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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여행 Feb 11. 2022

눈을 감고 떠 보니 눈앞에 네가 있다.

십 대에 입문한 첫째에게



눈을 감고 떠 보니 눈앞에 네가 있다.


눈을 감고 떠 보니 눈앞에 네가 있다.

무릎 꿇고 앉아 눈을 맞추었던, 너는 나의 어깨 위까지 올라와 있다.

대롱대롱 아기띠에서 웃던 바로 그 웃음, 고스란히 간직한 채.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눈앞에 네가 걸어간다.

"엄마, 꼭 데리러 와야 해." 

소리가 들려야만 할 것 같은데,

"내가 혼자서 올게. 집에서 기다려줘."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저벅저벅 씩씩하게 걸어가는 네 뒷모습을 그 자리에서 바라본다.


꿈속에서나 가능했을까 하던 일들이 눈앞에 일어난다.

스스로 먹고 씻고 자고,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공부를 한다.

잔소리가 끼어들 틈이 어느 사이 사라졌다. 

옷 가지 한번 매만져줘야 할 것 같은 나의 손은 자유롭다.

뭐라도 하라고 이야기해줘야 할 것 같은 나의 입은 자유롭다.


"아싸 해방이다." 외칠 줄만 알았는데,

이만치 큰 너의 모습에 마음에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온다.

오래도록 기다린 자유를 누리면서도,

옛 시간들이 꿈만 같아 그립기도 하다.


"다녀왔습니다." 

큰 소리와 함께 손을 씻고, 와락 안기는 너를 본다.

여전히 너는 대롱대롱 아기띠에 매달려 내게 보내던 그 미소를 내게 보낸다.


눈을 감고 떠 보니 눈앞에 네가 있다.

이토록이나 어여쁘게 자라 너만의 삶을 살아가는 네가 보인다.


너의 삶이 아름답고, 너의 삶이 단단하기를.

너의 삶의 주인공이 오롯이 네가 되기를.

그것이면 되었다고. 

오늘도 나는 마음 다해 기도를 한다.


이제는 이 날들이 꿈만 같았던 지난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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