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맞는 10번째 봄날

새 학기를 맞은 딸아이에게

by 고요


사랑하는 안이에게


"아. 떨린다."라고 말하며, 평소보다 무려 한 시간이나 더 먼저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아침밥을 먹고 이를 닦고 스스로 오롯이 준비를 미리 다 한 후, 현관 앞에서 인사를 한 안이가 생각나는구나.


"다녀오겠습니다." 들려오는 씩씩한 목소리가 어찌나 기특하던지, 엄마는 네가 걸어갔던 그 발자국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을 미련 없이 내려놓을 수 있었어. 내려놓은 마음만큼 우리 안이를 믿는 마음이 가득 차오른 채 너의 하루를 응원했단다.


코로나로 인하여 입학식도 한번 못해보고 책가방이란 것을 몇 번 메 보지도 못한 채 지나간 슬픈 1학년이 흘러갔네. 매일 등교할 수 있어 좋다고 활짝 웃던 미소와 대비되게 "코로나 긴급!"이라는 문자가 지속되던 2학년도 어찌어찌 지나갔구나. 안아, 여러 가지 힘든 일들도 많았지만 우리 안이가 멋지게 마음 맞는 친구를 만들고 행복한 우정을 나누었던 2학년도 이제 미련 없이 보내주자. 우리 안이는 이제 어엿한 언니가 되어 학교의 꼭대기 층을 쓰는 3학년이 되었거든.


엄마는 학창 시절, 늘 3월이 오는 것을 두려워했어. 새로운 교실,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들 사이에서 엄마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이 온몸을 칭칭 휘감은 채,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알 수 없는 무게로 가득했단다. 친구를 사귀기까지 오래 걸리고 얌전하고 말수가 적던 엄마였기에 학기초의 어색함을 유독 견디기 힘들었는지도 몰라. "좋은 친구를 만나게 해 주세요." 늘 기도하며 잠들던 겨울방학의 끝, 알 수 없는 기대감과 두려움에 만났던 친구들이 생각이 나는구나. 조금은 다르겠지만 떨린다는 너의 말에 엄마도 오랜만에 옛 생각이 났어.


안아, 엄마는 우리 안이를 믿어. 안이는 새로운 환경에서 스스로의 빛을 내며 아름답게 한 해를 네 것으로 만들 거란 것을 알아. 편하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 솔직한 엄마의 마음이지만, 엄마가 살아보니 그런 일들만 일어나지는 않더라. 때로는 힘든 날도 때로는 울고 싶은 날도 있겠지만 엄마는 우리 안이가 그런 날들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우뚝 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우리 작은 씨앗을 심었던 날 기억나? 물을 주고 기다리니 땅 속 어두운 곳에 있던 씨앗에서 싹이 나와 까꿍 하고 인사를 했잖아. 우리 안이도 그렇게 까꿍 하고 인사할 수 있게 엄마가 옆에서 물도 주고 햇빛도 주고 예쁜 말도 많이 많이 해줄게. 건강하고 튼튼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지금처럼 잘 자라 줌에 감사하며!


안아, 필통 속에 엄마가 짧은 편지를 넣었어. 안이가 "그만해도 괜찮아."하고 말할 때까지, 엄마가 우리 안이의 아침 맞이 편지를 매일 넣어줄게. 꽤 괜찮은 날도 그렇지 못한 날도, 그 어떤 날에도 엄마는 우리 안이를 응원하고 있어. 엄마가 주는 사랑의 부적을 매일 아침 자율시간에 꺼내 볼 안이 생각에 엄마도 분주한 아침이 행복해져.


엄마랑 안이는 참 많이 달라서 엄마가 안이를 많이 이해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우리 딸이 받았을 많은 상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사람은 모두가 다른 '기질'이라는 것을 가지고 태어난단다. 우리는 서로 기질이 참 다르지만 그래 많이 사랑하잖아. 안이가 만나는 많은 친구들 속에서도 안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며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날 것이라고 엄마는 믿어! 그리고, 우리 안이도 그런 친구가 되어줄 거린 것 역시 엄마는 믿어!


긴 겨울의 끝, 새 학기가 시작하는 이런 멋진 날, 많고 많은 부모 중에 엄마와 아빠에게 와준 우리 안이에게 고마워. 그렇게 우리가 만났고 함께 했고 함께 커가고 있구나. 엄마를 자라게 해 준 우리 안이! 사랑해! 언제까지나!


2022.3.3

새 학기를 맞은 우리 첫째에게, 너와 함께 맞은 10번째 봄을 맞이하며, 사랑 담아 엄마가.


너와 맞은 첫번째 봄날에, 아빠와 안이
그리고, 네가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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