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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 Feb 16. 2017

영화를 보고 나서

어떤 영화는 보고 난 후에 누군가를 찾게 만든다.


새로운 사상과 생각을 온전히 공유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그 의미가 크다. 때때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 가벼운 대화들이 피로한 사회생활을 버텨내는 원동력이 된다.


한 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오롯이 혼자만의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부대끼기도 하고 화합하기도 하면서 ‘오늘의 공동체’를 경험한다. 이렇게 거시적인 공간 속에서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그래서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다. 공유 혹은 소통에서 그치지 않고, 고착화된 사고의 틀을 벗어나 여태 느껴보지 못한 생경함을 전해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만약 그 사람이 이성이라면, 어찌할 바 없이 굉장한 매력을 느끼곤 한다.


어느 책에서 ‘사랑은 곧 지성미와 같다’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정말로, 이러한 사랑의 형태를 내심 바라 왔던 것 같다. 이미지는 곧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너나 할 것 없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좇기 바쁜 현대인들 속에서 껍질은 더 이상 중요한 가치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들만의 취미를 함께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수많은 감정과 깨달음을 유연하게 주고받는 지성적 사랑을 선호하게 되었다. ‘거짓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과 제대로 연결되고 싶은 것이다.


그리하여 종종 영화관을 나오자마자 길을 걸으면서 좋았던 장면, 연기, 대사, 감독의 연출 방식과 독특한 미장센 같은 것들을 천천히 늘어놓게 된다. 어느 날은 그 사람 옆에서 내가 정말로 온전한 존재가 되었음을 새삼 확인하면서 격하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다.


결국 ‘재밌었다’ 혹은 ‘괜찮던데’ 정도로 마무리되는 대화보다 ‘나는 그 장면이 너무나 좋았어. 왠지 그런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 같아서. 네 생각은 어때?’처럼 당신과 나의 생각을 동시에 챙겨주는 사람에게 자석처럼 끌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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