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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Jan 01. 2022

아이가 만들어 낸 웃음에 집중한 한 해

교육단상: 우리가 만들어 낸 한 해

2021년도 한 해 동안 아홉 살 아이의 엄마라는 페르소나 안에서의 나의 삶을 살펴본다.


올해 엄마표로 시작하는 모든 것에 환멸을 느꼈다. 습관을 빙자하여 아이의 루틴을 만든다는 개념부터 나의 마음에서 끈이 떨어져 나갔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자기 주도적인 습관 형성에 관심을 쏟았는데 말이다.



삶이라는 것은, "살아가는 것"! 기왕지사 "잘 살아가는 것"! 이는 모두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것! 물론 작은 습관, 루틴이 주는 힘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 내려놓고 살아도 된다"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루틴이라는 이름하에 강박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다. 쉬어갈 수 있을 때 쉴 수 있는 용기를 누릴 수 있을 때 누리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영어판에 발을 담그고 있었지만, "엄마표 영어"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나는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책이 주는 커다란 힘을 믿고 있지만, "책 육아"를 굳이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책이 도피처가 되는 삶을 원하지는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처한 환경이 다르다. 각자가 처한 환경이 다른데 엄마표라는 이름 하나로 묶어 공통분모를 엮기에 무리라는 생각이 유독 들었다고나 할까?



우리는  그저, 각자가 각자의 위치에 맞는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 그리고 그것은 결국 각자의 삶일 뿐. 아이는 아이의 삶. 엄마는 엄마의 삶. 결코 아이의 것이 엄마의 것이 아님을! 그러나 종종 엄마표 월드에서는 아이의 것이 엄마의 것인 양 오만한 착각을 한다. 나는 그런 것들에 환멸을 느꼈나 보다.


삶이란, 사는 것! 잘 살기 위해, 내가 필요한 것들,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 나를 위로하는 것들, 나를 힘내게 하는 것들을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가고 만들어 가는 시기인 만큼, 편협한 어느 한 방향으로 아이를 밀어 넣고 싶지 않았다.


 방대한 바다에 몸을 싣고,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마다 건져주며 열심히 표류하고, 느끼고, 보며, 자신이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을 주는 활동을 스스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육아를 하고 싶었다.


그것이 책이면 책 육아일 테고, 그것이 엄마표라면 엄마표가 될 테고, 다른 루트라면 다른 루트일 것이다. 루틴은...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계획하여하는 루틴보다 지금 나와 아이에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돌보는 마음", 그리고 "내가 나를 잘 알고 생각해주는 시간"이다.


그리하여, 엄마와 아아 와의 진정한 관계, 아이의 눈빛과 마음에 더 집중한 한 해였다.


아이는 작년만 해도 하기 싫어했던 영어가 재미있다며 더 배우고 싶다고 외쳐댔고,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인데 왜 굳이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품던 아이가 영어권 국가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독서는 원하는 것들 위주로 원하는 시간에 즐겁게 했고, 독서 외에도 수많은 영화를 보고, 수많은 바깥놀이와 즐거움을 찾아내었다.


글쓰기는 작두 타듯,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순간순간들을 함께 포착하는 멋진 영광을 얻기도 했다.


여전히 수학은 자신 없어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못하고 어려우니 좀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굳히기도 하였다. 차근차근 쌓아가는 실력을 스스로 느끼며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앉아서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학습과 놀이를 오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 해, 우리는 많이 웃고, 서로의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 노력하였고, 가족끼리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아이는 많이 웃었고, 밝고, 자기 스스로와의 도전을 많이 하였고, 야외활동과 실내 활동 사이에서 스스로가 영역을 넓혀갔으며,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본인의 결에 맞는 친구를 탐험하고 스스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에 성공하였다.


아이가 만들어내는 결과물 하나하나에 연연하기보다는 아이가 만들어냈던 웃음 하나하나에 집중했던 시간들은 쌓여갔고, 그렇게 멋진 연말로 마무리가 된다. 그 어떤 엄마표 무엇.으로 불리는 무엇보다 더 성취감이 있고 짜릿한 순간임이 분명하다. 감히 '옳다'라는 단어 안에 이 순간을 넣어본다.


*이는 엄마표를 비하하는 글이 아닌, 개인적인 교육 단상일 뿐입니다. 사교육이냐 엄마표냐의 양극이 아닌, 교육을 바라보는 데 있어 좀 더 넓고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길 바라는 문화를 바라는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ps.2021년을 마무리 하올 한 해동안 즐겁게 작성한 아이의 일기. 아이의 일기를 주욱 보다 보니, 감회가 새롭다. 아이가 쓴 지난 일 년의 기록들, 아이가 남긴 아이의 기록을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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