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무브 투헤븐> 드라마를 봤다. 떠난 사람의 마지막을 정리하고 하늘로 잘 이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남겨진 이야기를 전달하는 스토리.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된 사건, 고독사 등을 볼 때마다 죽음의 이유만 궁금했지 떠난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가 마지막까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는지는 궁금한 적 없었다. 드라의 원작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읽고 <무브 투헤븐>을 보면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계속 곱씹어봤다. 어렸을 땐 대부분의 죽음은 편할 거라 생각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살다가 침대 위에서 그동안의 삶을 떠올리면서 천천히 눈감는 죽음.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죽음은 많지 않았다. 아프거나 외로움에 못 이겨 홀로 생을 끊어내거나 타인에 의해 생을 끝내는 등 죽음은 다양했다. 왜 죽음을 한 가지로 생각했을까. 사람이 떠나고 남은 물건을 보면서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 그 물건 중에서 정말 중요한 물건만 담아 유품으로 정리한다. 그 속에서 살아온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까워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고독사가 의미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얼마나 고독하게 죽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고독하게 살았는가를 말해준다. 그 씁쓸한 삶이 고독사를 불러온다. 비워진 술병, 쓰레기 더미, 텅 빈 냉장고 먼지 앉은 바닥. 때로는 명품 의류와 번쩍거리는 보석들이 증거로 남는다. 삶의 의지를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들이 죽은 것은 아마도 더 이상 살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중에서-
가족에게 피해 주기 싫어서 병을 숨긴 아버지, 함께 산 할머니가 죽었는지도 모른 채 산 가족들, 죽음을 예상하고 남은 인생을 정리하는 할머니의 삶까지. 우리 모두에게 이야기가 있어서 모든 삶이 애틋하다. 그 행동이 어떤 의미였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에 슬프고, 애석하기도 하다. 보내줄 시간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죽음의 흔적은 슬픔이 되고, 어떤 사람은그 죽음보다 남겨진 재산에 눈이 멀기도 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해하지 못하는 삶도 있지만 저마다의 사연이 있으니 그냥 이해 못 한 채 넘길 수밖에 없다.
작년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해서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다. 이미 많이 아프셨던 터라 엄마와 이모들은 할머니를 보낼 준비를 끝낸 것 같았다. 주마등. 죽기 전에 살아온 삶을 빠르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살아있는 사람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다.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나비처럼 훨훨 날아오르지도 못한 채 마무리한 삶이 너무 안쓰럽기도 하고 혼자서 칠 남매를 잘 키워준 고마움 등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섞여있지 않을까. 할머니의 마지막을 배웅하러 온 사람들에게 애써 웃으며 맞이하셨지만, 발인할 때의 눈빛은 텅 빈 것처럼 보였다. 모든 걸 털어놓지 않고 혼자서 간직한 마음도 있기 때문에 엄마와 이모의 마음의 백 퍼센트 알 순 없다. 우린 늘 모른척하고 모르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후회하고 미안하고 고마워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사람들은 언젠간 죽는다. 다만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 이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바쁜 삶을 살면서 정작 중요한 것들을 내일, 다음으로 미루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후회한다. 후회하지 않은 삶이 있긴 할까.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후회한다면 조금 덜 후회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알면서도 자꾸 잊어버리는 게 문제지만. 한때 내 삶이 어둠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눈을 감아도 어둡고, 눈을 떠도 어두웠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 무거운 바위가 가슴에 박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포기하려는 마음보다 살아가겠다는 마음이 더 컸다. 자꾸 밖으로 나가서 내 이야기를 하고, 공감해준 친구들이 있었기에 까만 어둠에 조금씩 빛이 들어올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이런 어둠의 순간이 찾아올 거라 생각한다. 갑자기 무기력하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다거나, 이별이 힘들어서 이 힘듦을 끝내고 싶은 등. 스스로 벗어나기 힘들다면 도움의 손길을 찾아야 한다. 물론 그 손을 잡아줄 사람도 있어야 하고. 하지만 쉽지 않아서 늘 삶이 어려운 거겠지. 삶과 죽음은 늘 무거운 법이라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한다.
무심코 지나쳐온 다양한 죽음 속에는 언젠가 내가 맞닥뜨릴지도 모를 하루가,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겪을지도 모를 오늘이, 지금 내 옆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한다.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