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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Jul 26. 2021

원 없이 잘 놀았음을 인증하는 것

놀이를 통한 4C 노출

요즘은 많은 자기 계발 트렌드는 인증을 기반으로 루틴을 잡아가곤 하는 것 같다. 자녀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자신의 공부가 아니라 자녀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인증사진을 찍고, 그것을 매일같이 올리기도 하는데, 일종의 강제성 부여와 습관을 잡는 것, 연대의 힘을 얻어 함께 간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긍정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녀들의 공부 또는 독서를 인증하듯이,

자녀들이 오늘 하루를 즐겁게 논 놀이시간을 인증하는 것을 대놓고 필수로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또 어떤 효과가 있을까? 그렇게 "오늘의 놀이"라는 폴더에 매일 논 것을 인증하는 곳도 존재할까? 문득 그런 의문이 좀 들었다.

우리 아이들을 곰곰이 살펴본다. 아직은 저학년, 그리고 유치원이라는 축복받은 나이이기에 사실상 굳이 루틴이나 공부 등이 굳이 필요 없고, 지금 이 순간 원 없이 놀아만 준다면 이미 하루치 삶을 너무나도 잘 살고도 남은 그런 나이!

그래서일까? 나의 핸드폰에는 잘 논 사진들이 스스로 독서나 공부하는 모습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설령 아이가 스스로 공부나 독서를 하더라도  굳이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들지는 않는다. 아이들에게는 원 없이 잘 놀고 난 후의 그저 일종의 쉼과 자신의 책임 정도일 테지.

잘 노는 것이 결국은 공부이고,

잘 노는 것이 결국은 체력이고,

잘 노는 것이 결국은 추억이고,

잘 노는 것이 결국은 사랑이고,

잘 노는 것이 결국은 오늘이다.

그런 오늘이 쌓여서 내일이 되고,

그런 내일이 쌓여서, 잘 놀았던 힘으로,

내가 원하는 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숨어진 힘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더욱 그러하다.


또한, 무엇보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살펴보면 4C환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잘 누릴 수 있는 곳이 놀이터이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여러 나이 때의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비판적 사고 (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 (Communication), 협력 (Collaboration) 그리고 창의성 (Creativity)을 배우며 변화에 노출되고 낯선 환경에서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하루치 놀이시간을 잘 확보해주고,

하루치 얼마나 놀이를 잘했는지를 인증해주고 싶다. 굳이 인증을 한다면, 독서나 공부보다 말이다. 지금은 그래도 되는 축복받은 나이이므로!

그 놀이 안에는 물론, 독서도 포함된다. 그 말인즉슨, 책 육아를 한답시고 독서를 강제적으로 아이에게 일궈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놀이의 일부로 독서를 스스로가 선택했다면, 그것은 훌륭한 놀이가 된 것이고 그 놀이의 종목이 독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 정말 아장아장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아기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담아 인증을 해야 하는 그런 기반의 환경이 잠재적으로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하는 점이 항상 조금의 의구심으로 남아있다.

책 육아라는 이름으로 육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육아의 기반이 책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위험성이 무서운데, 그것들의 잠재적인 어떤 효과는 없는 것일까, 그런 연구들이 있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리해서 유독 '공부 인증" 또는 "독서인증"을 하는 것에 조심스럽다. 무의식 중에 내가 이런 행동을 할 때 엄마가 사진을 찍어주고 흐뭇해하네? 하는 인과관계가 형성될까 봐 말이다.

엄마는 우리 아이가 무얼 하든 아이리아이여서 사랑하고, 우리아이가 우리아이 좋은 것인데,  자기도 모르는 무의식이 깊숙이 어딘가 잠재해있어, 아이가 본인의 결과로인해 사랑을 받는다는 인과관계가 힘겹게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자존감이 낮았던 나였어서 유독 그런 점들이 더 신경이 쓰이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요즘 만연해져 있는 키워드 속에서 아직까지 저학년의 엄마로서 살아가면서, 중심을 잘 잡고, 우선순위를 잘 가져가고 싶다.

아이가 원 없이 놀 수 있는 유년시절을 보내며,

아이가 놀이도, 공부도, 독서도(놀이의 일종) 스스로 주도해가며 체화해가는 과정을 위한, 긴긴 마라톤의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마라톤은 아직 시작 전인지도 모른다.

출발과 동시에 전력 질주하는 마라토너가 되고 싶지는 않다. 긴 레이스 중에 넘어질 수도, 길을 잃을 수도, 포기하고 싶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목적은 1등이 아닌 완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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