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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당한스펀지 Nov 27. 2018

내가 학점은행제를 좋아하는 이유

이 또한 편파적인 시각일 수 있지만, 자유롭게 생각을 밝힙니다.

난 청개구리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포함한 다른 이들의 "넌 이렇게 해야 돼" 또는 "공부해야 돼" 등 흔한 잔소리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물론 이 청개구리 습성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이런 흔한 얘기를 듣지 않은 이유는 사실 흔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똑같은 사람이 되기 싫었고 마찬가지로 지금도 이 생각을 갖고 있다. 정해진 한국의 교육체계가 싫었고, 남들과 똑같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좋은 대학교를 목표로 하지 않으면 '쟨 다른 게 아니라 이상한 거야'라고 프레임을 씌우는 흔한 인식이 싫었다. 마치 학교라는 공장 안에서 더욱더 일을 잘하기 위해 사회에 나갈 훈련을 하는 노예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고 이 정해진 길의 끝, 즉 막다른 길을 알게 모르게 느꼈던 것 같다.


이 삭막한 교육체계에서 탈피? 도피? 할 수 있다고 느꼈던 것은 검정고시였다. 대학 생활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지만, 굳이 좋은 대학교를 들어가야 할 당위성이 없던 당시론 검정고시란 선택지가 선악과보다 달콤해 보였다. 검정고시란 제도를 접한 후, 기존 교육제도를, 감옥 같았던 학교를 벗어나려 교장선생님 + 교감선생님 + 담임선생님 + a + 부모님을 포함해 13명의 어른들에게 혼자 대응했으나 결과는 대실패였다. 당시 같은 반인 아이들에겐 충분히 설명을 했었기에 "나 이제 갈게, 다들 안녕"이라며 체육복을 입고 뛰어갔으나, 13명의 어른들을 접한 후 다시 농구공을 던지러 갔다.


워낙 땡깡이 심했던 시절이라 이 사건은 부모님의 가슴에 못 박은 기억으로 남았고 지금은 좀 더 현명하게 굴지 못했던 나 자신을 무척이나 원망한다. 어느 용기 있던 한 학생처럼 자퇴 후 계획서를 PPT로 만들어 어른들 앞에서 PT로 멋지게 펼쳐 보이거나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했어야 했는데, 다짜고짜 부모님의 가슴에 헤딩을 해댔다. 후회한다.


여하튼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자퇴를 했으면 지금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검정고시와 더불어 학점은행제란 제도를 접했었는데, 아마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란 신대륙을 처음 발견했을 때와 비슷한 충격을 받았다.


헤딩하던 시절 난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전교권에서 놀았던 한 때의 기억은 아직까지 소소한 자부심으로 남아있다.) 13인의 어른들에게 대응하기 전, 매번 내 헤딩을 지켜보던 담임선생님께서 갑자기 교무실로 불러 검정고시 기출문제를 준 적이 있다. 아마 이런 문제가 나오는데 네가 잘 푸는지 지켜보겠다란 생각을 하셨던 것 같은데, 가슴 떨리게 채점해보니 합격점이었다. 더 이상은 자퇴에 대해 말을 안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곤 이런 계획을 그렸었는데, 자퇴 -> 빠른 검정고시 합격 -> 학점은행제 2년 학사과정 -> 대학원 입학을 할 때쯤이면 22살이었다. 대학원을 생각한 이유는 MBA란 말이 꽤나 멋있어 보여서. 그리고 가야 할 것 같아서.


계획대로라면 서강대학교 MBA 과정에 입학할 때쯤 22살이고 대학원 합격과 동시에 군대를 다녀오면 남들보다 한참 빠른 인생이 펼쳐지지 않을까? 란 계획을 그렸었다. 어린 날의 꿈.


지금은 세상에 없는 잡스가 말하길 "인생은 각각의 점(경험)이 모여 하나의 선(현재와 미래)이 된다"라고 한다. 아무리 쓸모없어 보이는 경험을 했더라도 현재와 미래엔 분명 도움이 된다는 설명으로 이해했다. 잡스가 자퇴하기 전 서체를 배워 디자인 폰트를 적용시킨 것처럼.


학점은행제를 좋아하는 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기존 교육제도에 대한 반감과 혹여나 학생들 중 어린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라고 할 수도 있다. 부모의 못 이룬 꿈을 자녀가 이루길 바라는 것처럼. 그리고 머리가 커버린 지금도 여전히 학점은행제는 학력이 필요한 한국 사회에서 남다른 차별성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아무리 사회적인 인식 속 허울뿐인 학위라고 할 진 몰라도 줄여지는 시간만큼 더 나은 경험에 투자를 한다면? 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도시락 가게오너인 김승호 회장님의 말을 인용하자면 "젊을 때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은 경험이다."

다 똑같은 취업용 스펙 타령이 아닌 자신만의 특별함을 만들어줄 그런 경험. 다른 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그런 경험.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고 각각의 경험치가 쌓이면 몇 년 후 그려본 자신의 모습에 가장 근접하지 않을까?





학점은행제 과정의 담당자로써 자신만의 길을 걷을 수 있는 이런 용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엄청난 영광이며, 단순히 돈과 같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귀중한 관계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여전히 난 학점은행제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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