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진 않지만 완전한 요즘입니다.
저는 읽기와 쓰기가 없으면 살 수 없는 결의 사람이에요. 독서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책이 주는 아름다움과 연대의 힘을 믿고 있어요.
그렇지만 책만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가치 또한 간과하기에는 너무나 귀함을 알아요. 제 스스로가 책이 현실의 도피처가 되는 사람이기에 아이들만큼은 현실을 도피하기보다는 현실에 당당히 맞서 바라보고 일어날 수 있는 자기만의 힘을 자주 발견하여 꺼내 쓰길 원했어요.
그래서 이런 단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접경험을 통한 육아가 더 제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직접 부딪히고 깨져가며 헤쳐나가는 삶을, 부모가 함께 해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겪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추운 겨울날, 아이들의 축구경기를 봅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최선을 다해 이루어낸 환희의 순간 앞에서 마음이 웅장해졌어요.
그동안 꾸준히 훈련한 것들을 개개인 각자 끝까지 꺼내 쓰고 개인이 아닌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고, "잘했어." " 잘할 수 있어." "끝까지 하자" "괜찮아"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던 아이들.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정확한 패스와 어시스트, 그리고 끝까지 놓지 않는 책임감을 행하는 열 살배기 아이들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아이들로부터 배웁니다.
어쩌면 "너 때문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내는 요즘 세상의 어른들보다 열 살의 아이들이 어쩌면 더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명 한 명이 성장하여 한 팀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아... 이런 걸 어떻게 책으로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결국 끝끝내 직접경험으로밖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고, 스포츠가 그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팀 스포츠'는 그 결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건강하게 필드를 함께 뛰며 웃고 울 수 있는 멋진 아들 친구들이 다 우리 아들들(plural)이라,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내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서로 응원해 주는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 이 뜨거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동생들을 위해 늘 베이비시터 역할을 자청한 우리 6학년 첫째가 너무나 대견했습니다. 가족 공동체를 위해 동생의 팀을 위해, 기꺼이 행복하게 자신의 시간을 내어줄 줄 아는 멋진 아이로 지금처럼 그렇게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아들친구엄마로부터 꼬맹이 동생들의 일기가 날아왔어요. 일기 속의 큰 언니야가 얼마나 좋았는지 귀여운 그림과 어긋난 맞춤법과 함께 드러난 언니 사랑이 고마워서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그 시간 수학을 풀면 얼마나 풀고, 책을 읽으면 얼마나 읽겠습니까. 자칫하면 지루할 경기의 긴 기다림과 긴장된 순간 안에 행복하게 자신을 풀어 현재의 세팅에 넣어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게 동생들을 품어줄 수 있는 아이가 대견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이 아이가 초6이라고 중3이라고 고3이라고 달라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어제는 첫눈으로 폭설을 맞았습니다. 눈에서 마음껏 뒹굴며 세 시간을 놀고 들어온 녀석들의 젖은 옷가지를 말리며, 하하하 큰 소리로 웃으며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휘둘리지 않아 고요하고 깊어지는 요즘입니다.
육아의 목적이 무엇인지,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지 해가 지나갈수록 조용히 제 안에 담겨 힘이 되고 심지가 굳는 것 같습니다.
수치화 서열화 할 수 없는 더 소중한 가치가 우위임을 알아채기에, 오늘 하루도 온전히 그저 사랑을 담아 보낼 수 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완전한 요즘입니다.
요즘은 정말이지 육아가 너무나 행복합니다.

*가끔씩 교육단상과 삶의 단상을 나누곤 했었는데 늘 조심스럽습니다. 개인의 생각일 뿐, 혹여나 공감하지 않으시거나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 정도로 읽어주시고 넘겨주심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