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서 중요한 것은 '나'와 '내 세상에 대한 관점'
안녕, 오늘은 결혼에 대한 가치관에 대해 얘기를 나눠볼까해. 결혼이란 두 단어가 주는 중압감은 굳이 설명할 필요없겠지? 사회에선 결혼이란 것을 중요한 하나의 과제이자 이전과 이후로 나눠지는 하나의 벽으로 인식하잖아. 간 애, 갔다온 애, 곧 갈 애 등 결혼과 관련된 참 많은 단어들이 있어. 어딜 그렇게 가는 걸까.
결혼하면 따라오는 단어가 가치관이더라고. 연애할 때도 물론이고 삶의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결혼한다면 파국으로 끝날 수 있단 두려움 때문에 '가치관'을 중시하는 것 같아. 왜, 끼리끼리 만난다는 말도 있잖아. 결혼하기 전엔 우리 민족인 줄 알았는데 결혼 후 다른 민족인 것을 안다면? 전쟁이 벌어지는 거지 뭐. 흔한 역사잖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해오는데 결혼에 있어서는 선택의 무게가 조금 다른 것 같아. 마치 일생일대의 선택을 하는 느낌이랄까? 만약 이게 잘못된 선택이면 어떡하지, 이 선택의 끝이 파국이면 어떡하지, 내가 아빠나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등 많은 것들이 고려요소로 작용하게 되겠지. 이를 통틀어 가치관이란 단어로 퉁치기 때문에 중요한 거고.
어떤 사람과 결혼해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결혼할 거야
내 생각은 조금 달라. 결혼에 있어서 가치관이 중요하다, 배우자가 중요하다, 서로의 집안이 중요하다 등 흔히 중요하게 생각해라!라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내가 생각하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에선 우선순위로 '나'가 중요하고, 그다음으로 '내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이 중요해. 그저 내가 키포인트인 거지.
지금은 없어진 나를 공부하는 학교 : 인큐에서 배운 내용이야. 인큐의 대표였던 윤소정쌤은 결혼 가치관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어. "어떤 남자와 결혼해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결혼할 거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나도 너가 느끼는 감정과 다르지 않았어. 뭔가 참신하긴 한데 이상하고, 이상하긴 한데 참신한 말이었거든.
뭔진 모르겠지만 색다른 것을 보거나 듣는다면 뇌리에 박히게 되잖아? 말을 듣고 뇌리에 박힌지 5년이 됐는데 조금씩 의미를 이해하게 됐어. 짧지 않은 기간동안 저 말이 숙성된 건지, 내가 숙성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의미인지 알겠더라고. 상대와 함께 하는 결혼에도 '나'가 가장 중요하고 '내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이 중요해.
어떻게 오래 만나? 오래 만나니 이제 정이지?
20대 초부터 지금까지 7년 반 연애 중이야. 내년이 되면 8년으로 들어가는데 친구들은 "어떻게 그렇게 오래 만날 수 있냐?"고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 같아. 그리고 따라오는 말은 "이제 정이지?"
당연히 우리도 흔히 말하는 권태기라던가 싸움이 적지 않았어. 내년이면 8년인데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만나고 결혼까지 얘기하는 사이가 된 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던 것 같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난 이겨낼 수 있다는 그런 믿음 말이야. 자신감이나 자존감이나 그런 단어로 표현되는 것들 있잖아.
길게 연애하는 커플을 보면 공통점이 이거인 것 같아. 개개인의 뿌리가 깊다는 것. 왜 그런 말도 있잖아. 뿌리가 덜 박힌 나무는 바람에 많이 흔들리고, 뿌리가 깊게 박힌 나무는 태풍에도 끄떡없다. 연애 중에도 많은 태풍이 부는데 그 강풍들을 뚫고서 당당히 서있는 것은 아닐까? 서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기 때문에 장기 연애를 했다고 생각해.
"어떻게 그렇게 오래 만날 수 있냐?"에 대한 내 생각은 그래. 그리고 항상 따라오던 질문인 "이제 정이지?"에 대한 답변은.. 아니. 정은 무슨 정타령이여. 요즘같이 팍팍한 시대에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든데 정으로 함께 가는 사람이 어딨어? 물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랑이야. 이런 말은 참으로 쑥스러운 건디 사랑이 맞아.
사랑이라 했다고 "그럼 사랑이 뭔데?"라고 묻는다면 너랑 말 못 해. 난 그렇게 어려운 것을 명확히 정의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 정말 박식하고 유능하다고 소문난 현자에게 물어도 답을 못할걸? 아마 테스형이 그 질문을 받았다면 십중팔구 이렇게 답했을 거야. "너 자신이나 알라" 얘기가 위쪽으로 돌아가는 건가?
여튼 사랑의 정의는 모르겠다만, 지금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정이 아닌 사랑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어. 옆에서 자고 있는, 유튜브를 보면서 웃고 있는, 밥풀 흘리며 밥을 먹고 있는, 그 모든 순간이 사랑스럽거든. 사랑이 뭔진 모르겠지만 사랑스럽다는 느낌은 알 것 같아. 이 정도면 정이 아니라 사랑으로 답해도 되지 않을까?
우주가 쪼그라들 만큼 당당히 '사랑스럽다!' 말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어. 여자친구가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한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가 발병하고 난 이후거든. 뭔가 이상하지? 코로나와 여자친구의 사랑스러움이 뭔 상관?
극심한 죽음 불안을 겪으니 여자친구가 사랑스러워졌어
어릴 때부터 환절기 비염을 달고 살았어. 코로나가 발병할 때가 딱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고,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도 이 시국은 끝나지 않았지. 코를 훌쩍거리는 모습을 보던 주변인의 시선은 곱지 않았어. 그리고 간지러운 코로 인해 기침하는 나 자신을 보는 것도 두려웠어. 이때 심각한 죽음 불안을 앓았어.
근 3달간 하루의 시작과 끝은 코로나 관련 영상이었어. 기침할 때마다 검색한 단어는 증상이었지. 나간 적도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온갖 정보를 다 공부했었어. 사망률, 사인토카인폭풍, 온갖 괴담 등 그 시기에 나왔던 자료는 모두 본 것 같아. 어찌저찌 이겨냈지만, 죽음 불안이란 친구와 함께 지낸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배웠어.
대표적인 것이 '언제 갈지 모른다'였어. 정말 단어 그대로야. 자다가 심장마비로 갈 수도 있고 갑자기 날아든 간판에 맞아 훅 갈 수도 있잖아? 항상 이 생각을 갖고 살아가니 한순간 한순간이 귀하더라고. 내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잖아. 코로나 덕분에 삶의 불확실성을 체화하게 되니 모든 순간이 감사하더라고. 눈부시더라고.
이 경험 덕에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변했어. 무심코 건네는 친절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고 블로그나 페이스북에서 관심 주는 친구들이 얼마나 감사한 지 몰라. 눈 뜬 아침과 그저 살아있음이 기적 같아.
내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이 변하니, 여자친구의 사랑스러움은 하늘을 뚫고 날았어. 매 순간순간이 사랑스럽더라고. 짜증 내는 순간도 막 잠에서 깬 순간도, 난데없이 기분 좋아서 춤추는 모습도 말야. 그저 함께 숨 쉬고 있음이 감사하고 고맙고 사랑스럽고 그래. 물론 결혼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얘기하고 있는 중이고.
이 지경까지 오니, 인큐에서 윤소정쌤이 말한 "어떤 남자와 결혼해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결혼할 거다"란 말이 조금 이해되더라고. 결혼 상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나'와 '내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잖아, 결혼도 마찬가지로.
난 그렇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