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변태의 절약법

by 최다혜

"절약팁 몇 가지만 말씀해 주세요."

"물건 비우기, 신용카드 자르기, 선저축 후지출, 집밥, 식비가계부, 그리고 독서와 글쓰기요!"


연합뉴스 인터뷰 중 절약팁을 전하는데 독서와 글쓰기를 던져버렸다. 애서가일까, 책변태일까. 나또한 준비한 답변이 그게 아니었는데 튀어나가 버렸다. 헙,하고 어색하게 웃는데 이미 PD님 표정은 '당췌 납득하기 힘든 말을 방송에 던지는 이유가 뭡니까'다. 설명을 해야했다.


대체 절약이랑 독서랑 무슨 상관인걸까.


"신기하게도 책을 읽으면 분야 막론하고 소박한 삶을 설파해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사치품이 필수품으로 변하는 역사를 지적하며 우리의 귀한 시간을 뺏었다 말하죠.

<열두 발자국> 정재승 교수님은 우리는 누구나 충동 구매를 하며, 구매 이유를 찾으면 마음 편히 충동구매, 못 찾으면 불편하게 충동구매한다고 했어요.

장강명 작가의 <한국이 싫어서>를 읽다보면 돈 많이 벌어서 계나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던 지명이 늦게 퇴근해서 피곤하니 씻지도 못하고 곯아떨어져요. 절대 행복할 수 없음을 못 박는 듯한 장면이죠.

역사책, 교양과학책, 소설책. 책 읽는 곳곳에서 노동, 소비, 물건에 대해 생각하게 되요. 독서는 삶의 행복을 찾는데 소비 습관부터 돌아보게 해줘요."


진심이었다. 어떻게 행복한 삶을 꾸릴것인가에 대한 실마리는 책장 속에 꽂혀 있고, 삶에는 노동과 소비가 빠질 수 없으니 당연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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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여 절약을 위함은 아니더라도 책으로 만나는 신선한 관점이 독서 전후의 나를 형성한다. 어떤 책이든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나는 조금 다르다. 그게 책 한 권이든, 단 몇 챕터든, 몇 줄이든 상관없다.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시선을 만나면 된다.


가족여행을 가기 전, 미리 시댁 울산에서 모였다. 4박 5일의 여행에 대비해 남편과 나는 가볍게 읽을 책을 가져왔다. 남편은 알랭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나는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새벽에 눈이 떠져 잠시 읽은 이 책도 역시 시원하다. 어떤 오해와 고장관념으로 시도조차 생각해보지 않은 일들은 없을까. 여성과 남성이 아닌, 온전한 사람으로서 나를 고민해보게 된다.


책이 절약에 도움이 된다는건 사실 좁은 의미다. 책은 삶 곳곳에 도움이 된다. 관심을 두는 어떤 영역이든 문장이 훅 치고 들어온다.


이정도로 변명을 늘어놓았으면 책변태 말고 애서가 쯤 해둬도 되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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