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비가 적게 드는 삶

by 최다혜

월급 받은지 18일이 지났습니다. 열 여덟 밤을 지나는 사이, 식비 무지출 Day는 11일 넘겼습니다. 굳이 마트 장을 보지 않아도 계란 몇 알, 배추 한 포기만으로도 반찬을 계속 만들 수 있었습니다. 냉장고에 식재료가 10가지 넘든, 3가지든 결국 밥상에 오르는 반찬 가짓수는 많아야 서너개입니다. 서너개의 반찬을 올릴 수 있다면, 굳이 식재료를 더 사지 않았습니다.

살 필요 없어 사지 않기. 4인 가족 식비 예산 45만원으로 넉넉하게 지낼 수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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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비가 적게 드는 생활을 합니다. 세금이나 주거비, 통신비, 출퇴근 유류비 등 고정지출은 줄이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식비, 의류비, 잡화비, 문화비는 제 손아귀에서 주무를 수 있어요.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말입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집밥 먹고, 유행하는 패션 좇지 않고, 가진 물건 쓰고, 책방, 도서관, 근처 산책만 가면 됩니다.

많은 돈을 갖고 있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자유롭습니다. 동시에 적은 돈으로도 여유부리며 살 수 있는 사람 또한 경제적 자유인입니다. 유지비가 적게 드는 생활은 빼고 싶은 일이나 관계가 생기면 쉽사리 발을 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유지비를 줄이면 '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많은 부분을 줄일 수 있어요. 그 결과 올해 휴직을 1년 더 연장했습니다. 적은 유지비 덕분입니다.

부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모방하지 않으니 큰 돈 없이도 즐거워요. 큰 차, 큰 집, 명품, 유행하는 패션, 지출하고 싶을 때 마음 껏 쓰기. 우리가 생각하는 '남들만큼'의 삶이, 사실 상위 10%의 여유잖아요.

2018년 3분기, 소득 10분위 가구(상위 10%)의 처분가능소득(세금, 사회보장부담금 등을 제외한 소득)이 890만원입니다. 맞벌이라 생각하면 각자 세후 450만원 정도 버는 두 부부의 한 달 수입이지요. (*출처: 통계청 '소득10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 (전국,2인이상)')

많이 벌어 많이 쓸 수 있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빚을 지고 소수의 삶을 흉내내는건 마음에 무거운 돌덩어리를 얹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차라리 소수 안에 들어가기 위해 절약해서 종잣돈을 모으고, 재테크 공부를 하는게 마음이 훨씬 편안하고 즐겁습니다. 그럴 땐 현재가 궁상맞지도 괴롭지도 않아요. 소득 이상으로 지출할 때가 괴로운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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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삶을 흉내내느라 큰 돈을 소비하지 않습니다. 월급 탕진의 아이콘이었던 20대 아가씨 시절의 저는 늘 '이대로 써도 괜찮을까?'하며 불안했어요. 차라리 부자가 되고 싶어 소비 욕구를 억누르던 2년 전이 훨씬 행복했습니다. 물론 부자가 되건말건 상관 없이 적은 비용만으로도 즐거움을 추구하는 현재의 삶은 어마어마하게 만족스럽습니다. 적은 유지비와 적당한 저축으로 더할나위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 그러나 적든 많든 저축할 수 있는 여윳돈이 없었다면, 미래가 불안했을거에요. 저축 해야 합니다. 있는 돈 다 긁어 쓰는 YOLO는 불안한 미래를 담보로 한 쾌락이에요.)


제라늄 사이로 비치는 저녁 햇살. (드디어) 아이들 개학 후 혼자만의 잔치를 벌인 카페. 행복을 마주할 수 있는 순간들이 있는 평화로운 대한민국에 살 수 있어 감사합니다. 유지비가 적게 드는 삶 덕에 마음은 편안하고 따뜻합니다. 역시, 덜 쓰는 삶. 실천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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