 혼자가 좋아서 비혼을 꿈꾸기도 해. 진짜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모르지만, 비혼이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재미있게 산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사실 내가 사진을 잘 찍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긴 싫지만.
Q: 하고 싶은 말 있어?
친구를 만날 때마다 '재미있게 살자'는 말을 많이 해. 어떤 일을 하다가 재미없어진다면 그 일을 계속할지 말지 선택은 할 순 있잖아. 이왕이면 재미없는 일보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살자고 말하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다 보고 죽자'라는 말이 있어. 최대한 재미있는 걸 하면서 다 보고 살자라고 생각해. 전엔 나도 스트레스 많이 받고 살았어. 첫 직장에 3년 동안 있었는데, 일이 너무 재미없었지만 참고 버텼거든. 그땐 내가 경험도 없었고 다른 사람들도 다 일을 하니까 나도 해야 된다고 생각했었어. 결국 일을 그만뒀지만. 일을 그만두고 힙합 음악을 많이 들었어. hwaji 음악. 이 사람도 이렇게 사는데 나도 이렇게 살아도 되지 않나 싶었고, 가사가 너무 좋아. 가사에 있는 모든 메시지가 나에게 하는 말 같이 공감되고 좋았어. 그래서 요즘 내 성격이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아. 최근에 만난 친구가 나한테 "예전에는 사람에게 벽을 많이 쳤는데 지금은 좀 편해진 것 같아"라고 말하더라고.
월간심플 4월 '필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