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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Nov 29. 2021

아이의 빛이 빛나도록

오롯이 온전함만이 남아.....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면 마지막을 생각한다.

내게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달리 보인다. 아이가 하고 있는 행동도, 아이가 해야 할 것들도, 아이의 습관도 그 어떤 것도 내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오래도록 마음에 담고 싶어 아이를 가만히 바라본다. 아이의 눈동자 안에 반짝이는 그 눈빛 안에 나의 눈이 맺혀 보인다.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내가 아이에게 보내주는 이 눈빛, 아이가 나를 바라보는 이 눈빛이 마주한다. 아이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공기를 타고 만나 꼭 합쳐지는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린다. 그런 온전함 외에는 다른 것들이 끼어들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단순한 이 진리를 삶에 자주 적용하지 못함은, 너무나 당연히 내게 내일이 있음을, 우리 가족에게 내일이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겠지.


루틴도, 습관도, 자기 주도도, 살면서 누려야 할 것들이 많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 아이와 나와의 온전한 관계를 가로막는다면 그것이 과연 무슨 의미일까.


엄마표여도 좋고, 학원 표여도 좋고, 그저 아이와 나와의 온전한 신뢰와 관계를 이어만 준다면 그 방법이 어찌 되었든 내게는 상관이 없다.


당연히 내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현재를 당연히 여기며 지내던 순간, 가장 잘 나간다 자만하고 있을 시기에, 길을 걷던 나는 예기치 않게 사고로 하늘을 날았다.


그 순간, 하늘을 날면서 든 생각은, 이제 떨어지면, 다시는 이승이 아닐 것이라는 것!  파노라마처럼 시간이 늘어졌다. 그 짧은 순간이 믿기지 않게 길어져서 사랑하던 순간들이 눈앞에 맴돌았나 보다. 죽을 것을 확신하던 순간 나의 마음속에 보였던 모든 것들은 그저 '온전한 사랑' 하나였다.


그렇기에, 나는 주변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여도 그다지 흔들리지 않는 편인지도 모르겠다.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아이와의 온전한 관계를 해치는 것들을 나는 당장이라도  포기할 수 있음을! 그까짓 공부, 못해도 괜찮음을!


아이의 삶에 있어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수치화되어 나타나는 아이의 평가가 되기를 전혀 원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무엇을 하든, 그것은 그들의 인생. 나의 인생이 아니고, 아이의 인생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가 처한 환경과 우리가 내는 빛은 각기 다르기에, 우리만의 빛으로 아름답게 세상을 비추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의 빛이 너무 강해, 아이가 희미하게 내는 빛을 가로막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가 환히 내는 빛을 더 빛나도록 조용히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것만으로도 나의 삶은 이미 벅차다. 그 외의 것은 그저 욕심이라는 이름의 인위적은 빛일 뿐이리! 이를 기억하고 싶어 부족한 언어로 어떻게든 꾸역꾸역 남긴다.


아이의 빛이 빛나도록. 아이의 삶이 온전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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