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월급을 받았습니다. 꼭 필요한 만큼만 예산을 세운 후, 남은 금액을 모조리 저축했습니다.
예산 빼고 모두 적금 통장으로 밀어 넣어버리는 몹시 고전적인 방법으로 살아왔습니다. 아껴 쓰고 저축하는 알뜰한 사람이 바보 되는 세상이라, 순식간에 투자 상품이 대박 나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부의 추월차선>을 쓴 엠제이 드마코는 이렇게 말하잖아요. 절약과 저축은 서행 차선이나 마찬가지라고 말입니다. 부의 추월차선을 달리는 방법은 따로 있었던 거죠.
하지만 남들이 나보다 더 나아 보이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해서, 멀쩡한 제 삶이 불행해져서는 안 되잖아요. 어째서 사촌이 땅을 샀는데, 제 배가 아파야 하는 걸까요. 아픈 저만 손해지요.
부의 추월차선을 타진 않았지만, 천천히 부자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급하게 부자 되려다 체했던 경험이 있었기에(무리한 복직으로, 큰 아이가 자주 아프고, 작은 아이는 조산에 가까운 이른 출산을 했어요), '언젠가는 부자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절약, 저축합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1년 절약을 하면서, 저희 가족은 예전보다 더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어린아이들을 돌봤고, 그 와중에 절약을 통해 가정 경제를 건실하게 꾸려갔습니다. 외벌이가 된다고 해서, 당장 가계에 구멍이 뚫리지 않았습니다. 되려, 외벌이 하면서 시간 부자가 된 덕분에, 시간과 체력이 남아돌았습니다. 워킹맘이었다면 최신 가전과 가사 서비스로 해결했을 가사노동을 제 손으로 했습니다.
2019년, 외벌이 기간 동안 행복하게 사는 데 큰돈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적은 돈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춰버렸어요. 워킹맘의 바쁜 삶이 벌써부터 두렵고 떨리지만, 어쩌면 지금 해낸 것처럼 잘 절약과 저축을 잘 해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섣부르지만 자신감도 가져봅니다.
두 아이와 남편, 우리 네 식구가 건강하고 오손도손 사랑한다 말하면서, 산책하고, 밥해먹고, 책 읽고, 글 쓰며 사는 삶은 로또 맞아도 계속 이어갈 방식입니다. 돈 많다고 가치가 바뀌지도 않고, 절약한다고 행복하지 않은 일에 돈 쓸 이유 없습니다.
남편은 외벌이로도 힘든 내색 없이(육아와 가사 노동을 낮동안 제가 해두는 덕에, 몸은 편했을지 모르겠지만, 책임감 때문에 어깨가 무거웠답니다) 꾸준히 돈을 벌어다주었고, 저는 번 돈 보다 적게 쓰는 살림을 이어왔습니다. 둘은 최고의 협력자였어요. 손발이 척척 맞았답니다. 덕분에 저희는 절약하는 기간 동안 더욱 끈끈해졌어요. 저는 남편을, 남편은 저를 신뢰합니다.
덜 쇼핑하고, 덜 소유하는 데서 행복해지는 부부. 별나지만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