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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당한스펀지 Oct 18. 2020

이제껏 소심함이 자신감의 문제인 줄 알았다



· 소심함 : 대담하지 못하고 조심성이 지나치게 많다.

· 자신감 : 어떠한 것을 할 수 있다거나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 혹은 경기를 잘할 수 있다는 등에 대한 자신의 느낌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소심한 태도일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못하는 것, 또는 먹고 싶은 메뉴가 있는데 당당히 말하지 못하는 것 등 모두 소심함과 관련된 사항이다. 이 소심한 태도는 명확한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이 태도로 인해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는 것이 그에 따른 증빙이다.


여태껏 하고 싶은 말을 뜻대로 한 적이 드물고 그 흔한 메뉴 선택에도 당당히 먹고 싶은 메뉴를 말하지 못했다. 덕분에 다른 이와의 큰 마찰이나 흔한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진 않았지만 이 태도는 그보다 더욱 심각한 사태를 초래했다. 소심한 태도로 사는 날이 많아지자 점차 '나다움'을 잃어갔고 '주체성' 또한 함께 잃어갔다.


이 태도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신감 높이기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나를 공부하는 학교(인큐)의 I 프로젝트, 거절당하기 훈련 등 자신감과 관련된 활동을 했지만 단기적이었을 뿐, 장기적으로 소심한 태도를 바꾸는 것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지금 하고 있는 할 수 있다 달리기도 자신감 프로젝트의 일환이지만 이내 깨달았다.


소심함은 자신감의 문제가 아니었다. 소심함은 신뢰의 문제다.




하나의 예로 모임에서 한 마디 안 하는 사람도 다른 모임에선 활기찬 경우가 있다. 1:1의 자리에서도 상대에 따라 어떤 경우는 말하지 않고 어떤 경우는 대화를 주도하는 경우가 있다. 상황에 따라 자신감이 달라지는 걸까?


자신감이 자신을 믿는 느낌이라면 상대적이 아니라 독립적이어야 한다. 타인의 평가와 상관없이 [스스로 자신을 믿는 느낌]이니까 독립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소심한 사람도 특정 모임에서 다른 양상을 띈다는 것은 소심한 태도는 자신감의 문제가 아님을 증명해 준다.


이 상대적 소심함은 신뢰의 문제였다. 어떤 모임이나 사람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타인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그 본질엔 타자신뢰가 깔려있다. 즉 자신이 믿는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소심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여러 개의 가면 중 A 모임엔 유쾌한 가면을, B 모임에선 소심한 가면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심한 가면을 썼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가면을 내려놓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주변의 소심한 사람들이 하나 둘 입을 떼기 시작하거나 어떤 이상한 말을 해도 사람들이 잘 들어준다고 느끼는 경우 등이다. 이런 경우도 갑자기 자신감이 올라가는 것이 아닌 타인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하나 둘 자신의 얘기를 꺼내놓음으로 인해 타인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며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도 입을 열게 된다. 어떤 말을 해도 상대방이 비난하거나 손가락질하지 않음을 확인했기에 첫마디를 내뱉는 것이다. 신뢰할만한 사람들이 있는 모임과 그렇지 않은 모임에서 자신의 태도가 왜 다른지를 생각해보면 명확해진다.


소심함은 자신감이 아닌 타자신뢰와 관련되어 있다.




<책 : 미움받을 용기>에선 '타자신뢰'라는 말이 나온다. 학자는 신뢰를 설명하며 한 가지 극단적인 사례를 드는데,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고 배신을 당해도 믿음을 유지하는 것이 신뢰라고 한다. 진정한 인간관계는 신뢰를 기반으로 성립해야 하며 타인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것이 진정한 타자신뢰라고 덧붙인다.


<미움받을 용기> 중에서


A

'자기에 대한 집착'을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돌릴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두 번째 키워드, 바로 '타자신뢰'라네.


B

타자신뢰. 즉 다른 사람을 믿으라는 말씀입니까?


A

여기서 '믿는다'라는 말은 신용과 신뢰로 구별해서 생각해야 하네. 먼저 신용에는 조건이 따르지. 영어로는 'credit'지.


예를 들어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담보가 필요해. 은행은 그 담보가치를 매겨서 "그럼 이만큼 빌려드리겠습니다." 하고 대출금액을 산정하지.


"당신이 빚을 갚는다는 조건 하에 빌려주는 거예요.", "당신이 갚을 수 있을 정도만 빌려줄게요."라는 식으로. 이건 신뢰가 아니라 신용이지.


이에 대해 인간관계는 '신용'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아들러 심리학의 입장이네.


비록 신용할 수 있을 만큼의 객관적 근거가 없더라도 믿는다. 담보가 있든 말든 개의치 않고 무조건 믿는다. 그것이 신뢰라네.


물론 조건을 달지 않고 타인을 믿다가 배신을 당할 때도 있지. 보증을 선 사람이 그렇듯 손해를 보기도 하고 말이야. 그럼에도 믿음을 유지하는 태도를 신뢰라고 부르지.


아들러 심리학은 간단하네. 자네, 지금 '누군가를 무조건 신뢰하면 배신만 당할 뿐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지? 그런데 배신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네가 아니야. 그것은 타인의 과제지.


자네는 그저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만 생각하면 되네. "상대가 배신하지 않는다면 나도 주겠다"라는 건 담보나 조건이 달린 신용관계에 불과해.


신뢰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결국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없다네.


자기 수용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수 있다면 배신이 타인의 과제라는 것도 이해할 수 있고 타인을 신뢰하는 길로 들어서는 것 또한 어렵지 않을 걸세.




소심한 태도의 대표적인 문제는 타인의 과제를 내 쪽으로 끌어와 망상을 벌이는 것이다. '이런 말 하면 상대가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이 메뉴를 상대가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등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상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을 속인다. 상대를 신뢰하지 못하고 타인의 과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말을 하던 상대가 칭찬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타인의 과제이다. 타인의 과제와 상관없이 무작정 신뢰를 하는 것, 소심함을 벗어나기 위해선 이 신뢰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소심한 태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상대를 신뢰해야 한다. 자신감이 아닌 타자신뢰가 필요하다. 만약 타자신뢰를 기반으로 인간관계를 맺는다면 소심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더 힘들 것이다. 온 세상에 자신의 편만 있는데 굳이 소심함이란 가면을 쓸 사람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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