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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클로이 Jan 03. 2023

버닝맨 2023에 다시 갈 수 있을까?

나의 버닝맨 2022 경험 이야기


내 인생에서 가장 진기했던 경험, Burning Man 2022.


워낙 걱정 인형인 탓에 변화보다는 익숙한 것을 쫒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어떠한 새로운 경험을 하지 않고 있는 나였다. 예측가능한 틀 안에서 벗어난 적 없이 살아왔기에 버닝맨은 잔잔한 물가에 던져진 큰 돌멩이처럼 잔잔한 나의 일상에 파도와 같은 물결을 일으켰다.


워밍업


나는 원래 버닝맨이 뭔지도 몰랐었다. 이런 ‘행사'를 매년 개최한다는 사실도 몰랐고, 매년 이 ‘행사'만을 기다리고 있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내가 버닝맨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바로 나의 피앙세 제임스 때문인데, 그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제임스는 종종 나에게 버닝맨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면서 덧, 나와 함께 버닝맨에 가면 좋겠다는 뉘앙스를 풍겼었다. 그래서 버닝맨이 도대체 뭐냐고 물어보니 아주 짤막하게, 사막에서 사람들과 자급자족을 하며 예술 전시, 공연을 보러 다니다가 맨 마지막 날 전시된 모든 것을 태우면서 끝낸다는, 그런 말도 안 되고 정말 상상도 안 가는 묘사를 해주었다.


그게… 뭐야?

 

궁금한 마음에 버닝맨 웹사이트를 뒤적거렸다. 버닝맨 10 계명과 함께 그들의 히스토리, 타임라인, 미션을 읽어보았다. 솔직히 하나도 와닿지 않았다. 유튜브에 버닝맨 홍보 영상을 몇 개 살펴보니, 정말 제임스 말대로 사막에서 사람들이 캠핑을 하면서 이름 모를 예술인들의 작품과 각종 공연들을 구경 다니는 그런 페스티벌 정도로 밖에 이해할 수 없었다. 덧붙여 돈 주고 괜한 고생하는 헐벗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사막 캠핑이라는 것이었다.


지난 5월, 제임스는 계획에도 없던 Lightning in a Bottle이라는 페스티벌에 함께 가자며 나를 슬슬 꼬셨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것은 그의 빅픽쳐였다. 단순히 사막에서 며칠간 펼쳐지는 뮤직페스티벌이라고 알고 갔는데, 이것은 버닝맨의 스몰버전이었다. 잘 곳, 먹을 것, 씻을 것을 모두 준비해 가야 했고, 낮에는 내리쬐는 햇빛에 타는 더위를 피해서, 저녁에는 사막에 불어오는 뼈 시린 추위를 피해서 공연과 강연 및 전시를 보러 다녔다. 나의 미국에서 첫 캠핑이기도 한 탓에 제임스는 준비부터 끝 마무리까지 하나하나 마음 써주었다. 게다가 제임스가 노래를 부르던 캠핑 크루들을 직접 만나 함께 어울렸기에 더 재미있었다. 첫 캠핑에 매력을 느끼면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짤막한 그룹 캠핑이라면 언제나 다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으려던 찰나, 제임스는 버닝맨 티켓 예약 사이트를 슬며시 들이밀었다.


영혼 없었던 버닝맨 준비 


그렇게 나는 버닝맨 2022에 가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버닝맨에 참가했었던 한국 사람들의 후기를 몇 개 읽어보았는데, 다들 버닝맨에 가기 전부터 생애 처음 하게 될 경험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고 했다. 버닝맨에 다녀온 지인들도 정말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며 극찬을 했고, 2019년에 버닝맨에 다녀온 형부도 2022년도에 참가하게 된 내가 부럽다고 했다. 제임스는 바로 내 옆에서 나와 함께 버닝맨에 참가할 생각에 무진장 신나 있었다. 다들 버닝맨에 대해서 찬양을 하는데, 나는 솔직하게 기대보다는 두려움에 똘똘 차 있었다. 정말 솔직하게는 걱정이 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내가 버닝맨에 대해서 긍정의 마음가짐을 갖지 못했던 여러 이유들 중 한 가지는 바로 위생문제였다. 생 날 것 그대로의 버닝맨 이전에 워밍업 차원으로 다녀온 LiB에서부터 나를 괴롭혔던 것은 바로 포타파티 (portable toilet), 미국식 공용 간이 화장실이었다. 절대 밑을 봐서는 안 되는, 그 밑이 훤하게 뚫려있는 화장실에선 낮에는 물론, 헤드라이트를 달고 들어간 저녁에는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3일 동안 다녀온 LiB 페스티벌 때 나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3일 내내 큰 일을 보지 못했다. 버닝맨에선 약 일주일 동안 포타파티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 생각만 하면 계속 머리가 아파왔다. 게다가 혹여나 배탈이 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감히 상상도 가지 않았다.


포타파티에 이어서 샤워도 문제였다. LiB에서는 주최 측에서 1 샤워 당 10달러란 무지막지한 비용을 매긴 공용 간이 샤워실을 제공했지만 엄청나게 긴 줄을 땡볕 아래서 기다려야 했기에 제임스와 나는 애초에 포기했다. 그 대신 캠핑용 샤워기를 구입해서 갔지만 가림막 없는 열린 공간에서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은 나에겐 무척이나 곤욕이었다. 캠핑 내내 제대로 된 샤워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지막 날 밤, 나는 집에 돌아가서 샤워를 할 생각에 들떠있었다. 버닝맨에서는 공용 간이 샤워실이란 럭셔리 따위는 없다. 화폐가 사용되지 않는 곳일뿐더러, 쓰고 나오는 폐수 또한 사막에 남김없이 우리 개개인이 처리해야 하기에 샤워는 그냥 못하는 것이었다. 일주일 동안 성에 차는 샤워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정말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러저러한 걱정 탓에 나는 버닝맨을 준비하기도 전에 번아웃이 와버렸다. LiB보다는 한 차원 위인 버닝맨을 위해서는 더 탄탄한 준비가 필요했는데, 번아웃이 온 나 때문에 제임스가 거의 혼자서 준비를 해야 했다. 다행히도 제임스와 그의 캠핑 크루는 버닝맨에 지정받은 유서 깊은 캠프사이트가 있었고, 30명가량의 친한 캠핑 크루들과 함께 생활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공유한 준비물 리스트대로 제임스는 버닝맨을 위해서 사막 바람도 막아줄 튼튼한 새 텐트 (시프트포드, Shiftpod), 사막의 뜨거운 햇살을 막아줄 캐노피, 센 바람에도 꺼지지 않을 버너, 그리고 드넓은 사막 안에서의 이동을 도와줄 새 자전거도 구입했다. 위생 걱정에 예민해져 있던 나를 위해서 제임스는 휴대용 변기도 준비했고, 휴대용 샤워 칸막이도 구해다 주었으며, 더위에 짜증 낼 나를 위해서 이동식 에어컨까지 어디선가 빌려다 주었다.


나를 위해주는 제임스의 마음은 고마웠지만, 나는 내 안의 두려움과 걱정이 워낙 컸던 탓에 감사함보다는 내가 감당해야 하는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졌고, 정말 견딜 수 없는 상황이라면 중간에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못할 것은 없었다


저녁 8시에 출발해서 10시간가량 제임스와 허벅지를 꼬집으며 번갈아 운전을 하여 우리는 아침 일찍 블랙 락 사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베뉴에 가까워질수록 저 멀리서부터 우리보다 먼저 와 사막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창문을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흙먼지 냄새와 타는 듯이 내리쬐는 햇빛이 사막에 온 것을 실감케 했다.


온라인으로 예매한 티켓을 수령하기 위해서 들린 매표소에서 나의 첫 버닝맨이라고 하니 다들 엄청나게 환영해 주었다. 신원확인 차 여권을 보여주니 한국 여권을 보며 신기한 듯 요리조리 살피고는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해주었다. 첫 버닝맨 참가를 축하하며 흙에서 구르는 일종의 그들만의 의식을 치렀는데, 아주 세세하게 작은 흙의 입자 때문인지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감촉이 좋았다. - 그런데 이 흙은 나중에 사막에 바람이 불어 닥칠 때 미세 먼지가 되어 한 치 앞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 흙먼지가 뒤덮인 상태에서 첫 번 (burn)의 시작을 알리는 종도 치고, 모든 버닝맨 스태프와 찐한 허그도 나누었다. 우리의 지정된 캠프에 미리 와있던 제임스의 캠핑 크루는 다들 하나같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모든 사람들의 극진한 환영에 두려움과 걱정으로 굳어있던 내 마음이 조금씩 말랑말랑해짐을 느꼈다.



근 일주일 동안 나는 물과 그늘 하나 없는 뜨거운 햇빛 아래, 온통 흙과 먼지 투성이인 사막 한가운데서 8만 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자연 본연의 모습 그대로의 삶을 살았다.


걱정했던 대로 버닝맨에서 유일하게 제공해준 공용 간이 화장실은 정말 사용하기 불편했다. 우리 캠프가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간이 화장실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는데, 덕분에 화장실을 청소하는 때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화장실 청소차가 왔다간 아침에 후다닥 이용하거나 제임스가 챙겨 온 휴대용 변기를 이용해서 용변을 해결하였다. 한국에서 구매해간 캠핑용 1회용 물티슈와 파우더 티슈도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샤워를 할 수 없으니 물티슈를 이용해서 아침저녁 온몸을 닦았고 - 다리에 붙은 흙먼지 때문에 물티슈가 굉장히 많이 쓰였다. - 파우더 티슈를 이용해서 겨드랑이도 닦아 주었다. 이 두 아이템이 없었다면 구린내를 풍기면서 다녔을 테지만, 그래도 그나마 사람다운 모습으로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물티슈의 도움이 정말 컸다. 내추럴 모습을 고수하는 다른 참가자들 덕에 나는 이번 버닝맨에서 전 세계 암내를 다 맡아본 것 같다.


머리는 정말 감을 방도가 없어서 계속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다니거나 상투를 틀고 다녔다. 버닝맨에 오래 참여하신 분들은 드레드락 헤어스타일을 하고 오셨는데 집에 갈 때즈음 되니 드레드락 헤어스타일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집에 가기 이틀 전 머리를 너무 감고 싶어서 휴대용 샤워기로 챙겨간 키디풀 위에서 닥터브로너스로 머리를 적셨는데, 머리카락이 바로 사막 먼지와 뒤섞여서 빗겨지지도 않는 거지꼴이 되어버렸다. 사막에서는 머리를 감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괜찮았다. 정말 내가 걱정하고 염려하던 만큼 못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나의 불편함을 덜어줄 최소한의 방안들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었고, 즐기고 있었다. 내가 걱정했던 작은 부분들 때문에 지금 내 앞에 있는 신기하고 새로운 것들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다면 그만큼 아까운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간 나는 저 상태의 모습을 유지했다.

  

드넓은 중앙 Playa에 수없이 많이 선보이는 아트카들과 우후죽순처럼 놓여있는 갖가지 의미를 지닌 수많은 예술품과 전시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개성 넘치는 테마로 만들어 놓은 다른 캠프들 덕분에 지루할 새가 없었다. 그 이외에도 자신만의 개성으로 꾸민 자전거와 의상을 입은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모두들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샤워를 못해도, 매번 편안하지 않은 마음으로 볼 일을 보러 가도, 나는 하루하루 사람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액티비티를 찾아 나서며 꽤나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6일 동안 나의 스케줄은 이랬다: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나 챙겨 온 꽁꽁 얼은 음식을 녹여 먹고는 내리쬐는 해를 피해서 쉬다가 해가 질 무렵 자전거를 타고 미술 작품들과 아트카, 다른 캠프들을 구경하러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공연을 발견하면 사람들과 함께 몸을 부비대며 음악을 감상하고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것을 보다가 텐트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밤새 캠핑 크루와 함께 수다도 떨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 밤늦게 돌아와 잠이 들었다. 말 그대로 나는 한량이었다.



버닝맨에서는 결혼식도 있었다. 우리 캠핑 크루 중 한 커플이 버닝맨 2022년에서 백년가약을 맺게 되었는데, 새로운 삶을 함께 시작하는 이 커플을 위해서 나는 한국에서 원앙을 공수해서 가져갔다. 원앙이 물고 있는 실타래의 의미와 함께 원앙이 마주 보는 날은 뜨거운 밤을 의미한다는 것도 덤으로 알려주며 그들의 결혼을 축복해 주었다.

 


사막에 발을 딛고 후텁지근한 흙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살을 맞대고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왠지 모르게 내가 읽었었던 버닝맨의 미션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광활한 사막에 수만 명이 태초의 상태로 모여 서로 포용하고 소통하는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룬 버닝맨.  


코로나 때문에 2년 만에 성대하게 열리는 버닝맨 2022의 테마는 Waking Dreams라고 했다. 솔직하게 버닝맨 초짜인 나의 눈에는 이 테마가 버닝맨 2022 곳곳에 얼마나 많이 녹아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 내가 눈에 담았던 수많은 전시품들이 그 의미를 담아내고 있었을 테지만, 내가 읽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예술품들은 해석하기 나름일 듯하다. 나는 그냥 '꿈'이라는 요소가 담겼다는 것이 좋았다. 해석을 요하는 예술 전시품들 보다도, 수만 개의 별이 반짝이는 컴컴한 밤하늘 아래서 제임스와 내가 캠프에서 빠져나와 멀리 떨어진 쉼터에서 우리 단둘이 두런두런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순간순간이 나에게는 아름다웠다.   



내년에도 버닝맨?


토요일, 제임스와 나는 집에 돌아갈 준비를 하였다. 원래 토요일 저녁 버닝맨의 마무리인 모든 것을 태우는 행사를 하지만, 우리는 다른 크루들과 함께 조금은 일찍 베뉴를 빠져나가기로 했다. 따가운 햇살뿐만 아니라 흙먼지 돌풍이 불어서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제임스 덕분에 하나하나씩 테트리스 마냥 모든 짐을 차에 실어 넣고 우리가 이용한 흔적이 없게끔 뒷정리를 말끔하게 하였다. 한 군데 모아두었던 쓰레기봉투를 마지막에 차 안에 싣고, 텐트가 놓여있던 자리의 흙까지 평평하게 고른 뒤 우리는 정들었던 크루에게 인사를 하고 출구로 향했다. 시야를 완전히 가려버린 사막 태풍 때문에 베뉴에서 나오는데만 장장 3시간이 걸렸다. 버닝맨 주최 측에서 안전상의 문제로 게이트를 완전히 닫아버려서 그냥 무작정 기다리는 수 밖에는 없었다. 3시 정도에 출발하였는데 해가져 가는 6시 정도에 엉금엉금 기어서 베뉴를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또다시 제임스와 나는 번갈아 운전을 해가며 해가 뜨는 아침 7시에 집에 도착하였다.


6일 만에 하는 샤워는 정말 행복했다. 내 일생 그렇게 길게 한 샤워는 처음이었다.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정말 깔끔하게 박박 씻었다. 모래 먼지에 빡빡해져 있던 머리카락도 점점 부드러워졌고, 거칠어졌던 손 끝도 부드러워졌다. 차에 실려 우리와 함께 돌아온 물건들을 모두 씻어내는데만 장장 6일이 걸렸다. 사막에서 흙먼지를 털지도 못한 채 그대로 접어 가져온 텐트도 다시 펴서 일일이 닦아내고 사막에서 쓴 식기류, 입었던 옷들, 에어매트리스와 곂곂이 덮고 잤던 이불들 등등, 모든 것을 씻고 닦아서 다 정리해 창고에 넣어두었다. 제임스는 사막에 다녀온 차를 세차와 동시에 딥클리닝까지 해야 했다.



편한 글램핑을 생각한다면, 버닝맨에 가는 생각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버닝맨은 말 그대로 사서 생고생하는 곳이다. 완전 야생 그 자체이다. 버닝맨에 다녀온 후, 영화에서처럼 드라마틱하게 내가 새로운 사람으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어떠한 경험이 그러하듯, 버닝맨을 통해서 나 또한 깨달은 바가 있다. 바로 엄청나게 걱정했던 일도, 겪어보면 별 일 아니라는 것이다. 나의 잔잔한 일상에 던져진 버닝맨이라는 큰 돌멩이 때문에 일렁였던 그 물결을 닥치고 보니 나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버닝맨에 다녀오고 나서 일주일 후, 나는 그다음 버닝맨에 참가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나 맞은 2023년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올해 버닝맨 2023에 다시 갈 생각을 하고 있다. 캠프에서 떨어진 사막과 맞닿은 외진 한적한 곳에서 제임스와 나누었던 대화들, 캠핑 크루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만났던 독특하지만 따뜻했던 사람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겼던 순간들,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물론 공용 화장실 사용과 샤워를 하지 못하는 점은 아직도 힘들 것 같다. 그런데 닥치면 또 다 해낼 수 있을 것이기에 이번엔 불편함 보다는 기대감을 안고 버닝맨에 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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