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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커피 Jun 13. 2019

9. Padron, 사도 야고보에 얽힌 전설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길 9일차

2008년 8월 12일(화) [카미노9일] Caldas De Reis - Padron (19.2km)


어느덧 산티아고에 도착하기 전날이다. 내일이면 산티아고 대성당을 볼 수 있다 생각하니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여 기분이 묘해졌다.


걷기는 아침 7시에 시작해서 12시 전에 도착했다. 가뿐한 코스로서(진짜 가뿐했는지 아니면 어제그제 이틀간 푹 쉬어서 체력이 회복되었는지...) 200m 채 안되는 산 두 개가 있었는데 힘들다기 보다는 상쾌했고 경치도 좋았다.

카미노의 아침이 밝아온다. 차길을 따라 걸으며...
카미노 상에 있던 어느 공동묘지. 내게는 생소했지만 이 지역에서는 흔한 형태라 한다.
누군가 두고간 순례자의 지팡이. 정말 옛날식 지팡이에 옛날식 물병이 달려있다.
이제 29km 밖에 안남았다니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이 마음은...
Padron 알베르게는 이 성당 아래편에 있다
알베르게 가기 조금 전, 뭔가 기도하는 장소로 보인다.

점심은 Pizzeria, 피자가게 에서 먹었다. 일단 목마르니 맥주 한잔 하고(역시), 'Pimiento de Padron', 파드론의 피망이라는 이 동네 특산 고추 요리를 시켜 나눠 먹었다. Padron의 고추는 꽤 유명하다고 한다. 한국인인 내 입맛에 그다지 맵지는 않았고 쌉살한 맛이 상큼하게 느껴져 좋았다. 내 몫의 식사로는 볼로네제 스파게티를 시켜 먹었다. 요즘도 그런 인식이 어느 정도 남아있지만 이 시절 한국에서는 스파게티는 젊은 여자들이나 먹는 것처럼 생각되었고 어디가서 스파게티 시키면 너무 적게 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유럽답게 넉넉히 주어 좋다. (설마 이탈리아 아저씨들이 스파게티 대신에 순대국이나 김치찌개 먹으러 다니리?식후에는 언제나처럼 카페솔로에 아구아르디엔떼까지.... 아아 나의 행복한 알코올 카미노여! 

파드론의 피망(Pimiento de Padron)
볼로네제 스파게티

밥 먹으면서 국가별 아침식사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다. Continental breakfast, 즉 (유럽)대륙식 아침식사라는 말이 있듯 이쪽에서는 토스트에 커피가 대세란다. 발렌시아 출신 토종 스페인인 토마스의 아침식사는 카페솔로 한잔 뿐이고 심지어 토스트도 안 먹는단다. 반면 스페인 거주 독일인인 귄터 말이 독일에서는 빵에다 계란 요리 하나 정도는 더 먹는다는데, 같은 독일인인 클라우스는 또 그렇지 않고 빵과 커피 뿐이라는... 내가 한국에서는 세끼 모두 쌀밥에 비슷한 반찬으로 먹는다니까 그럼 지겹지 않느냐는 귄터의 질문 - 맞는 말씀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난 아침에는 한식보다는 빵과 커피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미국식으로 풍성하게 먹는 아침식사도 좋아한다. 이들 말로는 유럽에서 그런 풍성한 아침식사는 영국에서나 볼 수 있다고 한다.

알베르게 뒷편 언덕의 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토마스가 식사 중에 휴대폰을 받더니 친한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삼인방 나이가 나보다야 훨씬 위지만 그래야 아직 50대인데...... 친구를 기억하며 오늘 성당에 미사가 있으면 간다고 해서 당연히 나도 함께 하겠다고 했다. 예정에 없던 평일 미사. 원래는 도시마다 매일미사를 드릴까도 생각했는데 처음 생각대로 안된다 - 일단 성당 찾아서 미사시간 확인하기도 힘들고(스마트폰 시대 이전의 이야기이다, 인근 성당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어(대개는 영어가 안 통함) 일일이 물어봐야 했다) 알았다 치더라도 귀찮고 피곤해서... 그냥 알베르게에서 다른 이들과 어울리거나 일기를 쓰거나 하게 된다. 여하튼 알베르게 바로 뒷편 언덕 성당에 저녁 8시에 미사가 있어 카미노 걷던 동안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평일 미사를 드릴 수 있었다.


미사 드린 성당 말고도, 다리 건너편에도 성당이 있는데 사도 야고보(=산티아고)의 시신을 실은 배를 묶었던 돌이 있다고 한다. 그 돌의 이름을 Padron이라 하며 그게 이 도시 이름이 된 듯 하다. 믿거나 말거나겠지만, 성당에 찾아갔더니 제대 밑에 이것이 그 padron이라며 보여준다.

padron이 있는 성당
성당 내 제대. 제대 앞에 서 있는 남자가  소개를 해주었다. 성당 관계자인 듯.
제대 아래 바로 그 padron이 있었다. 소원을 빌기 위한 동전도 올려져 있다.
padron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 그림.
스페인에서 만난 중국 상점

다른 곳에서도 가끔 보았지만 Caldas와 이곳 Padron에는 특히 중국인 가게가 많다. 중국인 가게임을 나타내는 치노, 오리엔딸, 아시아띡 등의 단어가 간판에 쓰여있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동양적인 것 안팔고 잡다한 거 파는 곳 같다. 저 중국 사람들은 어쩌다가 스페인의 시골까지 건너와서 가게를 열게 되었을까?

슈퍼에서 장을 봐와서 저녁 상을 펼쳤다
일행들과 만들어 먹은 토마토 햄치즈 샌드위치

저녁식사는 근처 수퍼에서 사다가 먹었다. 신선한 토마토와 햄,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 그리고 와인까지.


내일이면 드디어 산티아고 입성이다!


* 포르투갈 길 소개 및 전체 일정은 아래 글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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