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onymous Jan 05. 2017

about MOVIE_인 디 에어

LIFE's GO ON의 진리

어떤 영화는 그 연출 방식이 전형적임에도 불구하고
끝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조지 클루니는 더 이상 섹시가이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중년의 연기파 배우'가 된 것에 매우 흡족해한다. 때때로, 연기파 혹은 개성파라는 어휘가 친숙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여차하면 우리 동네 귀퉁이 어딘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누군가'로 느껴진다. 연기가 실제가 되고 영화가 일상이 되는 순간에 우리는 비로소 자연스러운 '공감'을 하게 된다. 인디에어는 그러한 공감지수를 100% 충족하는 작품이다.


정형성을 대표하는 신참 나탈리와 유연함을 대표하는 베테랑 라이언

인 디 에어는 유난히 오프닝과 엔딩이 좋았다. 연기자가 아닌 실제 일반인들이 등장하여 건네는 말들은 대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정말 그들의 진심이고, 또 간절함이었다. 오랫동안 일을 해온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순간만큼 인생에 있어서 참혹한 때도 또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빼앗긴듯한, 자신의 존재와 능력이 이 사회로부터 부정당하는 듯한 기분은 분명 썩 좋지 않다. 그래서 '해고 전문가' 라이언은 자신의 업에 진정성을 갖고 임하며 어느 정도의 품위가 깃들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생면부지인 사람에게 앞으로 펼쳐지게 될 삶의 커다란 변화를 전달하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라이언은 매 순간 '유연하게' 상황을 대처한다. 어쭙잖은 위로도 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문서의 조항이나 규정 따위를 읽지도 않는다. 다만, 상대방이 회사를 다니면서 잊고 있었던 '무언가'에 대해서 상기시켜 준다. 그것이 개인의 꿈이든, 가족이든, 비상식적이고 불필요한 목표이든 간에 '다시 한번 새로운'삶을 살아갈 수 있는 매개체를 내면 깊숙한데서 끄집어내 몸소 느끼게 해준다.


'이론과 필드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이 진리는 인생의 모든 순간에 적용된다

풋내기 신입인 '나탈리'는 해고 전달 과정에서 본 사의 비용 출혈이 심하다며, '소통'을 결여시킨 기계적 시스템을 개발 및 도입하고자 한다. 실제적인 소통과 대면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고 있는 라이언으로서 이 일의 중요성과 품위를 상실시키는 후배와 철저히 대립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의 대조적인 모습은 장면 속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도중에, 나탈리는 랩탑 키보드를 두드리며 '문제없는 해고 스크립트'를 개발하는데 열중하고 라이언은 조용히 수첩을 꺼내 그림을 그린다. 그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해고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통보자가 건네는 'PACKET' 즉, 인생의 화려한 후반부를 시작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서류'뭉치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그 이전의 과정에서 진행되어야 할 상호 존중, 진심 어린 이해와 조언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about backpackers of life

나탈리는 정형성을 띤 인물이다. 적당한 나이에 특정 자동차를 소유하고, 조건이 무난한 배우자와 가정을 이루고, 나름의 교양과 지식이 필요한 직장에서 인정받고, 때때로 휴가를 받아 단란하게 해외여행을 하는 그런 인생. 평범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다수의 사회 그룹에 속하고 싶어 한다. 라이언은 정 반대의 인물이다. 연중 거의 모든 시간을 'IN THE AIR'에서 보내지만, 그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1000만 마일리지 달성'이라는 자신만의 특별한 목표를 위해 전진할 뿐이다. 하지만, 그도 결국엔 사회의 한 구성원이며 도태되었거나 고립된 인물은 아니다. 호텔의 바에서 즉흥적으로 만난 여인 '알렉스'와 몇 번의 만남을 거치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마침내 그녀와의 '정착'을 꿈꾸게 되지만 이내 충격적인 현실을 맞이하고 만다.



결국, 라이언과 나탈리는 극단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닮아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자유로움과 특별한 목표를 추구하든, 정착과 평범한 목표를 추구하든 좌절과 환희의 순간은 공존하게 되어 있고 그 위로 인생은 '그냥' 흘러만 갈 뿐이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순간의 감정과 행보에 오롯이 집중한다면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그래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갑자기 '런드리 데이'에서 했던 허지웅의 말이 떠오른다. '불행 총량의 법칙'.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불행한 모든 것들은 그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언젠가는 소멸하게 된다. '이건 무조건 성공시켜야 해' 혹은 '잘되야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예상과 다른 결과로 마무리되더라도 준비했던 과정 그 자체의 행복감만은 간직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어차피 불행의 양은 정해져 있으니 일찍 소진해버리고 무한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라이언

마침내 1000만 마일리지를 쌓은 라이언은 운항 중에 기장의 축하와 함께 정예 멤버십 카드를 건네받는다. 기장이 집이 어디냐고 묻자, 잠깐 고민하다 '바로 여기가 내 집'이라고 대답한다. 나는 이 대답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떠돌이 인생에서 잠시나마 지상으로의 착륙, 즉 '정착'을 꿈꿨지만 그것이 무산되고 만다. 하지만, 다시 기존의 삶으로 돌아와 또다시 이륙을 시작한다.



머물러 있기보다는 겸허하게 자신의 운명과 상황을 수용하고,
하늘을 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LIFE's GO ON의 의미를 엿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about MOVIE_TAXI DRIV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