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절약가들에게

by 최다혜

2년 전, 무지출 도전, 그리고 한 달 식비 30만원 도전을 할 때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감정은 '외로움'이었다. 감정의 무게를 견디는건, 돈 덜 쓰는 일보다 힘들었다. 아무도 내게 뭐라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깥 세상의 온갖 물건들과 광고들은 나를 보고 '넌 남들처럼 못 산다'라고 말을 건냈다. 특히 대도시로 갈 수록 더 그랬다. 예쁘고 멋지게 꾸민 사람들 사이에서 괜히 주눅들었다.


'그냥 다 사고 싶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고 있는거야.'


shopping-1165437_1920.jpg


다이어트 할 때와 비슷했다. 식당에서 사람들이 실컷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나만 괜히 열심히 살 빼는건가 싶어 의지가 꺾였다. 그나마 다이어트는 확신이라도 있다.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오는 건강한 몸은 누가 보기에도 참 좋은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소비 절제는 달랐다. 내가 맞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화려한 쇼핑 센터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스스로가 궁상 맞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필요한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고 '질렀'다. 2년 전 미니멀리즘을 시작하니, 제일 첫 변화는 충동구매를 도저히 할 수 없도록 쩌렁쩌렁 울리는 마음의 소리였다.


'생선 굽는 기계가 필요해? 굳이? 후라이팬도 충분하잖아.'


물건 앞에서 한참 가격을 보고, 필요성을 따지고, 총 소비 금액이 예산에 맞는지를 계산했다. 그러면 결국 집었던 상품을 내려놓게 되었다.

30년을 다른 방식으로 살다가, 소비습관의 독소를 걸러내려니 아팠다. 친구들은 내게 피곤하고 힘들어보인다 했다. 돌도 안 된 큰 아이 육아하느라 그랬기도 했지만, 미니멀리스트로 입문이 쉽지 않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블로그에 글을 썼다. 블로그 이웃들은 공감을 해주고, 댓글로 응원해주셨다. 블로그 이웃들에게서 비우기 실천, 집밥, 절제, 나눔에 대한 자극을 받았다. 미니멀리즘 책을 몇 장 더 넘겼다. 미니멀리즘의 작가들은, 이 삶이 친환경, 진보적인 면,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를 해소하는 길, 또 물건으로부터 해방, 이웃과 함께 하는 휘겔리한 삶에 가깝다고 격려해주었다.

점점 자신감이 생겼다.

"우리는 서로 같은 별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
- <진보와 빈곤> 중. 헨리 조지


KakaoTalk_20180824_070617140.jpg


미니멀리스트 2년차. 최소한의 소비 도전을 하는 지금은 덜 외롭다. 동정에 가까운 걱정을 하던 가족들도 나를 이해하고 응원해주기 시작했다. 원래 불필요한 지출을 싫어하는 남편은 내가 최소한의 소비 도전을 한다고 하니 더 좋아했다.

행복한 삶을 지향한다면 적게 쓰는 연습을 많이 해야한다. 그래야 돈에 덜 연연하게 된다. 최소한의 소비를 하는 삶은 늘 흑자다. 마음에 여유가 생겨 이웃, 가족에게 커피 한 잔 나누는 진심도 우러나온다. 물건 가치에 대한 안목은 좋은 물건을 써보는 데 있지 않고, 조금 부족한 물건도 충분함을 깨달았을 때 생긴다. 덜 쓰는 습관을 몸에 새길 수 밖에 없다.


더욱 중요한건 오늘도, 내일도 덜 쓰는 삶에 대한 글을 쓰고, 읽는 일이다. '소비하라!'는 구호는 도처에 널렸지만, '쓰지마라!'라고 격려해주는 말은 흔치 않다. 그러므로 절약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글을 통해 '돈 덜 쓰는 사람, 그리고 절약으로 전보다 더 행복해진 사람 여기 있습니다.'고 손 흔들어주는 일이다. 외로운 절약가들에게 필요한건, 함께 하는 사람의 목소리니까.


지금 가진 것에 충분함을 느끼고, 적게 쓰며, 적게 소유하는 미니멀리스트들과 함께 하고 싶다. 우리, 지금 참 잘 하고 있다고 안아주며 토닥이고 싶다. 그러니 내일도 덜 쓰는 삶, 함께 하자고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돈으로 바꾸던 일, 스스로 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