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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언 Jun 18. 2020

레몬시장 - 정보의 불균형과 역선택

비틀은 어쩌다 레몬시장의 주인공이 되었는가

1938년, 독일 히틀러의 '국민차 계획' 일환으로 탄생한 폭스바겐 Type1. 폭스바겐은 1967년 미국 시장에 진입하며 '비틀'이라는 공식 모델명을 사용한다. 비틀은 비록 80년의 역사를 끝으로 단종되었지만 '딱정벌레 자동차'의 개성 넘치는 외관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있다. 그런데 갑자기 왜 폭스바겐의 비틀을 언급 하느냐, 지금부터 이야기할 레몬시장의 주인공이 바로 비틀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 진입한 비틀은 잔고장이 꽤나 많았던 모양이다. 특히 레몬 색깔의 비틀에서 유독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덕분에 1970년대 중고차 시장에는 결함이 있는 레몬 비틀이 넘쳐났다. 오죽하면 미국에서 레몬이 불량 중고차를 의미하게 되었을까.

 

주목할 점은 중고차 시장에서 레몬 비틀의 결함을 과연 누가 알고 있냐는 것이다.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채널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소비자는 중고차 정보를 구하기 위해 모든 정보를 독식하고 있는 딜러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딜러에게 윤리적·직업적 사명감은 별로 중요치 않았다. 결함이 있는 중고차를 정상품인 것 마냥 포장하여 비싼 가격에 팔아치우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정보가 없는 소비자는 불량품을 고를 수 있다는 리스크를 부담해야 했다.

 

때문에 소비자는 정상품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게 된다. 물론 판매자는 모든 차가 정상이라고 위장하기 때문에 불량품 수준의 헐값을 제시할 수 없다. 그렇게 중고차는 '정상품 가격 > 소비자가 제시하는 가격 > 불량품 가격'이 성립한다. 판매자는 소비자가 고른 차량이 불량일 경우 그 가격을 수용하겠지만, 반대로 정상일 경우 받아들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정보를 독식하는 판매자로 인해 중고차 시장은 오직 불량품만 거래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중고차 시장과 도로에는 불량 자동차만 굴러다니는 상황이 연출된다.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 애걸로프는 이러한 현상을 '정보의 불균형에서 오는 역선택'이라 정의하고 이를 '레몬시장 이론'으로 발표하였다.

 


정보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역선택 문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개인이 자신의 특수한 정보를 숨기고 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타낸다던지, 회사 내부정보를 알고 있는 개인이 이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자사 주식을 매매하는 등의 문제는 모두 정보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어쩌면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레몬시장의 늪에 빠져 수많은 선택의 오류를 범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by 데일리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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