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여행 Dec 17. 2021

자기소개

나는 꿈을 꾸는 사람입니다.

나는 가정주부이다.

한때 나는.. 라테는 말이야, 라는 말로 포장해야만 할 것 같은 순간들을 지나, 착실히 이제는 그런 한때는.이라는 말이 없이도 그냥 괜찮은 가정주부 9년 차. 아직도 살림이 서툴고, 요리도 서툴고, 청소도 서툴지만, 아이들과 함께 이 집에서 동고동락하며 눈빛을 맞추며 매 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힘을 내는 어쩌면 꽤나 고전적인 주부 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요즘 들어 고전적인 시대상에서 좀 진취적인 시대상으로 나의 주부상이 변형하였다. 그렇게, 마흔한 살의 주부 박소연은 자신을 위해 집안을 돌보는 것을 연습하고 있다.


나는 아이 둘의 엄마이다.

첫째의 엄마일 때 나는 늘 조마조마하고, 한없이 겸손해지고, 둘째의 엄마일 때 나는 우아해지고, 체면이 선다. 결국 누구의 엄마인가에 따라 너무나 달라지는 상황 안에서 서로 다른 페르소나끼리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며, 그 둘의 엄마는 결국 박소연이라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매일같이 억지로 인식하며 하루하루를 첫째를 바라볼 때는 온전히 첫째의 엄마로, 둘째를 바라볼 때는 오롯이 둘째의 엄마로 살아가기 위해 애를 쓴다. 어느 하나로 기울지 않고, 온전하게 가고 싶은 마음에 매일같이 숨이 턱이 찰 때까지 뛰며 버리고, 우다다다 떠다니는 상념들을 활자 안에 밀어 넣느라 바쁜, 두 아이의 엄마이다.


나는 꿈을 꾸는 가정주부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다.

나의 꿈은 명사형 "엄마, 박소연"에서 "엄마의 삶을 기록하여 나누고 싶다"의 동사형으로 품사 변형을 하였다.


동사의 꿈을 꾸니, 그것이 거창 히지 않아도, 그저 현재 진행형인 ing형태로 가고 있음에 만족하며 하루하루 꿈속을 산다. 한 때는 내가 열등하여 글 따위는 쓰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었고, 한 때는 나의 색이 너무나 무난해서 센 언니들 사이에서 감히 있어서는 안 되는구나 생각했다면, 이제는 나의 결을 좋아해 주고 사랑해주는 누군가 단 한 명의 사람만 있으면, 그 단 한 사람이 비록 나 자신이어도 나는 되었다.


사람마다 그 사람만의 결이 있다. 사람마다 고유한 삶의 무늬가 있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색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잔잔한 물결의 형태로, 어떤 사람에게는 갓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의 형태로 구불구불한 "결"이라는 것이 방향과 빈도에 따라 다르다. 같은 비눗방울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어린아이가 호 하고 짧게 부는 앙증맞은 동그라미의 형태라면, 어떤 사람에게는 어른의 거친 숨으로 훅 불어낸 길고 대형 타원의 형태로 그 "결"이 다르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내가 가진 "나의 결"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취향의 차이! 나의 결을 더 좋아하지 않는 것이 나의 능력이나 경험의 부족이 아닌, 단지 선호도의 차이일 확률이 크다. 그러니, 굳이 남들이 더 선호하는 결에 억지로, 내가 끼어 맞추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가장 소소한 것들 안에서 내가 발견하고 섬세하게 인지한 것들을 기록하고, 나누고 싶은 것이 애초의 시작이었다. 나는 기억을 소유하는 가장 우아하고 멋진 방법으로, 글을 선택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의 글 안에서는 나만의 결을 사용하고 싶다.


에메랄드 빛 바다도, 깊고 진한 심해도, 뻘이 심한 바다도, 투명하고 잔잔한 바다도, 파도가 유독 세게 들이치는 바다도, 모두 멀리서 보면 "바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리고, 자세히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내가 더 만나고 싶은 바다가 다르 듯! 굳이 나를 인위적인 짙은 바다색으로 맞출 필요는 없다. 잔잔하고 고요한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가 필요한 사람들은 언젠가는 이곳에서 필요와 쉼을 얻어가리니! 질퍽질퍽 짚어 삼킬 듯 끈적이나, 그 안의 온갖 생명체들을 만날 수 있는 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뻘에서 필요와 쉼을 얻어갈 터!


나는 내가 가진 나만의 결로, 소소하고 따뜻하게 오늘의 나를 기록하며 삶을 칠해 나간다. 시뻘겋고, 새파란 색을 손에 쥐었다가 과감히 내려놓는다. 파스텔 톤 잔잔한 색의 배합들을 손에 담는다. 마음이 편하다. 나의 결에 맞는 색으로 신나게 오늘치를 그릴 생각에 마음이 벅차 온다.


그렇다. 나는 꿈을 꾸는 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다행이다.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