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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Feb 15. 2023

놀이공원에서의 가족, 새로운 국면을 맞다

'겁이 많은 아이'의 반전


올해 막 여덟 살이 된 아들내미가 드디어 바이킹을 타기 시작했다. 키 제한에서 풀리기 전까지는 타지 못해 모르던 일이었다. 아들은 늘 겁이 많았기 때문이다. 무형적인 것들에 있어 언제나 두려움이 많았고, 있지도 않은 일들을 상상하며 힘들어하곤 했다.

"엄마, 벌써 밤이 되었어. 무서워."

"엄마, 우리 집에 불이 나면 어떡하지? 걱정이 돼서 집을 나가지 못하겠어."

"엄마, 귀신이 나타나면 어떡해?"


그런 아들의 새로운 페르소나를 발견했다. 그는 탈거리에 있어 겁이 없었고 모험을 실로 즐길 줄 알았다. 이런 두려움은 전혀 다른 두려움이었다. 두려움이 많은 그에게 이것은 전혀 두려움이 아니었다.

불쌍한 신랑! 그는 어제 하루 종일 골골대며 토할 거 같은 마음을 붙잡으며 어떻게든 바이킹을 타야 했다.

"아빠, 이게 뭐야? 너무너무 재미있어."

"아빠, 한번 더 타자."

결국 그는 아들과 함께 연속 세 번 바이킹을 타고 말았다. 허연 얼굴로 힘겹게 나온 사십 대 중반의 중년 남성에게 실로 아비로서의 책임감이 짙게 드리워졌다.


회전목마만 타도 멀미가 나는 나는 원래 가방순이와 줄 서기를 담당하고 있었던 터였고, 나이가 들며 점점 더 스피드에 겁이 생겨버린 첫째 아이 역시 가방순이에 합류했다.

"아빠, 나 이거 탈 수 있어요? 키 돼요?"

아들은 새로운 탈거리를 볼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티 익스프레스였다.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긴 줄을 한번 내려다본 후, 나와 신랑은 동시에 외쳤다.

"아니 안돼. 130센티가 넘어야 한대."


그리고 우리는 눈을 마주했다.

"호가 이거 탄다고 하면 어떡하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얼른 신랑에게 말했다.

"알잖아. 나는 회전목마만 타도 멀미가 나. 저거 절대 못다. 자기가 데리고 타야 할 거 같아. 미안해."

신랑의 허연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해진다. 연속 세 번 바이킹에 모든 힘을 다 쓴 그는 힘겹게 웨건을 밀며 중얼거렸다.

"호야, 얼른 커서 네 친구들이랑 와서 타야겠다. 아빠는 도저히 저거 못 타겠다."

놀이공원에서의 가족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그동안 어린이용 탈거리와 동물원 위주의 관람을 벗어났음을 느낀다. 이제는 팀을 나누어, 탈것파와 안탈것파로 따로 움직여야 하나.


'두려움이 많은 아이'. 늘 아들내미 앞에 붙었던 수식어였다. 그러나 우리에게 얼마나 다양한 형태의 두려움이 있는지, 모든 두려움을 그저 '겁 많다, '라는 단어 안에 가두어두고 판단해 버린 것은 아닌지, 때로는 단어에 갇혀버린 채, 너머의 잠재된 능력과 열망을 지레 지워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두려움 앞에 당당히 맞선다. 당차다. 이 세 가지 설명은 모두 우리 첫째에게 해당하는 말이었다. 모든 것에 있어 두려움이 많다. 이것은 둘째에게 해당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오늘, 놀이동산의 탈 것과 스피드 앞에서 첫째와 둘째를 기술하는 단어가 정확히 역으로 적용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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