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작가 본인이 네이버 카페 맘스홀릭에 연재 중인 <덜 쓰는 삶, 하면 좋습니다>의 첫 번째 칼럼입니다.)
육아는 '템빨'이라 외치던 나. 공간의 여유도, 지갑의 두께도 초라해졌다.
2015년 8월. 큰 아이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엄마, 아빠가 된다는건 예쁜 딸 덕분에 벅찬 사랑을 느끼는 일과, 각종 육아 수당까지 모두 더해 한 달 300만원 남짓으로 살아야 할 외벌이 삶을 의미했습니다.
어설픈 초보 부모와 외벌이 가정. 최악의 궁합이지만, 아이를 낳으면 거칠 일이었습니다. 연약한 아이를 과연 별 탈 없이 잘 키울 수 있을지, 스스로가 못 미더웠습니다. 저는 언제나 모자란 엄마였으니, 남들이 하는 거라도 같이 해야 겨우 부족함을 면하리라 믿었죠. 육아는 불안의 연속이었고, 불안을 온갖 '국민 육아꿀템'으로 메웠습니다.
"육아는 아이템전이지! 템빨로 밀어 부치자!"
아기 세탁기, 분유 포트, 자외선 소독기, 이유식 전용 쌀가루, 점퍼루, 쏘서, 깜짝볼, 아기체육관, 애착 인형, 머미**.
'집안일에 힘 뺄 수 있다면야, 아이가 잠시라도 혼자 놀 수 있다면야.'
스스로를 위로하며 집안 가득 물건을 들였습니다. 아기 울타리에 볼풀공을 쏟아 부으며 물건 지옥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제 22평, 49㎡ 작은 집에 어른이 앉을 곳이라곤 침대가 전부였습니다.
아이 키우는데 이렇게 짐이 많으니 큰 집으로 이사를 가야겠다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나 22평 복도식 임대 아파트 보증금 4천만원을 갖고, 더 큰 집으로 가기란 하늘에 별 따기였습니다. 아이에게 매 달 들어가는 수 십 만 원도 벅찬데, 더 큰 집이라니요. 언감생심이었습니다. 공간의 여유도, 지갑의 두께도 초라해져만 갔습니다.
이게 억척스러웠던 2년 반 전의 일입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그 사이 둘째도 태어나고, 집은 방 한 칸 더 늘고, 볕도 더 잘 드는 고층 남향 집으로 이사왔습니다. 아이가 하나 더 늘었지만, 생활은 풍요롭고, 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한 시간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물론 빚도 없습니다.
저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언제나 행복할 수 있는 자신.
지난 주말에 아이들 데리고 산골 폐교를 개조해 만든 카페로 향했습니다. 커피향이 좋아 2주 연속 주말에 찾아왔습니다. 스페셜 티 원두를 이용해, 실력있는 바리스타가 핸드 드립 커피를 내려주는 꽤나 고급 카페입니다. 카페로 오는 15분 동안 아이들은 잠이 들어, 남편과 여유있게 커피를 마셨습니다.
커피 값은 아깝지 않았습니다. 외벌이 3년차지만, 자산은 덧셈이니까요. 비결은 단순합니다. 많이 벌고 많이 쓰는 삶이 아닌, 행복할만큼 벌고 적게 쓰는 삶을 택했습니다.
한 집안의 안정된 생활은 어디까지나 버는 돈과 쓰는 돈의 균형에 달려 있다. 또 집안 식구들의 건강과 일에 대한 의욕, 또는 집안 전체의 생존에 걸려 있는 물건과 서비스를 얻으려고 그 집 식구들이 얼마나 노력하는가에 달려있다.
- <조화로운 삶> 중.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 지음.
너무 단순해서 당황하셨나요. '육아를 템빨'로 밀어부치던 제가 덜 쓰는 삶까지 오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 맘스홀릭 칼럼, [덜 쓰는 삶, 하면 좋습니다]를 통해 차근차근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봉투살림, 2주 연속 외식 한 끼 하지 않은 집밥, 일주일 무지출 도전, 냉장고 비우기, 미니멀 독서, 장난감 없는 거실, 환경을 살리는 최소한의 소비까지. 첫 칼럼에서 모두 풀어내기에는 이야기가 깁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덜 쓰는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제 삶은 정상 궤도로 돌아왔습니다. 예전보다 건강하고 우아하며 명랑합니다.
인공지능으로 TV를 켜지 않고,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키즈카페에서 설탕 범벅 음료수를 들고 다니는 아이 꽁무니 쫓아다니지 않고, 도서관 뒤 공원에서 아이들이 철봉에 매달리거나 킥보드를 타게 되었습니다.
남이 차려주는 적당한 외식을 일주일에 서너번 하는 대신, 유기농 매장에서 식재료를 구입해 건강한 집밥을 차려줍니다.
그러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스페인 식당에서 타파스를 7가지 맛 보거나, 스페셜 티 카페에서 산미 강한 르완다 원두를 내려 마십니다.
소비를 덜어낸 자리에는 물건이 사라지고 따뜻한 삶으로 채워집니다. 덜 쓰는 삶, 하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