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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nymous Mar 14. 2017

채사장의 말

우연히 한 예능을 통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의 저자 채 사장 씨의 강연을 보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분이 집필한 책을 읽은 적도, 관련된 사전 정보를 접한 적도 전혀 없었다.


그러니까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강연을 듣게 된 셈인데, 강연이 정점을 향해가는 도중에 수시로 가슴속에서 어떤 뜨거운 것들이 차올라서 누군가에게 그 기운을 전해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 혹은 사고방식과 그의 그것이 거의 똑같다시피 하여 놀랐고, 그다음에는 그토록 명료하게 관념들을 설명하는 방식이 놀라웠다. 대학교 재학 시절, 약 천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 그는 논리적으로 요약하여 청자가 ‘알아듣기 쉽게’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어렴풋이나마 여태 축적된 방대한 지식들이 얼마나 깊숙이 그의 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이야기 속 핵심은, 우리 모두 ‘여행하는 영혼’이 되자는 것이었다. 한국 사회, 나아가서 자본주의 체제를 적용한 사회 대부분이 분업, 효율성, 생산성과 같은 산업적 측면에서의 효용만을 강조하다 보니 ‘인간’이 뒷전이 되어 버리고 있다는 말을 하면서, 소위 ‘한 우물만 파는’ 전문 인력이 아닌 이상, ‘머물지 못하는 자’들은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게 현 세태라고 꼬집었다.


정확하다. 우리가 그토록 스펙을 쌓고 필사의 노력을 곁들여 입사한 ‘대기업’은 안타깝게도 우리의 꿈과 마음 상태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오로지 노동력만을 최우선적 가치로 생각할 뿐이며, 우리는 그것에 부응하여 매일 분업화된 업무만을 반복하면 된다. 그리하여 어떠한 제품이 출시되었거나, 사업을 수주하였을 때 정말 그 결과가 온전히, 주체적인, 나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물론 손을 거치긴 했지만, 딱히 보람과 행복을 쉬이 느끼지 못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행하는 영혼’이 되어야 한다.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 중, ‘월급’이나 ‘업무’를 위해 한 평생을 소모하고 싶은 이는 없을 테니.


그렇다고 모르는 것도 아니다. ‘여행하는 영혼’이 되자니, 자꾸만 ‘현실’이 두렵고 그 속에 있는 부모님, 배우자와 자식들에게 미안해진다. 혹여나 이기적으로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 책임감을 조금은 덜어내야 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주체적, 창조적인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들 주변의 ‘전문 인력’들이 기존의 삶에 대하여 어떠한 의구심을 가지도록 하는데 크게 일조할 것이다.


벗어나야 한다. 기성세대, 즉 우리의 부모 세대가 겪었던 고난과 희생을 나의 삶에 투영시켜서는 안 된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를 세상에 외치다 보면 필시 그들도 우리들의 조그만, 그러나 강고한 발버둥을 보고는 ‘아, 삶이라는 건 이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구나. 그동안 지치고 힘겨웠지만,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존재의 의미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고 계속할 때, 그것이야말로 진정 후회 없는 인생이겠구나.’ 마음속으로 깨달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끝에서 한 번 더 용기를 내어 박차고 일어나 보자는 것이다.


훗날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을 때 ‘나는 정말 행복한 인생을 살았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진 않을 것 같다.


십 분이 채 될까 말까 하는 강연을 듣고, 나는 그의 외모나 집필했던 책, 화려한 언변, 빈틈이 없을 정도로 꽉 찬 지식보다도 그 ‘건강한 정신’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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