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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Dec 31. 2021

다시, 스무 살

다시 스무 살을 산다면

환한 햇살이 가득 창을 비춘다. 커다란 창에는 아름드리 커다란 나무가 짙은 초록 잎을 뽐내며, 그 커다란 잎을 펄럭인다. 나뭇잎들의 변주가 바람결 따라 그림자를 지어낸다. 창을 활짝 열어 큰 숨을 쉰다. 촉촉한 잔디의 냄새가 코 끝을 찌른다.


보글보글, 물을 서둘러 끓인다. 한국에서 가져온 믹스커피의 달콤한 향과 촉촉한 아침 공기, 초록 나뭇잎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따뜻한 커피가 식도를 통해 가슴을 타고 내려가는 동안 들을 노래 리스트를 켠다. 커다랗게 틀 수 없음에 헤드셋을 켜고, 최대한 창가 쪽에 노트북을 옮겨놓으며 가톨릭 청년 성가를 튼다. 그리고, 오늘 하루가 이렇게 펼쳐짐에 감사의 기도를 하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안위를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룸메이트와 함께 하이킹을 가기로 한날, 아침 공기를 가득 넣어 시작한 하루에 걸맞게 최대한 간편하고 나다운 준비를 마친다. 룸메이트와 함께 차를 타고, 깊은 숲 안으로 들어간다. 구비구비 작은 길에서는 이미 노루 두 마리를 만난다. "로드킬을 조심해!" 여러 번 외치며 안도의 숨을 쉬며 도착 한 곳! 깊고 깊은 숲 속! 이제는 걸어서 하이킹이다.


새파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다. 기미 한 바가지를 오늘의 선물로 나는 받아가겠지. 스무 살, 나의 젊음의 훈장으로 얼굴에 남길 거야. 숲의 내음은 향기로웠다. 비릿한 듯 느껴지는 물줄기의 냄새가 바람을 타고 번져 퍼지고, 초록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더위를 식혀주었다.


나의 옷 안에는 수영복 하나가 비밀스럽게 장착되어있고, 그렇게 나는다람쥐를 만나며, 폭포가 있는 곳에 도달하였다. 웅장한 폭포가 만들어내는 무지개를 바라보며, 선녀가 된 듯 최대한 비밀스럽게 옷을 한 커플씩 벗는다. 그리고, 수영복만이 나왔을 때, 룸메이트와 함께 외친다. 


"이제부터 우린 자유다!"

"하나, 둘, 셋! 날아~"


멋지게 뛰어내리며 심장이 멎는다. 시선도 멎는다. 나의 지금은 황홀로 이루어진 정지상태! 젊음으로! 열정으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지금의 나에게 주는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본다.


첨벙! 


차가운 물이 몸에 닿으며, 하늘을 날던 나는 이내 곧 아름다운 물속을 익숙하게 헤엄친다. 하늘의 선녀가 호수의 인어가 된 듯, 짜릿한 순간을 지나고, 머리를 쏙 내밀고 난 후, 어딘가에서 불쑥 솟아오른 룸메이트를 기다린다. 


그리고 머리가 올라오는 그 순간, 나는 어디에도 없을 만큼 큰 소리로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폭포 소리에 묻혀 사라질 나의 웃음소리에 버금가게 더 큰 소리로 행복의 비명을 질러본다.


"꺄악~~~!! "



이야기는 당시 뛰어내리고프나 뛰어내리지 못한 소심한 나에게 바치는 상상 속 그러나 경험안의 짧은 소설입니다. 영감이 된 곳 Multnomah Falls!  직접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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