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쉬쉬했던 80%의 삶을 태연자약하게 풀어냅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2월 22일 상' 수상 소감입니다)
절약에 대한 이야기 '최소한의 소비'를 썼습니다. 처음에는 돈 안 쓰는 이야기가 글이 될까 싶었어요. 하지만 제 첫 기사도 남편하고 다툰 일화였답니다. 못난 모습도 글이 되었을 때, 누군가에게 위로와 웃음을 줄 수 있음을 경험했던 차였습니다. 그건 아마 보통 사람 이야기였기 때문일 거예요. 특별하지 않고 소소해서 '내 삶도 괜찮구나'라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요.
하루 식비 1만5000원을 자랑하는 제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는 극단적인 절약이 아니냐 말하지만, 사실은 보통 사람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통계청에서 2018년 4인가구 3분위 평균 연봉을 보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어요. 4562만원. 4인가구 4분위 평균 연봉은 6928만원이었고요. '가구' 소득이니 한 사람이 벌어들이는 것 말고, 온 식구 다 힘을 합쳐 번 연봉이란 의미잖아요. 그것도 '세전'이요. 세금을 떼고 나면 실수령액은 더 적은 셈이죠.
이 돈으로 밥도 먹고, 옷도 사고, 아이도 양육하고, 노후 대비까지 해야하는데, 남들은 어떻게 좋은 차, 좋은 집 다 갖추고 사는지 궁금했습니다. 결국 신용카드 할부 혹은 대출로 일군 허상이거나, 자신의 삶 중 가장 그럴듯한 면을 상품과 서비스로 자랑하고 있음을 깨달았어요. 그것도 아니면 상위 20%의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보통'인 체하며 미디어를 돌아다닌 거였어요.
그래서 저는 절약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제가 자랑하는 절약은 평범한 우리 살림살이입니다. 하루 식비 1만5000원도, 사교육과 장난감을 줄이고 부모의 손과 발로 양육하는 일도,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튿어진 옷을 꿰매어 입으며, 다리 부러진 빨래 건조대를 테이프로 칭칭감아 창문에 기대어 쓰는 일까지.
이제 우리의 보통 삶을 자학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두가 '쉬쉬' 했던 80%의 삶을 태연자약하게 풀어내는 일을 앞으로도 이어가겠습니다. 못난 게 아니라, 부족한 게 아니라, 당연히 완벽할 수 없는 인간적인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 2020년이 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때로는 저도 위축됩니다. 그럴 때면 부족한 글을 응원해주시는 독자 분들의 댓글과 공감을 읽어요. 같은 별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되요.
100일 된 둘째를 안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장 큰 동력은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들이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육아우울까지 이겨낼 수 있었어요. 작은 개인의 소소한 실천을 믿어주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19년 오마이뉴스 '2월 22일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보다 더 굵직하고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다뤄주시는 시민기자님들 많으신데... 민망하기도 하고... 아마도 돈 이야기를 썼기 때문에, 클릭수를 높여줘서 오마이뉴스에 공헌한 모양이다, 생각하니 앞뒤가 맞았습니다.
황송하게도 상을 받았어요. 가문의 영광입니다. :-) 2019년, 마무리가 될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글 읽어주시는 분들도, 글 쓸 용기를 주는 분들도, 그리고 글 쓸 자리를 내어주는 오마이뉴스까지. 그저 모두 감사드립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47&aid=000225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