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밤레터 <사랑이 사랑이기 이전에> 도서 리뷰
가장 좋으면서도 가장 슬픈 것. 극과 극의 감정이 공존하는 게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싶다. 뜨겁게 사랑하다가도 서서히 식어가는 나와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며 이별을 준비하고, 마음의 무게를 재지 않고 마음껏 사랑을 표현하고, 외로움이 싫어서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사랑의 방식은 참 다양하다. 우린 사랑이란 두 글자에서 기쁨, 슬픔, 외로움, 우울, 불쌍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 문득 사랑하고 싶고, 정리하고 싶어서 이번 주제를 사랑으로 택했다. 추천 책은 <사랑이 사랑이기 이전에>이다.
당신의 사랑은 어떤가요?
<사랑이 사랑이기 이전에>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봤다. 난 주로 비겁한 쪽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나도 모르게 비겁해진다. 이번엔 내가 제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상대의 입장보다 내가 받을 상처가 더 걱정돼 자꾸 모나 진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자꾸 마음과 다른 행동을 하면서. 가령 보고 싶다고 말하면 될 것을 "피곤하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솔직함을 자꾸 뒤로 미루는 나를 볼 때마다 나 자신이 밉기도 하다. 분명 후회할 걸 아는데도 내 생각과 다르게 말하는 게. 사실 처음부터 이런 사람은 아니었다. 좋아하면 티가 많이 나는 사람이었다. 나 빼고 온 동네 사람이 알 정도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한 만큼 상대에게도 무언가를 자꾸 바랐다. 나를 좀 더 안아주기를, 내 이야기를 좀 더 들어주기를, 함께 있어주기를. 하지만 사랑은 영원하지 않으며 마음의 크기가 같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상대를 좋아하면 할수록 나는 좀 더 외로워졌다. 나는 자꾸 작아져갔다. 그 뒤로 난 비겁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분명 사랑을 꿈꾸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사람처럼 늘 벽을 쌓고 있었다.
사람은 본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된다.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도 나를 모르는데, 어떻게 상대가 나를 알 수 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상대를 정의 내리려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대화를 하다 보면 느낀다. 이 사람과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겠구나. 좋은 연인이 되겠구나. 그런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나도 모르게 벽을 만든다. 상처 받기 싫어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런 나의 애매한 행동에 상처 받고 떠난 사람도 있고, 화를 낸 사람도 있고, 안타깝게 바라본 사람도 있었다. 나도 안다. 이런 나를 붙잡아줬으면 하는 마음의 소리를 내뱉지만, 그 소리는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당장 내일 일도 모르면서 이 사람과의 먼 미래를 예측하며 무언가를 대비할 뿐. 처음엔 이런 대비가 나를 위함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잘해주지 못한 만큼, 잘 표현하지 않은 만큼 후회스러웠고 오랜 시간 미안한 감정이 머물렀다. 이때부터 혼자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며 혼자 취미를 즐겼다. 불편할 줄 알았던 혼자의 시간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했고, 상대가 아닌 나를 좀 더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그 뒤로 나의 시간과 상대의 시간을 배려하기 시작했다.
아침이 다가온다고 말하기 위해서 긴긴 불멸의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 모두가 이 밤을 두려워할 때, 나는 동트는 아침보다는 긴긴 그 밤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어둠과 빛의 완전체로 살아가고 싶다.
<사랑이 사랑이기 이전에> 중에서
확신이 들기 전에 상대의 장점과 단점을 본다. 단점을 커버할 만큼 장점이 좋다면 확신이 없더라도 노력해볼 마음이 생긴다. 조심스럽게 머뭇거리며. 머뭇거림은 창피함 때문일까. 또다시 남겨진 외로움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일까. 뭔가 모를 불안이 자꾸 나를 휘감으며 상대 혹은 내 마음의 확신을 찾으려 타이밍을 본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사랑의 기대 심리가 줄어든다. 내가 상대를 좋아하는 만큼 상대가 나를 좋아할 순 없는 건데 자꾸만 내 마음을 감춘다. 다들 나처럼 사랑 앞에 작은 불안의 씨앗을 키우고 있을까? 그 불안을 잠재울 만큼 이 사람과 함께 하고 싶으면 그 불안을 잊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의 크기만 커지는 것이다.
세계를 구축하는 모든 힘의 중심에는 마음이 지탱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심장에 우주가 있지 않고서야 서로를 당겨 우리라고 불러보는, 서로에게 다가가 울고 웃으며 매달리는 이 신비한 힘을 아무도 설명할 길이 없다. 느껴지는 그리하여 자꾸만 이끌리는, 그것을 또 한 번 믿어 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랑이 사랑이기 이전에> 중에서
나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친구처럼 장난치고 속마음을 들어주고 꺼내면서 좀 더 가까워지고, 취미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사람. 화가 나면 그 자리에서 풀려한다. 반면 상대가 나를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면 눈치 보며 가슴앓이하다가 조금씩 마음을 멀리하려 한다. 이 사람이라고 확신하면 표현을 잘하지 못했던 내가 다른 사람이 된다. 가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올인하면서. 이 사랑의 방식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이런 사람이니 부정할 수도 없다. 두려움에 자꾸만 작아지는 내 모습에 지레 겁먹으며 모든 걸 차단하고 싶진 않다.
윤선아가 되기로 하고 결심했잖아
겁쟁이 은오는 버리기로 했잖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내가 하고 싶은 거
그거 다 해보자고 결심했잖아
매일매일 파티하는 것처럼 살겠다고 생각했었어
내 마음 막을 필요 없잖아
-도시남녀의 사랑법
나에게 확신을 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전에 받은 상처를 잠시 잊으며 사랑을 다시 믿게 된다. 사랑하고 이별하다 보면 크고 작은 무언가를 느낀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나의 이런 말에 상대방이 당황하는구나 하면서. 좀 더 내 행동을 조심하면서 나의 모습을 천천히 보여주려 한다. 이제는 비겁하기보다 잘 뛰어가는 사람이고 싶다. 넘어지지 않고 해맑게. 보통 멀리서 사람을 보면 그 자리에서 손을 흔들며 기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있는 곳까지 뛰어가고 뛰어간 만큼 함께 걸어가고 싶다. 내 무의식 행동에서 사랑을 상대에게 전하고 싶고, 그 마음을 전해받은 상대에게서 사랑을 받고 싶다. 이별하더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사랑하기로 마음먹기 전까지는 이런저런 불안이 있겠지만, 사랑하기로 마음먹으면 불안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 싶다. 나의 시간과 상대와 함께하는 시간을 적절히 보내며 어른스러운, 안정감 있는 사랑을 하고 싶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면서.
당신은 건강한 사랑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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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밤레터> 중에서
문화예술을 리뷰하고, 그때 떠오른 생각과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