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생각하는 아이와 여행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이미 오래된 이야기지만, '일곱살 여행'이라는 책을 매우 인상 깊게 읽었다.
일곱 살 딸아이와 단둘이 80일간의 세계여행을 떠난 엄마의 여행기. 네이버 블로거이기도 한 녹색희망님의 첫 번째 책이다. 공감하고 깨닫고 또 부러워하며 읽었다. 나도 언젠가 한번쯤은! 이라는 생각도 하며...
하지만 이렇게 부러워하며 여행기를 읽은 나와는 달리, '아이가 어려서 기억도 잘 못 할 것을 왜 그 멀리까지 데려가느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많다. 꼭 이 책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어려서부터 아이들과 여행을 다녀온 나 역시 직접 받아 본 질문이기도 하다. 이 질문에 대한 작가와 나의 생각은 일치한다. 그 생각을 나의 언어로 옮겨보자면,
첫째, 보호자인 "내가" 무지무지 가고 싶어서,
하지만 소중한 내 아이를 떼어 놓고 갈 수 없어서.
둘째,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에서는 잊혀지겠지만,
아이 역시 여행을 통해 느끼고 경험하고 성장하기에.
만약 기억에 남는 것만 소중하다면, 기억도 못하는 어린 아기를 왜 정성 들여 키울까? 그게 아닌 거다. 아이가 여행지에서의 사건 하나하나를 나중에까지 다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여행지에서의 설렘과 행복함, 그리고 그 순간을 가족과 함께 했다는 것은 아이의 마음속 어디엔가 분명히 남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믿는다. 사랑하는 내 아이와 보낸 소중한 시간과 추억이, 단지 나중에 얼마나 아이에게 기억되느냐로 가치가 매겨지는 게 아니기에...
그리고 아이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은 "내가" 기억하면 된다. 아이와 맛있는 것 먹고 재미난 것 경험하며 아이가 행복해하는 모습, 내가 보고 내가 기억하면 되는 것이다. 그 여행을 하며 내가 행복했고 지금까지도 그 추억으로 행복하니까.
물론 아이와 그런 좋은 추억을 쌓기 위해 굳이 돈 많이 들여 멀리 여행 갈 필요가 없다는 것 역시 인정한다. 게다가 성인끼리의 여행과 달라서 철저한 준비 없이 떠났다가는 고생만 바가지로 하고 오기 쉽다. 처음의 그 질문을 하는 분들도 그런 취지라고 이해하고 싶다. 다만 나는, 그리고 우리 부부는, 아이와 다닐 때의 불편과 추가 지출을 감수하고도 여행이 좋아 떠나고 싶었던, 남들보다 여행을 특별히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