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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커피 Jun 12. 2019

8. 음식 사진 가득한 순례기

산티아고 순례길: 포르투갈길 8일차

2008년 8월 11일(월) [카미노8일] Pontevedra - Caldas De Reis (23.1km)


이 날도 아침 6시에 출발. 전날 바다 구경 안 가고 Pontevedra 알베르게에서 오후 내내 푹 쉬었더니 몸이 한결 가볍다. 4일차의 무리한 일정의 후유증이 이제야 회복된 듯 하다. 알베르게가 시내 중심가가 아니라 잘 몰랐는데 어제 밤 도시에 떠들썩한 축제가 있었던 듯하다. 길거리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 있고 아직 어두운 거리를 젊은이들이 무리지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슈퍼에서 구입한 간식거리

시내를 벗어나면서 다시 익숙한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걸으면서 유럽인 일행들에게도 이야기 했지만, 이곳 카미노 포르투게스, 포르투갈 길에서 보는 풍경은 한국에서 보던 것과 의외로 비슷하다. 물론 사람이 만든 인공적인 것들은 완전히 생소하지만, 자연만을 볼 때 - 완전히 탁 트인 평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깎아지른 듯한 험준한 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적당한 높이의 산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그런 모습 말이다. 아저씨 삼인방의 첫 순례였던 카미노 프리미티보는 경치 끝내주는 험준한 산지였다 하고, 카미노의 대표 루트 카미노 프란세스는 피레네 산맥도 넘고 대평원도 지난다고 하는데 반해, 이곳 포르투갈 길은 너무나 익숙하고 평범한 모습이다.


딱히 '우와' 하는 자연 풍경이 없다는 그런 이유도 있고, 실은 몸이 귀찮기도 해서 점점 걸으면서 사진 찍는게 줄어든다. 이 날은 아예 첫 사진이 오후에 Caldas De Reis 도착한 이후 사진이다. 그나마도 먹는 동안에 찍은 음식 사진이 대부분. 순례기인지 먹방인지 모르겠다.

Caldas de Reis에서 머문 Lotus Hotel

사진도 안 찍고 열심히 걸어 11시쯤에는 알베르게가 있는 Briallos에 도착했으나 아저씨 삼인방이 싫어하는 '시골'이라 한 시간 더 가서 Caldas De Reis에 머물렀다. 이곳은 알베르게가 없어 작은 호텔에 묵었다. 역시 순례자라 이야기 해서 할인을 받았다. (트윈룸 35유로)

점심: 고기와 감자튀김
점심: 참치 샐러드

점심식사는 오늘의 정식 (메누 델 디아, menu del dia). Menu, 메뉴판도 메뉴지만 이 지역에서 메누는 음식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이는 듯 하다. 그래서 메누 델 디아라고 하면 메인과 샐러드 등을 묶어서 포함한, 약간의 할인이 제공되는, '오늘의 정식' 정도의 의미로 쓰이더라. 메인으로는 고기와 감자튀김, 그리고 참치 샐러드. 디저트로는 떠먹는 요구르트를 시켰다. 식사 후에는 일단 커피 한잔씩 마시고...

디저트: 포르투 와인

디저트로는 거의 늘 마시던 아구아르디엔테 대신 포르투 와인을 마셔보았다. 이번 카미노의 시작점인 포르투의 명물인데 어째 이제야 첫 시음을.... 단 맛이 많이 난다. 일반적인 와인과 다르게 디저트용 술인셈.


낮부터 맥주 마시고, 와인 마시고, 아구아르디엔떼 마시고, 한 잔 더 하자고 권하고... 스페인-독일 국적의 아저씨 삼인방은 주종만 소주나 막걸리로 바꾸면, 술 좋아하는 한국 아저씨들과도 비슷하다. 또 20대 중반인 마리아나가 나이를 떠나 50대인 삼인방 아저씨들과 같이 잘 어울리는 것 보면 또 그런 점이 우리와 유럽 문화의 차이 같기도 하다.

길에 온천물을 제공하는 호텔
Caldas de Reis의 온천물

이 곳 Caldas de Reis은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였던 것 같다. 어느 오래된 호텔 앞에 저렇게 온천물을 틀어주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어느 웹사이트에선가 순례자가 저 물에 발을 씻는 사진을 본 기억이 난다.

우리는 발까지는 안 씻었고, 그냥 손이나 한 번씩 대 보았다.

길거리에 있는 오래된 십자가
야자나무에 둘러싸인 성당

성당을 둘러 싼 저 야자나무들은 원래 여기서 나는 걸까, 아니면 열대지방에서 옮겨 심은 걸까? 로마 다리 위에서 우리 일행. (너무 멀어서 분간이 잘 안된다)

로마 시대 다리

카미노를 걷다보면 로마 교회, 로마 다리 등 곳곳에서 로마 시대의 유적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도시에서 시골까지 곳곳에 아직까지도 로마제국의 흔적이 남아있다니 놀랍다. 


오후에 휴식을 취하고 저녁 때 다시 시내로 나가 카페에 앉아 이야기 했다. 유럽인들이 마시는 것을 다양하게 시도해 보고 싶은 생각에 마리아나가 자주 시키는 agua con gas (아구아 콘 가스, 탄산수)를 시켜 마셔보았는데 오 이거 탄산 느낌도 재미나고 마실만했다. (이후로 한국에 와서도 탄산수를 조금씩 마시다 이제는 집에 박스로 쌓아두고 마시는 매니아(?)가 되었다는...) 카페에서 이야기 하다보니 시간도 늦었고 점심을 정식으로 거하게 먹었으니 저녁은 간단히 샌드위치로...

저녁 샌드위치

* 포르투갈 길 소개 및 전체 일정은 아래 글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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