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를 닮았으나, 내가 알던 내가 아닌 것 같이 나이가 들었다. 이마에 0.5 센티 간격으로 규칙적으로 파인 네 개의 가로 주름, 쌍꺼풀인지 주름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희미한 눈꺼풀 주름, 코 주변의 심한 8자 주름, 깊이 파인 양 볼의 보조개 앞에 입꼬리 주변으로 새롭게 생긴 또 다른 한 쌍의 보조개, 미소를 지으면 살집으로 생기는 두 턱, 누르뎅뎅하다 못해 비온 뒤의 흙빛 같은 어두운 얼굴빛, 안경이 지나가는 자리 아래의 손으로 긁은 흉처럼 보이는 기미, 더듬이처럼 양 갈래로 솟아나는 귀 윗부분 잔머리와 숭숭 비어 머리 속살이 허옇게 드러나는 정수리 탈모, 부어있는 얼굴, 헝클어진 머리.
거울을 향해 애써 웃어본다. 낯설다. 이것이 지금의 나로구나. 지난 일 년 사이 내가 먹은 세월이구나.
"어머나, 나이보다 어려 보이세요."
살면서 두고두고 들어왔던 말을 영영 보내준다.
"어머. 생각보다 젊었구나." 뒤에 나오는 멋쩍은 문구, "첫째가 있어서 나이 있게 보았네."로 나를 맞이한다.
어쩌면, 노안이 되는 것은 꽤나 괜찮은 일이다. 세상 풍파를 맞고 나이를 얼굴로 먹는다는 것이 주는 힘, 내 안의 희로애락이 주름과 기미와 쳐진 살들로 나를 증명해 주니 굳이 말로 글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제, 여기에 지혜와 관용을 담으면 잘 이어 담으면 되겠구나. 그렇게 나는 또래보다 조금 더 늙어 보이는 모습으로 멋있게 지금의 모습을 사랑해 주고 싶다. 이마에 파인 주름살이 점점 더 진해질수록, 그 안에 사랑 또한 담기기를 염원해 본다.
낯선 거울 속의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본다. 거울을 응시하며 살포시 웃어본다. 깊은 보조개는 여섯 개가 되고 후 턱을 향한 주름이 세 겹이 된다. 자글자글한 지금의 모습이 쪼글쪼글해지는 순간까지, 힘껏 나는 살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