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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Oct 27. 2021

가면을 쓰고 영어를 한다면?

영어 발화의 내적 동기부여를 심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


나는 핼러윈이 상업적인 수단으로 쓰이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의 놀이문화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으면서 맹목적으로 핼러윈을 외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한다. 그러나 다른 것이 아닌, '핼러윈과 EFL 환경에서의 영어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술을 조금 마시고 영어를 해본 적이 있는가? 조금은 덜 부끄럽고, 사람들이 "아, 저 사람 한잔 했지?" 할 수 있으니 조금은 실수에 대해 관대해진다. 쑥스러워 말조차 내뱉지 못했던 이들도 용기를 내기에 아주 적절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면을 쓰고 영어를 해 본 적이 있는가? 나의 정체성을 조금 가리고 영어를 한다고 했을 때,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로 무장하여 영어를 한다고 했을 때, 내가 말하면서 발생시키는 문법적 오류, 발음과 인토네이션에 구애받지 않고 당당하게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영어를 배우면서 혹은 가르치면서 가장 힘든 것은 다름 아닌 동기부여이다.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있고 공부가 재미있는 아이들만 모아다 가르친다면, 무엇이 그리 힘드랴. 가르치면서 가장 힘든 것은 하기 싫어하고 흥미도 없는, 즉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는 아이들에게, 일종의 흥미를 심어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외적 동기부여(extrinsic motivation)를 하기는 쉽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으로 홀리면 그만이나, 이렇게 될 경우, 단기간에는 효과를 볼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 자신의 실력이 될지, 아니면 단지 보상을 위해서만 잠시 반짝 노력하는 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한번 보상을 받으면 다음번 보상이 더 크고 좋아져야 한다는 것. 그래서 물론 extrinsic motivation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는 영어를 함에 있어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자극해 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 다른 과목과 달리 언어란 것은 꾸준한 시간을 필요로 하고, 단기에 성과가 보이는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그 내적 동기를 심어주는 것이 조금 더 도전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수줍음이 많은 아이들의 경우, 말하기를 유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실제 말을 잘할 수 있음에도 내뱉지 않아 스피킹 실력 측정에도 애를 먹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핼러윈과 의상의 도움을 받는 것이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말을 함에 있어 정확성(accuracy)은 좋은데 유창성(fluency)이 좀 떨어지는 학생의 경우,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짧게 말을 내뱉고 끝내서 다양한 발화를 하지 않으려 하는 학생의 경우에도, 본인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피드백을 주기에도, 평소의 스피킹 패턴을 선생님들이 분석하기에도 상당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가면 하나라지만 그 가면은 내가 꾸미고 선택한 코스튬이다. 코스튬의 페르소나에 빙의되며 새롭게 태어나는 분위기를 이용할 수 있다. 나 혼자만이 아닌 모두가 그런 분위기이므로 평소와는 다른 새로운 "발화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결국, 핼러윈은 어쩌면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발화 동기부여의 기회를, 선생들에게는 교실 외에서 학습자들의 실제 발화 습관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해주니, 좋은 이벤트에 하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 이벤트를 단순히 놀고 그쳐도 문화체험으로 충분할 수 있으나, 기왕이면 영어학습에 도움이 되는 동기부여와 실 피드백을 줄 수 있으니, 영어학원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좋은 날일 수밖에...


핼러윈이 서구문화이긴 하나, 핼러윈의 유래와 문화에 대해 배우고 이에 상응하는 우리나라의 문화는 없는지, 우리의 놀이문화는 어떠한지 (예: 단오에는 무얼 하고 쥐불놀이는 언제 했으며 윷놀이는 어떻게 하나, 우리는 귀신을 쫓기 위해 어떤 것들을 했었나, 마을에 서있는 마을에 서있는 장승들은 왜 있던가 등)에 대해 토의해보고 비교해보는 시간이 있다면 꽤 유익한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아마도 많은 기관들이 이것을 교육으로 어떻게 활용하고, EFL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맹목적으로 서양의 핼러윈을 흉내 내고 있을 수도 있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놀이를 넘어 이런 동기부여의 작은 불씨를 심어주고, 타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좋은 장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면을 쓰면, 용감해지니까! 그리고, 용감해지면 사탕까지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핼러윈과 영어발화에 관한 교육단상입니다.

2017년 코로나 이전 아이들의 핼러윈 모습, 동네 친구들

#핼러윈과 영어 #핼러윈에 대한 단상 #핼러윈과 내적 동기부여 #영어교육단상 #핼러윈과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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