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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Jan 07. 2022

나를 지키기 위해 내 감정을 내려놨다

나는 내가 도덕적인 사람이라곤 생각하진 않지만,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근무시간에 딴짓하면 불편하고,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면 불편하고, 헤어진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불편하고. 지금 생각하면 그 불편한 행동을 왜 하지 않았는지 그게 더 불편하다. 다음날 내 간이 어떨지 걱정 말고 술도 진탕 마셔보고, 헤어지고 받았던 고백을 그냥 받아들여보고 근무시간에도 적당히 일하면서 살 걸.


나는 자꾸 나를 의심했다. 이래도 될까? 저래도 될까? 늘 전전긍긍했다.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뭐가 자꾸 초조한 지. 끝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는데, 그 끝을 혼자 정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대다수였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힘들어하고, 벌써 마음 아파하며 나를 괴롭혔다. 내가 받을 상처가 겁났다. 그러니 난 시작도 전에 혼자서 이별하는 게 익숙하다. 아니, 사실 익숙하지 않다. 나는 결코 단단한 사람이 아닌데, 단단한 사람인척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했다. 오늘 하루를 버텨내기 위한 말이었다. 그렇게 몇 번 나를 위로하다 보니 괜찮다는 말에 면역력이 떨어졌다. 아무리 괜찮다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전혀 괜찮아지지 않았다. 내 마음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마음의 병이 생겼다. 나는 내가 가엽다고 생각하면서 나를 아끼지 않았다. 나를 돌보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느낌표를 던질 수 없다. 그러니 계속 마음 아픈 상태로 오늘 하루를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1분 1초의 초침이 나를 계속 찌르니,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들었다. 감정이 너무 날카로웠다. 여기저기서 피가 나는데 닦아낼 힘이 없어서 내 상처를 멍하게 바라만 봤다. 할 수 있는 건 참는 거뿐이었다. 초침의 끝이 무딜 때까지.


그렇게 여전히 정해져 있는 답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끙끙 앓고, 나를 괴롭히는 상상 속에 빠져 산다. 대충 살고 싶다, 그러든지 말든지 하고 싶다. 아쉽게도 성격상 그게 잘 안된다. 그러니 생각에 잠기고, 이내 귀찮아져서 다른 일을 찾으며 억지로 잊으려 한다. 그럼에도 난 이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내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만 살 수밖에 없으니. 뭐가 그렇게 답답하고 괴로운 걸까.


나는 나를 조금은 풀어줄 필요가 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생각한 가치관에서 벗어났을 때 불편함을 느꼈다. 그럼에도 때로는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저지르는 것도 필요하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지 생각하지 말고, 물론 나를 위한 선택이라면. 반면 나를 망치는 불편함은 지금처럼 내 가치관을 지킬 필요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난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만 할 테니. 매일 이렇게 다짐한다. 그 다짐이 나를 위로하고 겨우 살아가게 한다. 오늘도 화이팅.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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