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 통제력]이 돌아왔다.
다이나믹한 얘기는 아니다.
금주 13일차가 말하는 금주 효과는 사실 다이나믹할 수가 없다. 이제 내일이면 고작 2주를 바라보는 입장이다. 금주로 인해 어떤 증상이 나아졌다거나 삶의 질이 달라졌다거나 그런 다이나믹한 효과를 말할 짬이 아니다. 군대로 치면 아직 훈련병 시기이기에 군대썰을 막막 풀거나 보직이나 행보관 뒷담화 등을 논할 수 없다. 암 그렇지.
그럼 뭔 금주 효과?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하다. 금주 훈련병이 말하는 금주 효과는 딱 1가지다. 바로 소소한 통제력이다. 근 10년간 일주일에 3번은 술을 마셨고 일주일에 2번은 숙취가 찾아왔다. 일주일 3술, 2숙취는 내게 삶이었다. 술을 즐기는 사람과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던 것이다. 병자였지.
- 통제력이란?
통제하는 힘을 말한다.
- 통제란?
일정한 방침이나 목적에 따라 행위를 제한하거나 제약하는 것을 말한다.
술 생활을 주변에서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술은 적당히 마셔." 하지만 특정 법칙을 따르는 술자리에서 적당히란 단어는 없었다. 여기서 특정 법칙이란 관성의 법칙이다. 한 잔이 두 잔을 불러오고, 한 병이 두 병을 불러오고, 1시는 3시를 불러왔다. 멈출 수 있었지만 멈출 수 없었고, 내려놓을 수 있지만 내려놓을 수 없었다. 오히려 가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조져지는 것은 언제나 나였다. 이 모든 것은 '통제력'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났다.
금주 13일은 제대 후 처음이다.
극한 통제인 군대를 제외하고 직접! 손수! 내가! 병자인 내가! 통제력과 함께 살고 있다. 오늘과 내일, 그리고 그다음 날도 역사적인 순간이다. 하루 걸쳐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술 먹고 싶단 욕망을 통제 중인 매우 매우 뜻깊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잊고 있었던 이 통제력의 재림은 삶의 다양한 부분들도 함께 변화시키고 있다.
13일차가 깨달은 금주 효과는 "내 삶을 통제할 수 있겠는데?"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금주에 이어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도 소소한 통제가 시작되고 있다. 배고프다고 해서 곧바로 편의점으로 뛰쳐나가지 않는다. 편의점을 가다가도 '아 이건 아닌 것 같아.'하며 돌아온다. 흡연 욕구가 올라와도 바로 나가지 않는다. '한 가지만 더 처리하고 가자.' 또는 '조금만 참아보고 4시에 가자.'란 생각이 든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잊을 수 없던 일이다.
금주 13일차, 엄청난 장족의 발전이 진행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