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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 Feb 23. 2017

후회 없이

이제는 사랑할 때,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체면과 자존심이 먼저인 때가 있었다.

내가 그러한 것보다 상대방이 나를 더 좋아해 주기를,

내가 그러기 이전에 상대방이 먼저 손 내밀어 주기를,

수동적 태도로 일관하며, 관계를 악용했다.


바보같이

그녀와 함께 있을 때는 다른 생각을 했고,

반대로 떨어져 있을 때는 그녀 생각을 했다.

‘우리’에게 집중하지 못했고, ‘나’에게만 몰두했다.

‘순간’은 포착하지 못하면서 ‘미래’를 그리기만 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상’ 속에 머물렀다.


그러다 문득, 그렇다면 여태 내가 사랑이라 믿었던 모든 관계가

결국에는 그저 ‘외로움을 해소하는 과정’이었던가 싶어,

자꾸만 숙연해지곤 한다.

그래서 이제는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을 때, 미련 없이 상대방을 놓아주고 싶다.

서로가 아낌없이 각자의 눈빛과 살결과 흩날리는 머리칼을 내주어

더 이상 끝이 미안함으로 점철되지 않기를.

그러니까 이제는 있는 힘껏 ‘나’를 내던지고,


‘너’를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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