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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언 Mar 10. 2021

MBTI 춘추전국시대

우리 회사도 할거예요!


모든 회사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MBTI 기반 테스트를 출시한 회사, 그리고 출시를 고려했던 회사. 

그만큼 MBTI 테스트는 많은 기업이 눈여겨보는 마케팅 수단이고 꾸준히 불특정 다수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반응이 좋으면 순식간에 실검 1위를 차지하고 끝없이 개인 간 공유에 공유로 이어진다. 그중 일부는 자신의 SNS에 올려주기까지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이만한 바이럴 수단이 없다.


끝날 듯 끝나지 않은 테스트 열풍에 우리 회사 역시 출시를 고려하며 스토리보드 작업을 마쳤지만, 당시 그보다 더 급한 개발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서 차마 심리테스트를 만들어보자고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외주를 알아보다가 그만두었다. 그렇게 우리의 야심 찬 MBTI 기획안은 케케묵은 구석 폴더 어디쯤 방치되었다.


그 뒤로 수개월이 흘러 어느 날 IT팀의 실리콘밸리볼님이 갑자기 MBTI 테스트를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 모꼬지를 오픈한다고 알려왔다. 직무와 관계없이 MBTI 테스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모였다. 드디어 우리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건가! 설렘과 함께 모꼬지는 처음이라 약간의 긴장이 감돌았다.


그렇게 MBTI 모꼬지는 IT팀은 물론 기획팀, 여신관리팀, 리테일금융팀 등 업무와 관계없이 MBTI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시작부터 벌써 어벤져스가 된 것 같은 뿌듯함이 생겼다.




1. 의사결정 원칙

우리 어벤져스는 논의에 앞서 몇 가지 의사결정 원칙을 정했다.  

침묵은 유죄, 태클은 무죄입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언제든 공유하기 위해 메신저 알림은 24시간 켜 둡니다.

약은 약사에게,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전적으로 맡깁니다. 디자인에 대해서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지 않습니다.

테스트 과정과 결과는 이해하기 쉬워야 합니다. 콘텐츠는 초등학생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같은 질문을 두 번 읽게 하지 않습니다.

테스트 결과는 납득할 만한 수준이어야 합니다. 결과의 신뢰성은 타당해야 하며, 의심되는 콘텐츠를 감지하면 누구나 의견을 제시하고 보완이 어려우면 과감히 제거합니다.

우리는 콘텐츠 개발자와 이용자가 상생할 수 있는 자립 가능 커뮤니티를 구축하려 노력합니다. 두 주체가 직간접적인 반응을 교류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제공합니다.

축적되는 테스트 결과는 우리 고유의 데이터이기 때문에 우리의 온라인 생태계 내에서만 활용되어야 합니다.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통제합니다.


여러 명이 모여 한 가지 의사결정을 하다 보면 산으로 가거나 과정이 늘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그런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원칙하에 짧고 굵은 의사소통을 하기로 했다. 점심시간에 의견을 나누다 보니 원칙 덕분에 주어진 시간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우리는 현재, 완전자율근무제 도입을 통한 재택근무 중이다. 점심시간마다 Zoom으로 만나 이야기하다 보니 혼밥이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썩 괜찮았다)



2. 역할 분담

역할 분담은 본인이 희망하는 역할을 우선하여 맡기로 했다.  

프론트엔드 - 백엔드 개발자인데 프론트도 해보고 싶은 Kyle님

백엔드 - 프론트엔드 개발자인데 백엔드도 해보고 싶은 실리콘밸리볼님

디자인 - 프론트엔드 개발자인데 디자인을 전공한 May님

기획 - 평소 아이디어가 넘치는 브래드님과 마케팅에 진심인 포레나님

PM - 관련 경험이 풍부한 완두콩님



3. MBTI 파헤치기

그에 앞서 MBTI의 16개 유형을 모든 구성원이 어느 정도 파악하고 모꼬지에 임하는 게 중요했는데,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본인과 본인 주변 사람의 유형이 아니면 어떤 성격인지 잘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웹상의 수많은 테스트를 직접 해보고, MBTI 유형 분석에 대해 각자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 첫 과제였다. 어느 정도냐면 자다가도 “INFP!” 하면 “생각이 미친 듯이 많다! 마인드맵식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눈치를 많이 본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ps. MBTI에 진심인 May님은 모든 유형에 대해 술술 설명할 수 있는 그런 한 줄기 빛 같은 능력자였다. 마치 이름만 말하면 모든 걸 꿰뚫어 보는 점쟁이처럼 May님은 MBTI만 말했을 뿐인데 내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May님 덕분에 구성원 모두 MBTI에 대한 이해가 훨씬 수월했다. 



4. 트렌드 더하기

그다음은 단순한 성격 분석을 넘어 테스트 결과로 재미와 공감을 주기 위해 트렌드를 가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테스트 결과지를 재밌게 써야 바이럴도 잘 될 테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야말로 ‘요즘 것’이 필요했다. 요즘 사람들은 뭘 재밌어하고 어떤 말투를 쓰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트렌디한 테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MBTI에 대한 설명을 트렌디하게 표현하자면 아래와 같다.

이런 식으로 16개의 유형을 자세하게 풀어내면 기획은 일부 완성이고, 이제 개발과 컨셉에 맞춘 디자인을 시작할 단계다. 막 첫 단추를 끼웠으니 앞으로 점점 더 구체화되겠지 싶다. 언제 완성될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최대한 역량을 발휘해 타이트하게 진행해 나가고 있다.



5. 마치며

다음 콘텐츠에서는 더욱 실무적인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다. 기획의 과정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겪는 의견 충돌 상황이나 디자이너가 겪는 머리를 싸매게 되는 상황, 그리고 기존 영역 외 다른 역할을 담당한 개발자의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성장 스토리들..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상황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을 그려낼 것이다.


우리는 대개 일상 속에서 완성된 거대한 조각상을 볼뿐, 조각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콘텐츠를 통해 커다란 바위가 조각상이 되는 과정에 대해 알리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 땀, 눈물이 서려 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지금 우리에게 사이드 프로젝트 모꼬지는 커다란 바위와 같다.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모인 여러 명이 바위 곳곳에 달라붙어 조금씩 깎아나가다 보면 그 끝엔 멋진 조각상이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6. 번외의 순간들

스케쥴링에서도 느껴지는 T와 F의 차이


눈치 보는 INFP들


이쯤 되면 귤이 INFP한테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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