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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실 Dec 13. 2021

결혼, 할 수 있을까

결혼. 멀지만, 가깝고 가깝지만 멀다. 내 나이를 보면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닌데, 결혼하는 친구를 보면 여전히 어색하다. 내 눈엔 아직 고등학생에 멈춰있는데. 웨딩드레스 입고 있는 친구가 어른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에 뭉클하기도 하다. 결혼식 무대에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웃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덕분에 나도 결혼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결혼식 가는 게 좋으면서, 우울하다. 내게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나타날까 라는 불안과 걱정, 분명 있을 거라는 기대가 뒤섞여 있달까.


지금까지 혼자서도 살아보고 친구랑도 살아봤다. 혼자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었지만, 혼자보단 둘이 살 때가 더 좋았다. 깜깜한 밤에 퇴근해 집 문을 열면 "수고했어"라고 말하고 나를 반기는 사람에게서 따뜻한 위로를 받았으니. 그렇다고 늘 좋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양말을 뒤집어서 세탁기에 넣는 사소한 문제부터 청소는 누가 하는지 등 주요 이슈로 많이 다투었다. 다행히 불편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끊임없이 풀어가려 해서 다툼은 오래가지 않았다. 취향이 맞아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놓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거나 뜬금없이 "우린 왜 사는 걸까?"라는 무거운 주제를 진지하게 혹은 가볍게 맞받아치기도 했다. 취향이 중요하다는 것, 대화가 끊임없이 오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함께 살면서 조금씩 알아갔다. 사람의 온기를 이미 알아버렸기에 난 혼자서 못 살 것 같다.


많은 인연을 만난 건 아니지만, 몰래 숨겨놓은 내 결핍을 상대에게서 느꼈을 때 혹은 나와 전혀 다른 성격을 봤을 때, 내 취향과 비슷한 사람을 만났을 때 좋은 감정이 생겼다. 이별이 아파서 만나기를 꺼려한 적도 있었고. 상대를 믿는 일이 쉽지 않기도 했고 그냥 다 귀찮기도 했다. 이런 나를 다 잡아줄 운명 같은 상대를 꿈꿨던 때도 있었지만, 그런 사람은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했다. 함께 있을 때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원했는데, 늘 불안한 의심 속에서 지냈다. 건강하지 않은 관계. 그런 일이 반복되면 내 탓하기 바빴다. 내 매력이 부족해서 상대가 내 곁을 떠나갈까 봐 불안해했다. 피폐해져 가는 나를 보며 나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누구라도 만나라, 언제 결혼할 거냐 라는 말에 조급하여 아무나 만나기보다 정말 건강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건강한 나를 마주하기 위해.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뭘 좋아하는지 찾아 나섰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려면 나를 알아야 한다. 상대의 눈치에 내가 작아지지 않으려면. 긍정적인 삶이 찾아왔을 때 긍정적인 사람이 와주길 바라며. 그럼에도 시간과 노력에 배신당하고 상대에게서 상처 받겠지. 그럼에도 난 또 내 짝을 찾아갈 테고. 상처 받을 준비를 하고 나아갈 용기를 얻기 위해선 혼자의 시간과 함께하는 시간의 조절이 필요하다.


이상하게 나이가 더해질수록 사랑이 어렵다. 따지지 않던 것들을 생각하게 되고 끝이 보여서 시작도 전에 포기하고 만다. 결혼은 함께 있는 게 좋아서,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좋아하는 이유도 결혼하는 이유 중 하나지만,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이혼이 어렵고 번거로워서 이혼해야 할 상황에도 참고 사는 경우가 많다. 처음이니, 어떤 게 좋은 선택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거 같고, 모르면서 알 것도 같다. 결혼할 때 어떻게 확신이 생기는지, 정말 내게도 괜찮은 사람이 올지 궁금하다. 상대가 있을 땐 이 사람과 헤어지면 다른 연인이 오지 않을 것만 같고, 시기가 시기인만큼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 앞날을 알지 못해서 자꾸만 불안해지고 그 불안이 행복을 막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직 결혼하지 않았는데 찾아오는 불안은 많고 상대가 있으면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아서 걱정이고 이러나저러나 뭐가 뭔지 모른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확신이 설 때가 올까. 참 어렵다.


문토 <한 달 동안 한 가지 주제로 함께 글 써봐요> 참여하면서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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