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온가족이 남편 친구 집(제게는 선배)에서 하룻 밤 놀다 왔습니다. 카즈미 타테이시 트리오가 피아노, 드럼, 그리고 콘트라베이스로 연주하는 재즈. 형광등이 아닌 5와트의 은은한 조명. 나무 그릇에 담긴 감자칩과 맥주. 그리고 페르시안 고양이 가족과 우리들. 모든 것이 아름다운 이 집에서 더할나위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남편은 친구의 블루투스 스피커에 홀딱 반했습니다. 콘트라베이스의 저음과 드럼의 울림이 묵직하게 깔려, 온 집안을 채우는 아름다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블루투스 스피커를 새로 주문했습니다. 다음 달 생일 선물을 미리 당겨 받은거니, 갖고 싶어하는 물건을 선물할 수 있어 저도 뿌듯했습니다. 물론 기존에 쓰던 블루투스 스피커를 버리지 않습니다. 중고로 거래한 후, 새 스피커를 살 때 보탰습니다.
휘게의 정점을 찍는 이 부부는 취향의 물건만큼은 만족스러운 것들로 갖춰놓고 삽니다. 마음에도 없는 물건은 아예 들이지도, 욕심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그릇만큼은 질좋은 것으로 갖춥니다.
아름답고 훌륭한 기능을 갖춘 물건들이 있습니다. 제 몫을 다 해내는 소유물들은 비싸더라도 값어치를 합니다. 조만간 도착할 새 블루투스 스피커 처럼요.
절약도 쉽지 않지만, 합리적으로 쓰는 일 또한 어렵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말 필요한건지, 만약 필요하다면 물건을 얻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이 일해야 하는지, 고된 노동과 맞바꿀만큼 만족스러운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건의 값과 바꾸어야 할 노동 시간을 계산할 수 있어야하고, 이 물건이 정말 몫을 다하는지 안목도 갖춰야 합니다.
벌이 안에서 가치있게 쓰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잘 소비하는 것도 배워야 함을, 주말 동안 알게되었습니다.
'이게 없으면 즐겁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제 경우 꽃과 커피, 책이 그렇습니다. 남편은 음악과 연필에 가치를 두고요.
이제 나머지 물건들을 둘러봅니다. 가구, 핸드폰, 냉장고, 가방, 옷, 신발, 밥솥, 화장대, 청소기. 분명 조리대의 2구 가스렌지보다 더 훌륭한 물건이 있을겁니다. 제 LG G4 핸드폰보다 나은 기종이 있겠지요. 그러나 2구 짜리 보다 더 좋은 가스렌지나 G4보다 우수한 핸드폰에 대해 궁금하지 않습니다. 지금 만족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공들여 더 좋은 물건을 소비하지 않습니다.
장을 안 본지 6일이 지났습니다. 카레와 감자, 고구마, 치즈와 계란, 배추가 있으니 굳이 식재료를 더 들이지 않습니다. 이 재료들만으로도 카레밥과 감자채볶음, 고구마 맛탕, 치즈 계란말이, 배춧국을 끓일 수 있으니까요. 외식도 마트도 불필요하니 돈과 힘, 시간을 들여 하지 않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절약은 '먼 훗날'을 위한 재테크가 아닙니다. 지금, 오늘이 행복한 덕분에 돈을 더 쓰지 않을 뿐입니다. 검소한 생활 속에서 즐겁다면, 오늘의 행복을 먼 훗날에도 유지시켜줄 재산들을 차곡차곡 모을 수 있습니다. 이러니 절약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돈 쓰는 법과 안 쓰는 법을 모두 아는 것. 그래서 내일이 아닌 오늘을 위한 검소함. 가진 물건에 만족하고 살뜰히 쓰는 일상. 이게 제가 사랑하는 절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