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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 Feb 28. 2017

재능이 없어도 괜찮나요

항상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는 쉽사리 나 자신을 믿지 못했다.


선택의 순간에 맞닥뜨릴 때면, 결국 기존의 삶에 굴복하고 말았다. 그렇게 인파 속에서 떠밀리며 모호한 삶을 지속하다 학교 생활이 마무리될 무렵에 이르러서야 조그만 여유가 생겨 더 늦기 전에 도전이라도 해보자는 소박한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조금은 편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정확히 무엇이 다른지는 모른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대다수에 반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이러한 감성이 온당치 않은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억지로 '일반적인' 무리에 편입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곤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진행해온 여러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이 소정의 성과를 달성한 이후로는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다양성 영화와 힙합, 인문학 책과 삶의 의미와 같이 '주류'라는 것으로부터 다소 동떨어져있는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스스로를, 나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뒤늦은 다짐 속에는 작가의 꿈도 존재하고 있다. 나는 여태 단 한 번도 '글쓰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 그저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행위’ 자체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어떤 평을 하든 나는 계속 글을 쓸 것이고, 심지어 아무런 반응이 없어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사실 ‘작가’라는 포지션에 관심이 생긴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되고 싶고, 하고 싶은 것에는 별 다른 이유가 없다. 단순히 단어에서 연상되는 분위기가 나의 성향과 잘 맞겠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초심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잘 쓰는 사람이라기 보단 즐겨하는 사람일 뿐이고, 내 글을 누가 읽던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공감해주는, 좋았다고 말해주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왜 책을 내고 싶은지를 묻는다면, 이것 역시 간단하다. 꿈이기 때문이다. 무명배우들이 고달픈 생활을 반복하면서도 연극무대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라 생각한다. 타이핑 소리가 주는 리듬감과 한 장 한 장 쌓여갈 때의 희열, 그리고 조용한 독백으로 썼던 글을 되새길 때 나를 알아가는 과정들이, 정말로 그것들이 나를 믿음직한 존재로 만들어준다.


그러니까 나는 이 글들이 하나의 ‘책’이 되어 그 말끔한 표지 디자인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빼앗아버리길 진정으로 바란다. 몇 권이 팔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소수든, 다수든 일면식도 누군가와 정신적 교감을 한다는 것은 결코 흔한 기회가 아니다.


우리는 어차피 흔들릴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두려움과 불안을 당연한 요소로 받아들이고 약소할지라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무언가에 도전하기를 바란다. 진부하겠지만, 나는 마음을 다하여 재능이 유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어쩌면 누구나 특출 난 재능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다만 그 재능이 빛을 발하는 데 까지 걸리는 시간과 고통을 담대히 견디어 낼 수 있는지. 혹여 견디어 낸다면, 그때는 ‘도전’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재능과 그것보다 위대한 노력과,


다시 그것보다 아름다운 ‘우리들’의 삶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터인데 아마도 꿈은 그쯤에서 이뤄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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